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로 돌아간 월드컵 구장 민간위탁

월드컵 경기장 민간위탁과 관련 우선협의대상업체인 (주)미건의료기가 사업포기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혀 사실상 올 상반기 중 월드컵 경기장을 민간에 위탁하겠다는 대전시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유일한 공모업체였던 미건이 위탁 수익금 전액을 대전시티즌 발전기금을 위해 쓰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도 포기 선언을 한 것은 대전시가 정해준 운영 계획대로라면 한해 10억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달 남짓 미건이 대전시와 논의한 내용은 스포츠용품 전문매장을 공모 당시의 계획대로 대형유통 할인매장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해줄 것과 실외 골프연습장 허가, 유스호스텔 사업 유예 등이다. 이런 것들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눈에 보이는 뻔한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위탁 운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대전시가 내 놓은 위탁방안은 사업성이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지난해 12월 5일 현장 설명회에서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 유통사들을 중심으로 총 16개 업체가 참여했으나 대형 할인유통매장에 눈독을 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대형할인매장 억제 정책 때문에 스포츠용품매장으로 계획이 변경된 뒤에는 어떤 업체도 나서지 않았다. 스포츠용품전문매장으로는 전혀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것이 업체들의 분석이다.

실내 골프장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유성, 둔산지역에서 일부 성업중인 실내 골프장도 사향화 되고 있어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관련 업자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대전시는 올 상반기까지 월드컵 경기장 운영금으로 약 6억원 정도의 예산이 책정돼 있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여유를 부리고 있다. 예산이 소진될 때까지 입맛에 맞는 업체를 고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전시가 마냥 여유를 부리고 있을 상황은 아닌 듯 싶다. 5개월 남짓이라는 시간은 결코 길지 않을 뿐더러 현장 설명회 이후 결과서도 볼 수 있듯이 현재 대전시가 제시한 계획안에 맞춰 입찰에 응할 업체가 있을지 미지수다. 이익을 내지는 못할 망정 적자를 감수해 가면서 까지 위탁운영을 맡을 기업이 있을 턱이 없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차선책으로 시 시설관리공단이나 체육시설관리사무소를 통해 위탁 관리한다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지만 한해 16억원 이상 소요되는 관리비용을 시민의 혈세로 충당해야 한다는 데에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

결국 대전시는 지금의 상황에서 특단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시 관계자가 이야기했듯이 서울 김포공항이 멀티플렉스, 식당가, 스포츠센터 등 대중레저단지로 변모하는 것 처럼 획기적인 발상으로 월드컵 경기장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면 대전시의 입맛에만 맞는 업체의 등장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변해야 한다.

월드컵 경기장 민간 위탁 계획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대전시는 재공모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 공모를 통해 위탁운영 업체를 선정할 요량이라면 단순히 이전의 계획들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옴짝달싹 못 할 범위를 정해놓고 그 틀에 업체들을 끼워 맞출 것이 아니라 획기적인 방안이 제시될 수 있도록 규제를 푸는 방법은 어떨까.

′전거복철′이라는 고사성어를 꺼내지 않더라도 1차 입찰 무산을 되풀이하는 과오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건립된 월드컵 경기장이 혈세 먹는 하마가 될지 환희의 기념물이 될지는 앞으로 대전시의 입장 변화에 달려 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