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보좌관제 지속' 주장 시민 시선 곱지 않아


최근 ‘정책보좌관제’를 놓고 대전시청 내에 미묘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6급 이하 공무원들을 회원으로 둔 대전시공무원직장협의회에서는 인사 숨통을 트기 위해 정책보좌관제를 계속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가운데 대전시 인사 담당 부서와 염홍철 대전시장이 이 제도를 더 이상 시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충돌 조짐도 보이고 있다.

대전시공무원직장협의회는 이 제도가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가 감지되자 최근 회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이 제도를 계속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이 높았다. 공직협은 이 같은 설문 결과 내용을 지역 언론사에 제공해서 다음날 지면을 통해 보도됐다.

대전시공직협은 며칠 뒤에는 정책보좌관제 활용 방안을 제시하며 명분을 모색하는 듯한 모습을 모였다. 지난 1년간 시행해 왔던 정책보좌관들의 취업상담 실적이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자 공무원교육원의 교수요원이라든지 민원상담관으로 활용하면 어떠냐는 안을 내 놨다. 또 대전시의회 의정보좌관제 활용도 제시했다. 공직협의회는 여기에 현재 1년 단위로 운용되는 정책보좌관제를 6개월 단위로 잘라서 하면 어떠냐는 안도 보탰다. 공직협은 많이 물러서는 듯한 모습이지만 결국은 정책보좌관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대전시공직협은 이 같은 여러 가지 제안과 함께 이 달 초 염홍철 대전시장과 갖는 정례자리에서 공식 안건으로 이것을 다루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공직협의 이 같은 행동을 보면서 다소 애처롭기까지 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물론 이 같은 움직임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7급 주사보 10-12년이 다반사요 6급 주사로 10년 이상 지냈다는 분들이 수두룩하다. 이러다가는 사무관도 못달고 정년을 맞이해야 할 지경이라는 자조섞인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공무원 조직 내에서 10년 전과 비교하자면 엄청난 변화다. 95년도의 경우 6-7년만에 사무관이 됐다는 얘기와 견주자면 불만이 나올 법 하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눈을 잠시 밖으로 돌려 시민의 눈높이에 맞추면 어떨까 싶다. 밖은 정말 살벌하다. 일반 기업은 '삼팔선'이다 '사오정'이다 해서 아예 정년이 없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게 현실이다. 때때로 닥치는 구조조정은 직장인들을 스트레스 속에서 시달리게 한다. 월마다 주마다 마감이다 실적이다 성과다 해서 소위 안정된 직장이라는 공직사회에 대한 부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럴진데 공무원들은 법으로 보장된 신분을 스스로 줄여가며 선배공무원들을 내보내려 하고 있다. 몇 년 뒤 자신들에게 닥칠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 눈앞을 위해 1년 줄이기를 강요하고 있다. 법을 집행하고 또 준수하는데 앞장서야 할 공무원들이다. 이것을 스스로 깬다는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공무원 내부의 조직관리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30년 공직생활 마지막을 이처럼 허망하게 후배들에게 밀려 나간다는 것은 공직사회의 자긍심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정책보좌관제나 대기발령이라는 제도로 공직사회에 정년퇴임식은 아예 사라졌다는 게 공무원 내부에서 나오는 얘기들이다.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볼 때는 수긍할 수 없다는 게 더욱 큰 문제다. 결국 정책보좌관제를 시행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놀고 먹는 공무원을 위해 열심히 세금을 내라는 얘기나 마찬가지 아닌가.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 시민은 지금 아무도 없다.

대전시 공직협의회는 인사 숨통을 트기 위해 1,2년만 하면 된다고 한다. 또 잘 활용하면 효과를 거둔다는 얘기도 한다. 소위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스캔들이란 말에 견주면 공직협은 로멘스를 즐기겠다는 얘기지만 시민들은 그렇게 보지 않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스캔들이다. 그것도 엄청난 스캔들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정년을 줄이라면 어떻겠는가. 공직협이 시민의 공복이라면 이런 식의 이기주의적 스캔들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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