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내용으로 여론포화만 맞은 꼴

25일 오후 3시 대전시청 중회의실에서는 대전시 경륜장사업의 타당성을 가늠하는 최종 용역보고회가 있었지만 대전시로서는 전혀 건질 것이 없는 보고서가 되고 말았다.

이날 제출된 최종 보고서는 지난달 28일 제출됐던 중간보고서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오히려 중간보고서의 내용보다 분량이나 상세함에 있어서 축약본이라는 인상이 짙었다.

회의장에 다소 일찍 도착한 취재진들은 최종 보고서를 보고 실소를 금하지 못했고, 보고회를 주재하던 염 시장도 발표 중간에 ″지난번과 다른 내용이 없으니 생략하고 지나가자″고 할 정도로 부실했다.

경륜장 사업 최종보고서는 다른 어느 누구보다 염 시장의 실망이 가장 컸을 것이다.
염 시장은 지난달 28일 있었던 중간 보고회에서 비록 완곡한 표현이었지만 시가 경륜사업을 추진할 경우 사행성 사업과 지역주민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사업이라는 비난을 반박할 수 있는 논리들을 마련해 주기를 은근히 기대 했었다.

보고서는 주 5일 근무제에 따른 여가시간의 연장으로 레저 산업의 급격한 성장이 있을 것이며 경륜사업도 이런 추세에 따라 건전한 레저 스포츠로 자리 매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사업 원년에 최소 540억원의 지방세 수입과 100억 이상의 순 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미빛 예상을 앞세우더라도 지역주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라면 전혀 설득력이 없다.

이런 이유로 염 시장은 ′집안 호주머니 털기′사업을 반박할 수 있는 지역주민 대 외지인들의 이용 비율에 관한 실질적인 통계자료를 용역 업체에 요구했다. 창원 경륜장이나 다른 지역의 경마장 등의 예를 든 구체적인 외지인 이용 비율이 필요했던 것이다.

용역 업체에서는 서울, 창원 등 교차투표(다른 지역의 경륜 상황을 동시 중계하며 배팅하는 방식) 통계가 외지인들의 이용 비율을 간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더 객관적이고 명확한 근거 제시는 하지 못했다.

또한 8천억원이라는 부채를 지고 있는 대전시가 경륜장 사업을 할 경우 어떻게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하는 재원조달 방안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용역보고서에는 밝히지 말았어야 할 순세계 잉여금을 바탕으로 한 건설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대전시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게 하는 꼴이 됐다.

이밖에 보고서가 최적지로 제시하고 있는 월평동 사이클장의 개보수 방안도 인근주민들의 반발과 공원부지 내 증개축 가능 여부, 진입로 개설문제 등 세밀한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어 주먹구구식 보고서였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다.

결국 최근 불거진 시티즌과 관련 문제 등으로 난처한 입장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모든 논리들을 반박할 수 있는 최종 보고서를 기대했던 염 시장에게는 아무 것도 건질 수 없는 최종 보고서가 되고 말았다.

염 시장은 경륜장 사업 시행여부를 백지상태로 두고 시민토론회를 통해 최종 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일단 보고회는 마무리됐다. 그러나 부실한 용역보고서를 위해 지출한 3,000여만원의 비용과 기대이하의 보고서로 인한 염 시장의 아쉬움(?)은 어디서 보상받아야 할지 아리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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