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이전 "이미 3년전 결정된 것" 황당

대전시교육청은 '대전외고'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가로 젓는다. '피곤하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이 같은 행동 속에 늘 "외고 이전이 결정된 게 없는데 왜들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여론을 수렴하겠다", "대전시민의 의견을 들어 처리하겠다"고 밝혀왔다. 이 같은 것은 거의 일관되게 이뤄졌다. 지난 2001년부터 한결같았다. 기자가 대전외고 이전문제를 취재하기 시작한 지난 4월부터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다.

지난 6월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전덕생 관리국장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이전 문제를 최종 발표하기로 한 10월까지는 공론화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몇달 안 남았다. 10월에 가서 최종 결정할 것이다. 외고 이전은 새로운 사실도 아니고 몇년 전부터 지속돼 온 사안이다. 대전시의회와 해당 민원인에게 수 차례 얘기했던 것이다. 그 이전에 인터뷰 하거나 기사화되면 아이들이 불안해 한다. 10월까지는 공식적으로 아무 말도 않겠다."

교육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대전외고 이전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면 의견을 수렴해 결정을 내리겠다는 대답이 전부였다. 소위 결정된 게 없다는 해석을 낳게 하는 발언이었다.

지난 5월 오광록 의장은 "이런 문제로 계속 시간을 끌면 학생들에게도 피해가 가고 행정력 낭비도 많다"며 "조만간 교육위원들의 의견을 모아 빨리 결론을 내리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상범 부의장은 "10월 학교를 지어 놓고 교육수요자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보고 결론을 내리도록 하자"면서 "그때 가서 원치 않는다면 재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김봉제 위원은 "학부모들 요구사항을 들어보면 타당한 점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외고 이전을) 강행하기 어려운 것 같다"며 "그러나 먼저 학교를 시설해 놓고 최종 결정했으면 한다" 고 말했다. 김신호 교육위원은 "현재로서는 진상파악을 못했다"면서 "그러나 아이들을 위해 어떤 선택이 가장 효과적인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으며, 김주경 위원은 "집행부의 결정에 맡기자"며 이전 찬성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대전외고 학부모들은 늘 노심초사해 왔다. 한마디 한마디에 흔들리며 불만은 높아져만 갔다. 지난 5월 17일 교육청 앞에서 이전반대 집회를 가진 학부모들은 지금까지 1인시위를 계속 이어오고 있다. "딸 아이의 부탁 때문에" "아들 녀석이 맘잡고 공부하도록" 이유는 다양했지만 학부모들은 외고 이전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학부모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교육관련 단체들이 급기야 공동대책위(대전외국어 이전추진에 따른 교육행정 비리척결과 올바른 교육자치 실현을 위한 시민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반대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7일 학부모와 관련 단체 대표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육행정 비리척결과 대전외고 이전 백지화를 위한 시민학부모 결의대회를 가졌다.

그러면 대전시교육청의 현재 입장은 무엇인가. 기자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과에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 의외의 답변을 듣게 됐다. "이미 2001년에 결정된 사항"이라는 것이다.

이 공무원은 "교육위원들이 승인해 준 사항이니 만큼 더 이상 대전시의회를 통과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오는 9일부터 각계 사람들에게 초청해 설명회를 갖고 최종 결정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도대체 이게 무슨 얘긴가. 결정된게 없다고 수차례 이야기 하던 외고문제가 2001년에 이미 결정됐다니...

교육은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과정이라고 한다. 인수분해도, 고려사의 역사도 중요하지만 사회에 나가 민주적인 시민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대화와 토론, 절차와 과정 그리고 결과에 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20년 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회인으로서 생각해 본다. 그리고 정정당당하고 일관성 있는 대전시교육청의 교육행정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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