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새벽길 연 염홍철 시장의 활약

시내버스 임금 협상 만료 시각인 4시를 넘겼을 때까지 염홍철 대전시장은 버스사업자들의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사용자들과의 1시간이 넘는 설득작업 25일 오전 5시 34분, 데드라인은 1시간 30여분 넘겨 염홍철 시장은 노사 양측의 손을 잡고 웃고 있었다.

하지만 협상 초반부터 협상은 큰 난관을 예고했다. 전날 9시 30분경 시작돼 자정 임박해 끝난 공개 협상에서는 염 시장을 사이에 두고 노사 양측의 고성이 오가며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돼 보는 이들의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의 분위기도 조성됐었다.

협상체결 2시간여전에는 ‘끝났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새벽 3시 5분경, 염 시장이 노조 측을 설득하기 위해 자리를 뜬 사이 사업주들이 “염 시장 때문에 못 하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것을 전의수 교통국장을 포함해 시청과 노동청 직원들이 “인사라도 드리고 가라며” 몸으로 말렸다.

염 시장은 몸이 달아올랐다. 노조 측의 3%(2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15%(7월 1일부터 이듬해 1월 31일까지)안을 깎아 3%-10% 안을 내걸었지만 사업주들은 사업권을 반납하겠다며 강경하게 맞선 상황이었다.

14명의 사업주 가운데 4명은 파업을 결의한 한국노총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노총이나 개별노조 사업장이어서 파업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는 머릿 셈도 오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파업기간 동안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곳의 경우 버스 한대 당 30-35만원 일당이 70-80만원으로 오를 수 있다는 장삿속이 작용해 협상 결렬이 강하게 예견됐다.

그 시간 전날까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던 대구와 광주의 경우 일찌감치 ‘깨진’ 상황이었다. 3개 도시 사업주들끼리는 먼저 협상을 체결하면 500만원의 벌금을 물기로 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대구, 광주의 결과를 참고하겠다며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결과는 암울했다.

“시장님도 저렇게 나오시는데 우리가 이 선에서 마무리 지읍시다. 시장님 입장이 뭐가 되겠어”

“시장님만 아니었으면 진즉에 깨졌을 판이오. 시장님 체면을 봐서라도 어떻게든지 타협점을 찾아야 하지 않겠소”

새벽 4시가 임박해 오자 최근 회사를 인수했다는 한 사업주는 노조 관계자에게 애원했다.

노조원들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다.

여전히 일부 사업주들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었고 경영권을 포기하겠다는 각서에 서명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염홍철 시장의 발걸음이 더 빨라졌다. 염 시장은 기획관실장실의 노측과 다목적실의 사측 사이를 수도 없이 오가며 상기된 얼굴이었다.

4시 15분 염 시장이 3%-9% 안을 들고 사업주들을 테이블로 불러 모았다. 그리고는 또 다시 1시간여의 마라톤 협상이 진행되고 간간이 염 시장과 사업주들의 고성이 오고 갔다. 그리고는 5시 34분, 노-사 양측의 손을 마주잡게 한 염홍철 시장이 웃고 있었다.

협상이 끝난 뒤 버스운송노조 김영호 위원장은 “아마도 시장님이 중간에 없었으면 사업주들의 불성실에 태도에 화가나 저녁에 협상이 끝나고 말았을 것”이라며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내가 시장이라도 저렇게는 못하겠다는 말이 오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새벽 집에도 들르지 못하고 노-사 측과 해장국집에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시청 현관을 들어서는 염홍철 시장은 "사업주들이 파업을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지만 “그 사람들 못 가게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파업으로 가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예견됐던 시내버스 파업을 막을 수 있었던데는 염 시장의 협상능력과 인내력이 5할 정도는 작용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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