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대전동물원 놀이시설 괸리

오전에 점검을 마친 시설에서 오후에 사고가 났다면 믿을 수 있을까.

지난 6일 사고가 난 대전동물원 놀이기구 '비상탈출'이 그랬다. 형식적인 안전점검과 수입품에 대한 애매한 점검 기준이 만들어 낸 인재였다. 불과 몇 시간 전 실시된 점검에서 '합격판정'을 받은 놀이기구에서 난 사고는 안전 불감증을 탓하기에 앞 서 '어이없다'는 게 주변의 반응이다.

더구나 이 시설에 쓰이는 고무로프가 수입품이어서 안전여부 진단 기준이 애매하다는 관계자의 변명은 목숨을 걸고 놀이시설을 타게 했다는 얘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 놀이기구는 해외 제조업체에서 만들어져 국내에는 아직 안전성에 대한 정확한 진단·관리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물원 개장 이후 1년여 동안 이용객들은 목숨을 담보로 짜릿한 스릴을 즐겼다는 것이다. 과연 이 시설이 그렇게 위험 속에 즐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었을까. 되돌아보면 위험천만의 일이다.

안전검사 있으나 마나.. '어이없다' 시민 반응

또, 이 시설은 일반 놀이기구와 같은 '유원시설'이 아닌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항목이 없어 편의상 '재난관리 대상기구'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역시 수입품이라는 시설 기준에서 오는 분류였고 이것이 결국 안전점검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다. 대전시민을 비롯한 관람객들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었고 그것이 6일 사고로 이어진 셈이다.

점검 기준에도 문제는 있다. 사고 당시 끊어진 고무 로프는 지름이 약 8cm 정도의 크기로 제조업체에서는 350회를 사용한 후 교체토록 규정해 놓았다. 그러나 사고는 275번째 탑승자에게서 발생했다. 그렇다면 교체 기준 마련 근거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80여 회나 더 사용할 수 있는 로프가 끊어졌다면 안전 검사는 있으나 마나다.

사고 후 4일이 지난 지금까지 정확한 원인은 나오지 않고 있으나 운영업체는 온도변화에 따른 부식으로 추정하고 있다. 점검 기준 마련 시 온도 변화에 따른 로프의 부식정도를 감안하지 않았다는 건 어떤 이유로든 설명이 되지 않는다.

운영관리업체인 계룡레저산업(주)측에서는 "로프가 고무로 만들어져 있어 8-20도 가량의 온도를 늘 유지시켜야 하는데 지난 겨울을 보내면서 날씨 등 온도변화로 인해 약해져 있었던 것 같다"며 "국내에 시도된 첫 기종인 만큼 당국에도 점검기준이 없어 이제까지 자체 메뉴얼에 따라 점검해 왔다"고 밝혔다.

홍보에 앞서 안전점검 힘써야

감독 관청인 대전 중구청의 말을 들어보면 이번 사고에는 감독 소홀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바퀴로 레일 위를 달리는 식의 놀이기구의 경우 유원시설 협회의 사전심사 결과와 심의에 따라 유원기구로 허가(관광진흥법 23조)를 내주게 되어 있지만 해외업체에서 제작해 들여온 '비상탈출'의 경우 아직 국내 검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정확한 규제책이 없다는 것이다. 적당한 규제책이 없다면 오히려 가장 엄격한 규제 대상으로 포함시켜서 관리했더라면 사고는 방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대전동물원 관계자는 "이번 사고의 전적인 책임과 모든 잘못은 운영업체와 우리에게 있으며 책임회피는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하지만 대전동물원을 찾는 대부분이 외지 이용객인 만큼 대전의 이미지를 생각해 더 이상 크게 부각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염려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사고로 대전동물원 주말 입장객 수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인명 피해가 없는 것 또한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운영업체는 요행으로 비켜간 최소한의 피해를 두고 가슴만 쓸어 내리기 전에 새로 시작하는 자세로 안전을 점검해야 할 것이다.

이용객 감소는 시민들이 놀이기구를 위험시설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홍보를 통해 다중의 이용을 유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안전한 시설을 갖추고 고객들을 맞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대전동물원을 찾아 전국에서 모여드는 고객들을 감안, 이번 사고를 계기로 중부권을 대표하는 문화관광지로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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