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림 지방 신문업계...'기대와 우려' 겹쳐


지방신문사들이 따로 따로 모였다. 한국지방신문협회(회장 김상훈 부산일보 사장)가 지난 3월 5일 창립총회를 열었고, 작년 5월 출범한 전국지방신문협의회(회장 안형순 강원도민일보 사장)가 같은 달 25일 첫 사장단회의를 열고 그 동안 미루어왔던 집행부를 구성했다. 알려진 바 대로 한국지방신문협회(이하 협회)는 1980년 5공 당시‘1도 1사’로 선정돼 살아남은 '춘추 6개사'(강원일보·광주일보·대구매일·대전일보·부산일보·제주일보)를 주축으로 하여 경남신문·경인일보·전북일보·충청일보 등 10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반면에 지방신문협의회(이하 협의회)의 멤버는 87년 후 창·복간된 후발주자가 대부분이다. 강원도민일보, 경남도민일보, 인천일보, 경북일보, 국제신문, 새전북신문, 전북도민일보, 대전매일, 중부일보, 제민일보 등 26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지난 해 출범 이후 춘추사 등의 참여를 기다렸으나, 별도로 문을 열고 협회를 구성하는 바람에 할 수없이 집행부를 구성했다는 주장이다. 손바닥만한 나라에서, 안 그래도 열악하기 짝이 없는 지방언론 환경을 생각하면 썩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저력을 키워 나가는 민주주의의 장점을 생각하면 기대되는 측면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건전한 경쟁심이 언론발전을 위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기대를 가로막는 어두운 요소는 출발과정을 바탕 삼고 있는 입장차이가 좀 심각해 보인다는 점이다. 협회 측은 '우리끼리만 하겠다'는 폐쇄적 사고가 바탕에 깔려 있는 듯 하고, 협의회는 그런 협회 측의 태도를 '기득권 집착'이라고 보는 못마땅해하는 시각인 듯 하다.

열악한 시장, 경영악화 자구책 마련 쉽지 않을 듯

사실 따지고 보면, 지방신문들은 지금 두 패로 나뉘어서 이런 저런 딴 목소리를 낼 계제가 아니다. 신문사 창간이 자유화된 이후, 늘어난 신문과 IMF환란위기 등 경제난으로 악화를 거듭해온 지방언론 환경이 미상불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부침(浮沈)한 지방신문사의 수만 해도 꽤 여럿이다. 지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의 그늘에서 전전긍긍하는 신문사가 적지 않다. 마땅한 타개책이 조속히 뒤따르지 않는다면 머지 않아 휴간·종간을 결심해야 할 지경에 다다른 회사도 있는 것으로 들린다.

발등에 불 떨어진 격인 화급한 상황에 처한 지방신문사들이 편갈라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분권화시대에 지방신문이 해야 할 사명은 막중하다. 우선 권력이 분산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많은 문제들을 제대로 짚어줄 사명이 있다. 분권은 필요하고, 그 분권을 소화해낼 만큼 지방자치단체는 튼실하지 못한 모순된 현실 속에서 언론의 역할은 더더욱 소중하기 때문이다. 아직 자리잡지 못한 채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는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해야 할 소임은 지대하다.

터놓고 이야기해보자. 경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지방신문사가 제대로 된 신문을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한 것 아닌가. 사이비 기자를 양산할 개연성도 한층 높아진다. 광고 한 판에 기사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은 양반이다. 광고 안 준다고 어거지 기사를 대문짝만하게 써 갈기기도 한다. 이쯤 되면 언론 자유화를 되려 비난해온 국민들의 목소리에 힘이 더욱 들어갈 수밖에 없다. 시장논리에 의해서 신문사가 명멸하는 것은 당연한 원칙이나, 지켜보는 사람들의 심정은 참으로 딱하다.

정부 지원정책 논의되는 시점 '두 패 갈림' 공교로워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지금 지방언론 환경은 그런 한계에 도달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신문은 절대로 안 그렇다'고 강변하고싶은 신문사도 있을 것이다. 물론 어려운 가운데서도 정론을 지키고, 합리적 경영의 금도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신문사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오늘날 피폐해진 환경 속에서 지방신문이 살아나갈 묘책은 그리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시장은 작고, 이익을 나누어 가져야할 손은 이미 너무 많은 것이다.

지방신문의 지원을 생각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지원을 어떻게 해줄 것인가 하는 문제부터 고민일 것이다. 더 나아가서, 어디를 지원해주느냐 하는 문제, 즉 지원대상을 선정하는 문제야말로 난제 중의 난제일 것이다. 역사를 가지고 따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언론의 수준과 기능을 평가한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발행부수인데, 유가 부수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 현 상태에서 무어든 기준을 가늠하는 일부터 용이치 않다.

'지방언론의 육성'을 정책으로 삼겠다는 노무현 정권의 출발과 더불어 지방신문들이 두 패로 나뉘어 '협회'니 '협의회'니 하고 몰려다니는 것은 참으로 공교롭다. 혹시라도, 자생능력 향상과 자정노력은 뒷전으로 밀어놓고, 정부를 상대로 각각 소속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에 탐닉할 심산이라면, 결코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지 못할 것이다. 자율능력을 갖추지 못하는 조직으로는 이제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얘기다.

잿밥타령, 민망스런 힘 겨루기 몰입하지 않기를

어림도 없는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이쯤에서, 지역별로 과감한 통·폐합 논의를 발전적으로 추진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무리 보아도 한 입에도 불만일 작은 비스킷 한 조각 놓고서 아등바등하는 꼴인, 난립한 지방신문사들의 오늘 모습이 너무 답답해 보여서 하는 소리다. 신문사를 배경으로 사회적 경제적 특권을 누리겠다는 심보는 이제 통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누구든, 기자들 배 곯려가며 보도를 좌지우지하는 독단으로 뭔가 덕을 보겠다는 경영주라면 이제 생각을 고쳐먹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거대자본을 앞세워 겉으로는 '안 한다' 해놓고 여전히 은밀히 아파트 현관문을 두드리고 다니는 '자전거일보'의 횡포를 막는데 힘을 합쳐보는 것은 어떨까. 어찌 됐든 독자들로부터 사랑 받는 신문만이 비전이 있다. 독자들로부터 아낌을 받는 신문만이 살아남을 자격이 있고, 그런 신문만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열어놓고 하라. 진실은 꽁꽁 숨겨놓은 채 발행부수를 부풀리고, 역사나 들먹이는 낡은 수법으로 신문시장에서 살아남기를 바라는 것은 한참 어리석은 짓이다.

두 패로 갈라져서 돛을 올린 지방신문업계. 부디 산적한 난제를 훨훨 넘고, 우려를 말끔히 씻어가면서 긍정적인 미래를 열어가게 되기를 소망한다. 건전한 경쟁의 룰을 잘 지켜서 숱한 시대적 과제를 잘 풀어내는 역량을 키워내게 되기를 빈다. 사사건건 시끌시끌 시답잖은 명분론으로 갑론을박하는 체 하면서, 속으로는 잿밥타령에 눈이 어두워 물고 뜯는 민망스러운 힘 겨루기에 몰입하게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지방신문들은 지금 또 한번 중요한 전환기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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