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향 신년음악회를 보고


지난 24일 오후 엑스포 아트홀에서는 대전시향의 새해 맞이 신년음악회가 열렸다. 새해들어 처음 열리는 시향의 공연이라서 그런지 여느 때보다 시민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많았다. 입장권은 공연 시작 전 이미 매진됐고 표를 구하지 못한 많은 시민들은 아쉬움에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입구 앞에 모여 있었다. 그런 시민들을 스태프들은 중간휴식시간을 이용해 입장시켜주는 배려를 했다.

이같은 배려 덕에 공연장은 초만원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통로에까지 가득 들어차 있어 객석 앞쪽으로는 진입조차 힘들었고 선 채 관람하는 사람들도 상당수에 이르렀다. 연주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조명이 꺼졌지만 곳곳에서는 늦게나마 자리를 찾아온 사람과 이미 앉아 있던 사람간의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거나 비좁은 통로를 통해 뒤쪽으로 빠져나오는 사람들로 인한 소음이 계속됐다.
대단한 열기였다. 이런 열기와 더불어 2시간 반이 넘게 진행된 공연도 성공적이었다. 마지막 연주가 끝나자 청중들은 환호와 함께 기립박수를 보냈다. 함신익 지휘자는 2번의 커튼콜과 2곡의 앙코르 연주로 화답했다.

그러나 열광적인 환호 속에 막을 내린 공연장을 나오면서 머리에는 개운치 않은 장면이 지워지질 않았다. 어떤 이의 말대로 티켓을 사지 못한 관람객들이 서서 공연을 감상하는 것은 아직 예매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빚어질 수 있는 현상이라고 친다해도 관람석 가운데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지정석이 상당수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대개 지정석은 시 관계자나 기관장 등 유력 인사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관례상 초청석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 하지만 지정석이 100% 들어차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와주십사 하는 자리에 정말 와주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나마 예의상 공연장을 찾았던 사람도 중간 휴식때면 자리를 떠 공연이 끝날 때까지 그 자리는 빈자리로 남기 일쑤다. 바로 옆 통로에는 학생들이 바닥에 앉아 열심히 경청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최근들어 많이 줄어가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관례적으로 초청인사들의 좌석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공연을 선보이겠다는 취지보다는 그들의 명성을 세워주고 권위에 흠집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오지 않은 인사의 자리를 굳이 빈자리로 남겨둘 필요가 있는 지 의문이다. 또 의무감과 형식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초청할 필요가 있는 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그런 자리라면 통로에 앉아 공연을 경청하는 시민에게로 응당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지난해 염홍철 대전시장이 지정석 티켓을 마다한 채 직접 표를 구입해서 입장했던 일화가 머릿속에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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