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장관의 '큰일 날 소리'


권기홍 노동부장관이 27일 중앙일보와의 회견에서 밝힌 내용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권 장관은 상기 인터뷰에서 최근의 물류대란과 NEIS관련 전교조안 수용에 대해 "정부는 힘에 밀린 것이 아니라 그들이 명분 있는 주장을 했기 때문에 수용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무조건 엄정하게 대응하기보다 일리있는 주장엔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권 장관의 말 중에서 일정 부분은 옳다. 그러나, "틀린 주장이 아닌데 불법행동을 엄단하기만 하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한 말은 문제가 있다. 또, "농림부가 농민 편을 드는 것은 시비하지 않으면서 노동부가 노동자 편을 드는 것은 왜 문제삼느냐"면서, "노동부는 정부 내에서 노동자를 대변해야 하며, 그것이 노동 편향이라면 편향하겠다"고 한 말도 발언 사실여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올바른 주장이면 불법 저질러도 된다?

뿐만 아니라, "기업은 분식회계와 변칙상속을 하면서 노조를 법으로 다스리지 않는다고 비판해서는 안 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노사간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심각한 위험성마저 느끼게 한다. 정부의 각료가 가진 의식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면 정말 큰 일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노동부장관이 노동자단체의 수장이 아닌 한 이렇게 막말을 해도 되는지 의심스럽다.

우선, '틀린 주장이 아닌데 운운...'한 부분이다. 주장의 옳고 그름과 준법과 불법 사이에 심각한 오해가 없다면, 이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아무리 상대방이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정당방위가 아닌 한, 불법적으로 상대방의 그릇됨을 입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의 기본정신이다. 마찬가지로 나의 주장이 아무리 옳아도 그것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관철시키려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권 장관은 큰일날 소리를 했다. 굳이 반대해석을 붙여서 발언을 뒤집어보면, "올바른 주장이라면 불법적인 행동을 해도 엄단하지 않겠다"는 말이 된다. 이 무슨 엉터리 논리인가. 올바른 주장이 당연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회가 문제이긴 해도, 주장의 정당성과 법적 정당성은 전혀 다른 문제여야 한다. 아버지의 잘못이 입증된다면, 뺨을 때린 자식의 죄를 묻지 않겠다는 발상인가. 아버지의 잘못과 뺨을 때린 패륜행위는 구분되어야 한다.

'노동편향' 공언, 배 끌고 산으로 가겠다는 꼴

그 다음, '농림부의 농민 편들기'를 예로 들면서 '노동부가 노동자 편을 드는 것은 문제가 없다, 노동부가 노동자를 대변하는 것이 노동 편향이라면 편향하겠다'고 말한 부분이다. 정부기관에 노동부를 존치한 진정한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관점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노동부가 노동자를 위해서만 있고 노동자의 편을 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 좁게 보고 있거나, 잘못 보고있는 경우다.

'노동자'는 한 나라의 산업을 주도하는 힘이다. 아울러 '사용자' 또한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산업의 한 기둥이다. 그래서 노동조합법을 비롯한 모든 노동관계법은 '노동자'와 그 카운터 파트너인 '사용자'의 권리와 의무를 금 그어 규정하여 조화로운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부는 노동자를 위한 정부기관이니까(노동자부?), 노동자 편을 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사용자 편을 들어줄 사용부(사용자부?)는 왜 없는가?

노동부가 하는 일이 결코 노동자의 편을 드는 일에 한정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노동부는 노동문제와 관련하여 노동자와 사용자 양측 모두에게 공평한 룰을 만들어 제공하고, 이를 충실히 지켜 산업평화를 이룸으로써 궁극적으로 나라의 발전을 꾀하는데 있다고 본다. 권 장관이 말한 대로 노동자를 대변하고, 노동편향을 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배를 끌고 산으로 올라가겠다는 얄궂은 발상에 다름 아니다.

'기업비리' '노조불법' 다 함께 엄중히 다스려야

마지막으로는 '기업의 분식회계와 변칙상속'을 '노조의 불법'과 대비하여 '노사간 균형'을 언급한 대목이다. 이건 무슨 유치한 개그도 아니고, 기업의 분식회계든 변칙상속이든 엄정한 법의 잣대로 다스려야 할 문제이지, 어떻게 노조의 불법과 바꿔먹을 일인가? 도대체 엄정한 법 집행으로 국정을 수행해야 할 장관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장관의 말은 신중해야 한다. 안 그래도 대통령의 다변과 어의에 대한 해석상의 차이 때문에 연일 시시비비가 일고있는 나라다. 어쩌자고 그러는 지는 모르겠으되, 그렇게 막나가고, 엇나가고, 비뚤게 나가서는 안 된다. 노동부가 힘없는 노동자의 억울한 일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해주는 역할에 비중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렇게 '불법도 좋으니, 올바르기만 하다면 막 해도 좋다'는 식으로 대문을 엉뚱한 방향으로 활짝 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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