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시민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 후보들에게

“여러분이 대학을 졸업한 후, 만에 하나 정치에 입문하게 된다면 제발 ‘Dog Table' 정치만은 하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국민들이 더 이상 속을 줄 아십니까? 여러분만은 이 땅의 정치문화를 바꾸는데 작은 역할이라도 해 주길 기대합니다”

정치학을 전공하고 대학을 졸업한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노 교수님의 말씀이 요즘 들어서 자꾸 되뇌어진다.

‘Dog Table'... 이런 콩글리시가 원어민들에게 통할지 모르겠지만 직역하자면 ‘개판’이란 뜻이다. 우리가 쓰는 용어 중 ‘개’와 관련된 단어에 좋은 뜻이 있을 리 없겠지만 노 교수님이 사용하신 ‘Dog Table' 이란 말보다 지금의 아산지역 선거판을 잘 표현해줄 수 있는 말이 없는 듯 하다.

논쟁이 논쟁을 낳고 싸움이 싸움을 낳는다더니 그것도 부족해서 이제는 관중의 야유와 외면의 모습도 뒤로한 채 자신들만의 진흙탕 싸움에 몰두해 있는 꼴이라니...

이 글을 쓰기 위해 자판 앞에 앉았을 때까지는 ‘모든 후보들을 싸잡아 비난해보자. 될 수 있으면 기자가 경험했던 그 모든 후보들을 하나하나 조목조목 물고 늘어져 보자’는 심정이었지만 행여나 선거법에 걸릴까봐 차라리 조금 참기로 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하는 지역 기자들의 애환

사실 기자도 웬만한 참을성은 있는 사람인데 오늘(31일) 오전에 벌어졌던 해프닝은 인내의 한계를 뛰어넘기에 충분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민련으로의 출마의사를 밝혔던 모 후보가 금일 오전 11시로 예정된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했다. 연락을 받지 못한 기자는 천안에서 아산까지 행여 늦을까봐 잘 나가지도 않는 차를 죽어라 밟고 장소에 도착했더니 관계자들의 하는 말, “기자회견 취소됐는데요?” ‘아 이런...’

어떻게 이런 몰상식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을까? 물론 그것은 몇 몇 기자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전날 기자회견이 있을 것이라고 보도한 수많은 언론들과 이 사실을 접한 독자들을 도대체 뭘로 보고 이런 행위를 하는 건지 참을 수 없다.

아산지역 한 주간신문 기자는 “자민련으로 출마할 것을 기정사실화해서 신문을 발행했다. 어제 밤 늦게까지 만해도 나온다고 하던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한탄하기도 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겠습니다...” 이 말 보다 더 우습고 줏대 없고 기회주의적인 말이 또 있을까? 모 후보가 사용하기 시작한 이 말이 어느새 아산지역 정가는 물론 지역 기자들에게까지 유행어가 되 버렸으니 이제는 웃고 넘어갈 수도 없을 듯싶다.

“이봐 김 기자! @@ 후보는 어떻게 될 것 같아?” “글쎄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죠...” 쓴 웃음이 나온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소재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을 정도다.

아산지역 도의원 중 한 분에 관한 웃지 못 할 일도 있었다. 그는 지난번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민련을 탈당한 모 후보에 대해 “탈당을 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지 않은가? 그에 대한 반감이 있으니까 자민련에서도 후보를 내자는 것”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랬던 그가 일주일 쯤 후에는 자민련을 탈당, 자신이 비난했던 모 후보를 돕기 위해 열린우리당으로 입당한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이 사실을 확인하는 모 기자에게 “글쎄 지금은 아무 생각도 없어요..." 라고 말했다고 한다.

갑자기 블랑카의 유행어가 생각났다. “뭡니까 이게! @@@ 나빠요!”

"후보님네들. 시민들의 원성이 들리지 않으세요?”

과연 아산지역 재선거에 출마의사를 밝힌 후보들은 시민들을 두려워할 줄 아는지 궁금하다. 그런 후보가 단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기자직 그만두고 자원봉사라도 나서고 싶은 심정이다. 그리고 꼭 한 번 외치고 싶다. “욕할 자격이 있는 후보만 욕하라”고.

사실 이런 글을 쓸 때 가장 두려운 것은 행여나 독자들이 정치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감과 무관심만 확산되는 데 대한 부분이다.

싫든 좋든 지역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후보자로 나온 100명 모두가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중 지역을 위해, 국가를 위해 눈꼽만큼이라도 나은 사람이 뽑혀야 한다.

아산시민들은 한을 품고 있다. 주민들의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이 두 명이나 낙마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번에는 어쩌려나...’하는 초조하고 불안해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 후보들이 보여주는 추태는 말 그대로 ‘욕먹어도 싸다’. 그렇게 보면 이번에 나온 후보들은 아마 장수할 것이다.

제발 시민들을 두려워 할 줄 알길 바란다. 그리고 이제라도 남은 기간동안 자숙하고 반성하며 아산시를 위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지 고민하길 바란다.

기자가 가장 존경하는 율곡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다.

“당신은 다 쓰러져 가는 집을 보고 그냥 지나치겠소 아니면 동네에 가장 유능한 목수를 불러 집을 고치겠소..” “당신은 다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가겠소 아니면 동네에 가장 유능한 의원을 불려 그 사람을 살리겠소...”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