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천안署에서 열린 쌩뚱맞은 간담회 '유감'

‘일진회’가 언론에 의해 보도되면서 학교폭력 문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각 경찰서와 교육청은 학교폭력 자진신고기간, 토론회, 간담회 등을 연이어 열면서 나름데로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천안경찰서도 천안교육청과 함께 ‘교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관내 학교 교장을 비롯 학생과장, 운영회장 등 3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말들은 그야말로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특히 안억진 천안경찰서장의 ‘인사말씀’은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진행된 간담회라는 사실을 전제할 때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안 서장은 “경찰은 몇 년 이상 근무하면 유착관계가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타 지역으로 발령받게 된다. 그러나 교사는 다르다”며 “선생님들이 외지에 사는 분들이 60%를 넘기 때문에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학생들에 대한) 애착이 없다. 자가용으로 대전가고 어디가고 학생 관찰을 못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안 서장은 또 “선생님들이 잡무가 많다고 말씀하시는데 우리 경찰은 무지하게 많다. 학교측에서 너무 관심이 없다”며 “시장님도 주민등록 옮기는 것으로 엄청 고생하시는데 이곳에 주민등록 안가지고 계신분들은 옮겨달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게다가 “얼마 전 21살 된 여선생이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것을 봤다. 한심하더라 선생님들도 음주운전 하지 말라”고 말하는 등 도대체 이날 간담회가 어떤 자리인지를 의심케 했다.

물론 안 서장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사들이 타 지역에서 살기 때문에 문제다”는 식의 논리는 자칫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며 이날 거론된 “주민등록지를 옮겨라”, “음주운전 하지 말라”는 당부들이 과연 이날 행사에 어울리기나 한 말들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잠시후 진행된 ‘학교폭력 사례발표’는 한 술 더 떴다. 발표를 진행한 모 고등학교 학생부장 교사는 “천안에는 학교폭력 사례가 없어서 발표할게 없다”고 전제한 뒤, “학교폭력에 대한 언론의 보도를 보면서 ‘저건 아닌데’ 하는 생각을 많이했다”며 “학생들이 애인을 만난지 200일이 되면 친구들에게 200원씩 걷는 것을 ‘이투’(?)라고 하는데 이것은 상부상조 정신이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갑자기 귀를 의심케 했다. 학생들간에 돈을 갈취하는 일들에 대한 사례를 들은 것으로 이해하는데 그것이 엄연히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전혀 다른 사례를 들어“상부상조 정신이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사실, 얼마 전 기자의 중3 조카가 돈을 요구하는 고등학교 학생으로부터 심하게 구타당한 적이 있다. 안경도 깨지고 피투성이가 된 조카가 집에 들어오자 집안이 발칵 뒤집혀졌다고 한다. 현직 교사로 근무중인 형과 형수는 학생의 학교에 긴급히 연락했고 이 사실을 알렸지만 폭력을 행사한 학생이 결손가정의 아이였고, 자칫 구속까지 될 수 있는 상황이라서 용서해줬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학교폭력이라는 것이 학생들 사이에서 얼마나 있는 것인지 확인해 볼 길은 없다. 어쨌든 우리의 주변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그것이 우리의 가족일수도 있다는 사실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최소한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위해 준비된 자리라면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 하기 전에 행여나 우리 주위에 벌어질 수 있는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행사를 마친 한 참가자의 말이다.

“관심을 가지고 모인 것 자체는 좋은데 전시성이나 캠페인성이 너무 강한 것 같아요. 좋은 시간은 앞뒤로 다 짤라먹고 축사다 뭐다 중요한 얘기를 들을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폭력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각성도 해야 하고 대책도 세워야 하는데에 참석하신 분들 모두 ‘우리 학교는 아무 문제 없다’는 식의 안일한 대처만 하셔서 답답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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