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에 통하는 여성직업훈련 필요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이 상식이 되면서 이들의 선택은 이미 요리나 꽃꽂이, 홈패션 같은 예전의 직업군을 떠나 인터넷, 컴퓨터, 디지털사진 등 부가가치가 높은 창업 아이템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는데도 여성들의 경제활동에 대한 사회적 시각은 여전히 구태의연하고 애매모호한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건상 장애요인이 훨씬 많은 현실 속에서 이들은 지역 내 여성직업훈련기관으로 눈을 돌리지만 얻는 것이라고는 무의식중에 현모양처를 강요하는 평이한 프로그램들 뿐이어서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여성들의 경제활동에 대한 욕구가 늘고 있지만 사회적 여건은 이에 따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역 여성단체 행사에 참가해 취업자료를 둘러보는 주부들.

대전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취업,창업에 앞서 보다 다양한 정보와 교육기회를 얻고 실질적인 경쟁력을 갖추기에 대전의 환경은 너무나 척박하다. 이는 지역 내 몇몇 여성대상 훈련기관들의 프로그램 구성이나 진행만 살펴보더라도 한눈에 알 수 있다.

최근 제2 대전여성문화회관이 개관하면서 대전에는 여성회관 두 곳과 여성인력개발센터, 사회복지관, 평생교육원 등 몇 군데의 여성대상 훈련기관이 존재하게 됐다. 하지만 성격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여성문제에 대해 인식이 덜한 이들이 실무를 맡으면서 거기에서 오는 프로그램 개발 미진과 기존방식의 답습은 수요자보다는 공급자 중심의 훈련을 제시할 뿐이다.

타이틀은 여성직업훈련기관이라지만 정작 운영에 있어 문화원인지 취미생활 학원인지 헷갈리는 단체들의 정체성은 몰려드는 여성들을 계층이나 연령, 교육수준 같은 단순한 기준으로 나누어 포괄적인 훈련대상으로 삼아 버린다. 여기에 수강생 유치를 위한 단체 간 경쟁은 특성 없는 동일 프로그램 중복개설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프로그램은 어떤가. 여전히 미용이나 요리, 양재 등에 치중하거나 간혹 부가가치가 높은 아이템이라도 단편적인 상식을 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훈련은 결국 여성과 남성에 입각한 성역할의 분담 구조를 여전히 더듬으면서 노동시장에서의 직업분리 현상을 앞장서서 심화시킨다.

전문화 된 훈련 기회 충분히 마련돼야

대개 3개월 과정으로 이뤄지는 일회적이고 단기적인 프로그램들로는 심층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의 효과를 얻을 수 없고 상대적으로 알맹이는 없이 수강 횟수만 늘어버리는 꼴이 된다. 수료증은 여러 개지만 정작 실전에서 경쟁무기로 내밀기에는 약하다는 점이다. 이는 지역여성들이 보다 전문화된 훈련기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실질적인 취업정보와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여성들의 취업, 창업의지를 북돋아야 할 단체들이 오히려 이들의 영역을 일정한 분야에 한정시켜버리거나 무한한 가능성의 의지를 꺾어버릴 여지를 남기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더구나 단체를 찾는 상당수 여성들에게는 취업이 선택이 아닌 절실한 '생계유지 수단'이 되고 있다. 기존의 방식이나 프로그램만을 좇기보다는 한 발짝 나아가 여성들의 미래와 비전에 대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이들을 이끌어 갈 수는 없는 것일까.

이를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이고 열린 직업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여성 중에서도 주부, 그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조건인 저학력, 저소득 여성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연구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또한 직업을 구하고자 하는 여성들과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 간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훈련에 초점을 맞춘다면 여성들은 잠재돼 있던 능력을 개발할 수 있고 기업은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인력개발 문제는 대전시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당면한 과제다. 과연 어떤 것이 여성들의 인적개발과 함께 실질적인 복지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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