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장 발목 잡은 강도사건

지난 9일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강도·강간 사건이 전파를 탄 뒤 대전시가 울상을 짓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전시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번 사건이 지방 세수 확충의 보증수표 격인 경륜장 사업에 가장 큰 걸림돌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실내 경륜장이 있는 경남 창원에서 택시기사 3명이 경륜으로 잃은 돈과 빚을 갚기 위해 상습적으로 부녀자들을 납치한 뒤 현금과 신용카드 등 1천여만원이 넘는 돈을 빼앗은 혐의로 붙잡혔다. 이들은 돈을 빼앗은 것에 그치지 않고 부녀자들을 성폭행 한 뒤 나체 사진을 찍어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협박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에는 경기도 하남에서 창원까지 원정 경륜을 갔던 경륜 매니아(?)가 600여 만원을 잃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식당 등에서 좀 도둑질을 하다 잡힌 사건도 일어났다.

새해 벽두부터 경륜장과 관련된 릴레이 강도 사건을 접한 시민들은 경륜의 중독성과 폐해를 실감하며 혀를 찼다.
이번 사건을 접한 사람들 중 가장 놀란 이들은 대전시. 아마도 창원 경륜장 관계자들보다 더 놀랐을 것이다. 대전시는 올 상반기 중으로 경륜장 건립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연초부터 세미나와 토론회 등을 통해 여론을 조성 할 계획이지만 불가피하게 시기를 늦춘 상태다.

더욱이 지난해 12월 13일에는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시민대토론회를 벌인 결과 16대 2로 찬성 쪽에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탄력을 받은 이후 여론 조성의 시기를 노리던 때에 뜻하지 않은 카운터 펀치(?)를 맞아 허탈함은 더 하다.

시에서는 현재의 상황이 유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2월중으로 세미나 계획을 늦췄다. 그러면서도 짐짓 한달 여 동안 이번 사건이 세인들의 기억에서 묻혀지길 바라고 있는 눈치다. 토론회를 개최하더라도 이번 사건이 대표적인 경륜장의 폐해 사례로 등장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대전시의 상황은 그야 말로 진퇴양난.
광주, 인천, 청주, 나주 등이 이미 경륜장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거나 대전시의 태도를 보고 사업 추진을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광주와 나주시가 일찌감치 지역민들의 여론에 힘입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고 인천과 청주시는 대전시가 사업 백지화 의사를 밝히거나 여론이 건립 반대쪽으로 기운다면 언제든지 발 벗고 나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대전시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관광부에서도 중부권에 1군데의 경륜장 건설을 허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대전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염 시장은 변화 없이는 빤한 지방 세수 확충을 위해 경륜장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시민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으로서는 경륜장의 ′경′자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2월중으로 세미나 등을 개최해 건립 쪽으로 여론을 몰아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그 때까지 이번 사건의 후유증이 사라질지도 미지수다.

경륜장 사업을 눈앞에 두고 창원에서 일어난 강도 사건으로 전전반측(輾轉反側)하고 있는 것이 대전시의 현재 상황이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