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IS'는 악성 '교단분열 바이러스'인가.


산부인과에서 하는 임신중절수술이란, 때를 놓치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를 둘러싼 지리한 교단갈등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미 배가 남산만해진 임산부를 놓고 '낙태를 시켜야 한다' '아니다'하고 싸우는 모습이 연상된다. 교육당국은 '그냥 낳자'하고, 전교조는 '어차피 기형아니까, 낳아서는 안 된다'고 버티는 꼴이다. 비유를 좀더 하자면, 교육부는 '태아에 문제가 있더라도 우선 낳아놓고 고쳐보자'는 입장인 반면, 전교조는 '탄생 자체가 비극'이라며 원천봉쇄를 주장한다.

NEIS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현직에 있는 몇몇 선생님들에게 물어보았다. 대답은 뜻밖이었다. 인권위가 지적한 '인권침해'에 대한 특별한 견해는 찾기 힘들었다. 아마도, 전교조를 주도하는 선도적 교사들만큼 이에 대한 인식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결같은 이야기는 '불편하고 번거롭다'는 것이었다. 안 하던 일을 해야 한다는 업무가중 때문인지, 사용법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시작부터 해버린 처사 때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아무튼 NEIS 시행은 절차에서부터 상당히 문제가 있는 듯 하다.

'나이스'냐, '네이스'냐, 흑백논리의 극단

컴퓨터가 세상에 나오면서,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Orwell, George)' 의 '1984년'이 시사하는 '빅 브라더에 대한 숭배, 개인생활의 감시, 사상통제를 목적으로 한 언어의 간략화'등의 기막힌 역유토피아에 대한 두려움 이야기는 제법 흔한 편이다. 컴퓨터가 조만간, 그런 세상을 가능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NEIS를 둘러싼 잡음을 지켜보면서, 오웰이 일찌기, 1949년에 경험했을 '완벽 통제사회에 대한 두려움'이 어렴풋이 상상되기도 한다. NEIS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심사가 어쩌면 거기까지 닿아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NEIS를 둘러싸고 '나이스'로 읽을 것인가, '네이스'로 읽을 것인가부터 놓고 한 치 양보도 없이 다투는 모습은 '흑백논리'의 극단이다. 얼마나 골치가 아팠으면 방송국에서 '엔·이·아이·에스'라고 부르기로 했다니, 웃지도 못할 풍경이다. 지겨운 NEIS논쟁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은 몇가지 의문을 품는다. NEIS의 문제가 '윤리'의 문제요, '기술'의 문제임에도 왜 기어이 '정치 문제화'하느냐 하는 것이 그 으뜸이다. 끝끝내 '폐기'를 주장하는 전교조의 정치적 목적이 따로 있는 것인가, 아니면 '계약파기'의 오명을 감수하면서도 밀어 부쳐야 할 정치적 이유가 정부당국에 별도로 있는 것인가.

여론에 비쳐진 것은 이랬다. 죽기살기로 싸우는 전교조와 교육당국의 참으로 한심하고 경직된 모습은 보기에 너무나도 흉했다. 인권위에서 '일부에 문제가 있다'고 분명하게 지적한 일을 놓고, 무작정 밀어 부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전교조와 교육당국이 일종의 '합의'에 이르렀다고 했을 때, 내용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은 안도했다. '교무·학사, 보건, 진·입학 등 3개 영역을 모두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으로 하되, 올해는 고3에 한해 NEIS, CS, SA를 모두 허용하고 내년 6월 이전까지 CS로 전환한다는 것'이 합의의 내용이었다.

