[디트의 눈] 정치아카데미 등록에 대한 논란을 보며

강희복 아산시장의 한나라당 정치아카데미(‘아카데미’) 등록에 대한 찬반논쟁이 신문지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더욱 깊숙이 살펴보면 이 논쟁은 자치단체장에 대한 언론의 역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볼만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디트뉴스는 18일 ‘강희복 아산시장은 정치초년생?’이라는 제목으로 “정치 초년생을 발굴해낸다는 취지로 개소된 아카데미에 강 시장이 등록, ‘차기 지방선거를 염두해 둔 행보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국매일과 충남도민일보도 20일자 지면을 통해 “강시장의 정치아카데미 수강신청을 두고 지역에서의 선거를 앞두고 당에 눈도장을 벌써부터 찍으려는 것이라는 여론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강 시장의 정치아카데미 등록에 대한 상반된 시선

이와는 달리 충청투데이와 대전일보는 21일자 취재수첩을 통해 “이처럼 말하는 이들이 전에는 강 시장이 행정은 밝을지 몰라도 정치는 초년병이라며 정치력 부재를 힐난했던 사실을 상기하면 언어도단이 아닐 수 없다”며 “이 같은 지적이 과연 객관성과 중립적 위치에서 판단된 지적이냐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타 언론들이 앞서 보도한 기사를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옳은 지적이다.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대단한 학식을 가진 사람도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자 노력하는 것은 높이 살만 하다. 또한 그것이 사욕을 위함이 아닌 지역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더욱 그렇다.

기자는 이 글을 통해 누가 옳고 그르다는 것을 평가할 생각은 없다. 다만, 강 시장의 아카데미 등록을 비난한 기사가 잘못됐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반론을 제기하고 싶다.

가장 핵심 논제는 강 시장의 아카데미 등록에 대해 어떤 시각으로 다루는 것이 옳았는지에 있다. 강 시장의 ‘정치력 부재’는 언론을 통해 여러 번 지적돼 왔다. 디트뉴스는 심지어 성무용 천안시장과 비교까지 하며 강 시장의 부족한 부분을 지적했다.

그러나 강 시장의 아카데미 등록을 긍정적으로 보도해야 하느냐는 것은 생각해 봐야할 문제다. 예를 들어보자. 참여정부의 경제 정책이 부족하다고 언론들이 비난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참여정부가 제시하는 경제 회생 정책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과연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까?

언론이 지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옳은 방법의 대책을 마련했다면 긍정적으로 보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지적 때문에 ‘아카데미’에 등록하는 것이 옳은 방법인지는 의아스럽다. 수학 실력이 부족하면 수학 관련 학원을 다니면 된다. 그러나 정치력이 부족하다고 정치아카데미에 등록하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정치력 기르기 위한 다른 방법은 없었나?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강 시장은 ‘공인’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강의하는 수업에 아산시의 수장인 강 시장이 교육생으로 참석한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자존심이 상한다. 오히려 이런 모습이 강 시장의 정치력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다.

‘정치력’을 배우는 방법이 아카데미에 등록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차라리 강 시장 본인이 그동안 자신의 정치력 부재를 지적했던 언론들을 향해 “좋은 지적 감사하다. 정치아카데미에서 많이 배울 테니 지켜봐달라”고 말했다면 이 같은 오해와 논쟁은 없었을 것이다.

홍문표 도당 위원장과 이진구 의원에 대한 강 시장의 입지에 대해서도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대책은 없었는지 묻고 싶다.

강 시장의 아카데미 등록에 대한 찬반양론은 강의 과정이 모두 끝나는 10월 이후에나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 그때쯤이면 언론들도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강 시장은 “민선시장을 하다보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일이 많다. 정치적 역량과 감각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지원하게 됐다”며 아카데미에 등록한 배경을 설명했다.

강 시장의 계획대로 정치력을 익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이러한 정치력을 바탕으로 1년이 채 남지 않은 시정에 최선을 다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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