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되어 돌아온 '각서', 이제는 스스로의 문제

최근 한 공무원이 '대전시'라는 거대 조직으로부터 '린치'를 당하고 있다. 백주 대낮에 30년 공무원 명예가 땅에 내동댕이 쳐지고 , 조직과 동료들은 깔깔거리며 지켜보고 있다. 공조직에 몸담고 있다는 죄로 숨죽이고 처참하게 당하는 현실이 오늘 대전시청 내(사업소)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동료들 가운데 일부가 '이건 아닌데'라며 거들 마음이 있어도 선 듯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린치 현장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도 조직의 힘에 밀려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공무원에 대한 린치는 특히 거대 조직이라는 대전시가 주도했다는데 문제가 있다. 망령 같은 '각서'를 끄집어 낸 게 결국 대전시이기 때문이다. 대전시공무원직장협의회가 "더 이상 인사 질서를 문란시키지 말고 각서인사, 편법인사를 중단하라"는 차원에서 앞장 섰지만 비밀파일 속에 담겨있던 각서를 끄집어내 세상에 공개토록 한 빌미는 대전시가 제공했기 때문이다.

1999년.
공무원 A씨는 승진을 앞두고 있었다. 동료 가운데 경쟁자도 있었다. 이런 저런 선을 대면서 승진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었다. 이 때 누구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각서 이야기가 나왔다. '다음 사람을 위해' '조직을 위해'. 이게 아니다고 생각했지만 뿌리치지 못하고 은밀하게 각서를 써 내밀었다. 아무도 몰랐다. 3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지금 이 각서는 비수가 돼 돌아왔다.

많은 사람들은 각서를 쓴 것 자체는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쓰라고 한 조직도 그렇고, 또 쓴 사람도 마찬가지로 잘못이다. 그러면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틀린 얘기가 아니다. '만사'라 하는 인사에서 편법적인 '각서'가 오고 간 것은 분명 잘못된 것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백 번 옳은 이야기이다. 그러나 각서의 커튼 뒤에 숨어있는 린치와 폭력으로 변한 공조직의 힘에 대해서는 지적이 되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의 결정적인 원인이 되는 각서 공개에 대해서는 묻어두려 하고 있다. 서류를 관리하는 자치행정국장이나 담당자도 모르는 사이에 각서는 밖으로 새 나가 남의 손에 넘겨져 있었다. 모두들 내가 받은 게 아니니까, 내가 쓰라고 한 게 아니니까 ,나와는 무관한 것이니까, 이런 심보가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속으로 한 사람의 명예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길 원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잘 간수해야 할 대전시가 꺼내 줬으니 밖으로 새 나온 것만은 분명하다.

이 각서는 대전시공무원직장협의회로 넘어가 정말 가장 예리한 비수가 됐다. 공무원직장협의회에서 전해주는 이야기를 옮기면 이 각서는 칼 보다 더 무서운 흉기로 변했다.

"이것, 당신이 쓴 것 아닙니까."

대전시공무원직장협의회는 비수를 들이댄 뒤에 이 공무원을 아예 150만 대전시민들 앞에 떠다 밀었다. 언론에 공개를 통해서 대전시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짓밟히는 한 동료 공무원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동료요 상사인 이 공무원은 사막 한 가운데서 외로움을 타고 있는 것이다.

대전시는 무슨 권리로, 무슨 이유도 이렇게 한 개인을 처참히 짓밟고 있나 . 또 언제까지 린치현상을 지켜만 보면서 즐기고 있나. 무슨 권리로 심판을 내리고 있는가.

대전시는 한 공무원을 린치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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