문제본질 벗어나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

이는 'NEIS에 문제가 있다'는 인권위의 지적을 받아 들인데 더하여, 전교조의 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었다. '실질적으로 NEIS를 완전히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 이 합의를 놓고 교육계는 다시 일대 소란이 일었다. 대통령도 '한번 성질을 보여주고 싶었다'나 뭐라나, 윤덕홍 장관의 어물쩍한 처리를 지적하고 나서는 그 끝에, 결국 정부가 NEIS의 불씨를 다시 살려내는 정책을 내놓았다. 설핏 보기에, NEIS를 둘러싼 논쟁은 문제의 본질을 훨씬 벗어나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되어버렸다. 허투루 합의를 봤다가 낭패를 당한 말미에 약속을 뒤집은 정부당국이 우선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NEIS가 시행되면 온 나라가 시궁창에라도 빠질 것처럼 난리 치면서 목숨 내놓은 사람들 마냥 날뛰는 전교조의 모습도 가당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또다시 '연가투쟁'이란다. 무슨 유행가 노래제목도 아닌 '연가투쟁' 운운이 전교조, 교총에서 막 나온다. 어쩌자는 것인가. 귀를 막고 사는 얼간이에 청맹과니집단이 아니라면, 말없는 대다수 국민들이 경악해하는 '교단 뒤엎기'식 발상이 왜 돌림병처럼 번지고 있느냐 이 말인 것이다. "연가투쟁? 하기만 해봐라!"하고 벼르고 있는 분노한 학부모들의 앙 다짐 표정이 정녕 안 보이는가.

NEIS를 놓고 좌충우돌해온 교육당국이 먼저 정식으로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순서다. 특히, 합의를 해놓고서 뒤늦게 엎어버린 무신(無信)한 처사에 대해서, 전교조에 정중하게 유감의 뜻을 표하고 설득에 나서야 한다. 전교조 또한 마찬가지다. 투쟁의 관성에 온몸을 내맡긴 채, 무슨 절단이라도 내야 직성이 풀릴 듯한 몸가짐으로 매사를 주먹부터 앞세우지 말라. 이번에는 섣부른 합의안에 고개를 끄덕인 교육당국이 백 번 잘못했지만, 그것이 끝이었으니 절대로 막을 다시 올리지 말라는 교조적인 자세를 굳히지는 말기를 바란다.

NEIS는 낙태불능의 '만삭 태아', 현실적 대안 찾아야

대다수 국민들은 NEIS가 무엇인지, CS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오늘날 교단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는 NEIS가 무슨 확인된 악성 바이러스가 아닌 바에야,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본다. 정부당국이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시정하고 보완하겠다고 하는 한, 하루빨리 문제점이 보완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미덕이 아닐까. 세상에는 져주는 쪽이 실제로는 이기는 묘한 경기도 숱하게 있는 법. NEIS논쟁을 보도하는 언론의 죽 끓듯 하는 변덕과, 얇은 냄비기질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채,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자, 그 얘기인 것이다.

'정보화'는 시대적 과제다. NEIS를 둘러싼 오늘날의 갈등이 '정보화'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엇나가서는 안 된다. 좀더 차분한 이성으로 문제의 본질을 살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모든 '감정'을 가라앉히고, 사안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윤리'에 대한 이견이든, '기술'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든 간에 효율적인 대화를 통해 빨리 해결하라. 모든 불신을 털고, 불순한 정치적 목적 따윌랑 품안에서 꺼내 내동댕이 치라. 더 이상 "저 사람들 선생님 정말 맞아?"하고 갸웃거리는 민심을 부디 외면하지 말고, 멱살 잡은 그 손을 서둘러 풀라.

일단 시작은 하되, 교사들이 불편해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교원통제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는 또 무엇인지, 그리고 인권침해를 현저히 초래할 요소는 무엇인지 낱낱이 헤아려, 좀더 완벽한 시스템으로 고쳐가야 한다. 전교조가 협조하기로 마음만 먹는다면, 결코 못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누가 됐든 NEIS를 정치투쟁 감으로 삼고 계속 세상을 흔들고 가기에는 너무 늦었다. NEIS는 모종의 문제점을 안고 이미 세상에 태어났거나, 낙태수술이 불가능한 만삭의 태아와 같은 존재처럼 보인다. 함부로 손을 댔다가는 태아뿐만이 아니라, 산모조차 위험해질 수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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