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기초단체장 공천 반대한다더니 대전엔 왜?

“개인적인 입장이나 이득을 따져서 철새처럼 이당 저당 옮겨 다니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천안시가 죽고 사는 문제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데 탈당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14대 의원 때부터 지금까지도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을 반대하고 있다. 비록 정당에 소속돼 있지만 행정을 하는 것은 정치와 다르다”...

지난 15일 진행된 천안시민포럼 주최 천안시장 공약평가토론회에 참석한 성무용 시장은 “당과 지역의 이해가 엇갈릴 때 어떻게 대처하겠는가?”를 묻는 패널의 질문에 위와 같이 대답했다. 특히 성 시장은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정치와 행정은 다르다. 비록 정당에 소속돼 있지만 시장으로서의 업무에 충실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천안시장 공약평가 토론회가 늦춰진 이유

그러나 성 시장의 이 같은 대답은 토론회에 참석했던 일부 방청객들에게는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토론회 전에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천안지역 국회의원과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공약평가 토론회는 13일부터 3일간 오후 3시부터 진행하기로 계획돼 있었다. 첫째 날 박상돈 의원과 둘째 날 양승조 의원은 모두 3시 정각부터 행사가 시작됐지만 성무용 시장 초청 토론회는 30분 늦춰진 3시 30분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대전에서 진행된 한나라당의 정치아카데미 개소식 행사에 참석한 성무용 시장(왼쪽). 성 시장은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천안시장 공약평가 토론회를 30분 늦추고, 그것도 모자라 행사장에 2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그 이유는 당일 오후 2시부터 한나라당 대전시당에서 진행된 ‘대전ㆍ충남정치아카데미’ 개소식 때문이었다. [디트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성무용 천안시장과 강희복 아산시장, 진동규 대전유성구청장, 채현병 홍성군수, 박종순 예산군수 등 대전충남의 한나라당 소속 기초단체장이 모두 참석했다.

대전 행사를 마치는 데로 천안에 도착해서 토론회에 참석하고자 했던 성 시장의 계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토론회 시간이 다 되도록 성 시장은 도착하지 않았고, 주최 측은 방청객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시간을 연기했다. 성 시장 측이 전화로 토론 시간을 늦춰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고 성 시장은 3시 50분이 되서야 허겁지겁 도착했다.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반대한다더니 박근혜 대표에게로?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에 대해 그토록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던 성 시장은 한나라당의 행사, 특히 박근혜 대표가 참석하는 정치아카데미 개소식에 참석하기 위해 토론회 시간을 30분 늦춘 것이다. 또한 그것도 모자라 토론회의 당사자가 20분이나 늦게 도착하는 등 결과적으로 시민과의 약속시간까지 어겨가며 천안시 행정에 별 상관이 없는 한나라당 정치행사에 참석한 것이다.

성 시장이 행사장에 늦게 도착한 원인이 한나라당 정치행사 참석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관계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실소를 감추지 못했다.

토론회를 방청했던 한 전문가는 “정당인으로서 행사에 참석한 건지, 자치단체장으로서 참석한 건지 모르겠지만 천안시장의 고유 업무 이외의 행사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며 “토론회 시간을 늦춰가면서까지 그 행사에 참석해야 했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패널로 참석했던 관계자도 “정당공천에 반대한다는 분이 굳이 토론회를 뒤로하고 정치행사에 참여한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며 “공인으로서 말과 행동이 다른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아무리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에 반대한다고 해도 현 시스템이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성 시장 스스로도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많을 거란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천안시의 수장인 성무용 시장이 자신의 공약을 평가하는 토론회 시간을 늦추고, 지연되게 하면서까지 한나라당 정치아카데미 개소식에 참석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아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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