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동 노인정 사태에서 본 우리 사회 '님비'


기사 제보가 접수됐다. 어린이들이 뛰어 놀아야 할 놀이터에 노인정을 짓고 있다는 것. 주민 전체의 의견을 듣지 않은 행정관청의 무책임을 지적하는 장문의 글이었다.

그러나 취재 결과, 대다수 주민들은 노인정은 반드시 건립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상황도 그랬다. 인근 빌라 촌에 200여 세대의 주민들이 살고 있으며 현재 노인정은 비도 피할 수 없는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파라솔 밑이 고작이었다. 또, 구 소유로 돼 있는 놀이터 부지가 아니면 부지를 매입해 공사를 해야해 놀이터에 들어설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함도 있었다.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지만 일부 주민들이 공사 차량을 무력 저지하면서까지 막는 이유는 노인정이 들어설 경우 북편으로 나 있는 녹지대의 시야가 가려지고 노인들로 인해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교육 환경이 나빠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일거리 없는 노인들이 낮술을 하거나 다툼이 있을 경우 욕이나 거친 말들이 오가게 되고, 이런 것들은 아이들이 배워서 좋을 것이 없다는 게 노인정 건립 반대 이유였다. 주민 전체의 의견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된 공사라고 말하는 것은 '왜 내 말은 듣지 않았냐'는 항변에 불과한 것이었다. 내 집 앞에 들어서는 것을 알았더라면 절대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고령화사회 노인문제 깊은 관심 필요

노인정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역지사지' 해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대목에서는 노인정 건립을 찬성하는 주민들도 큰 소리를 내지 못하고 만다. 자신의 집 앞에 노인정이 들어오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았다. 이런 이유로 24평의 노인정은 290여평 놀이터 부지에서 이곳 저곳으로 쫓겨다니고 있다.

노인정이 과연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의 대상일까라는 질문은 너무나 쉽게 '그렇다'로 귀결됐다. 대한민국에서는 아직도 노인정은 혐오시설에 불과했다. 노인들은 술 먹고 주정하는 아이들의 교육에 좋지 못한 존재들로 인식되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이미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인 400만명이 넘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고 2026년에는 그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인정은 절대 안 된다며 공사 차량을 저지했던 주민들. 그들 역시 23년 후에는 초고령화 사회의 노인이 된다. '역지사지'는 바로 이런 때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노인정 문제를 묻자 "말해 무엇하느냐"며 안쓰럽게 고개를 돌리던 한 노인. 그의 굽은 등에서 혐오시설, 혐오 대상자가 돼버린 우리 사회 노인들의 처지를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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