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학부모 배려하는 마음가졌으면

″아주머니 생방송 중에 그렇게 사람을 밀치고 방송을 방해하면 어떻게 해요? 생방송이란 말이에요. 생방송″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리던 6일 오전 8시30분 대전 제1고사장인 충남고 정문 앞에서는 대전 KBS 라디오 팀과 수험생 학부모들간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수능 고사장의 생생한 현장을 들려주기 위해 대전 KBS 라디오 팀은 시험시작 시간인 8시 40분을 10여분 남긴 8시 20여분부터 이날 정문 앞에서 선배들을 응원하던 OO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응원을 재현해 줄 것을 요구했다. 대 여섯명의 학생들은 쑥스러운지 잠깐 머뭇거린 뒤에 ′대∼한민국′을 연상케 하는 구호로 재기 발랄하게 응원에 소리 높였다.

하지만 충남고 측에서는 학생들의 시험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학생을 보내 조용히 해 줄 것을 요구했고, 생방송 상황을 모르고 있던 경찰이 나서 소리를 질렀던 학생들에게 조용히 할 것을 당부했다.

생방송을 중단할 수는 없는 일. 여자 리포터의 낭랑한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한 학부모가 나서 ″아이들 시험 보는데 방해되게 시끄럽게 그렇게 떠들면 어떻게 해요. 지금 듣기 평가 시간이란 말이에요″라며 리포터를 거칠게 밀쳤다. 다행히도 학부모들의 항의의 목소리는 ′잡음′이 되며 생방송은 커다란 무리 없이 마무리 됐다.

방송이 끝난 뒤 이번에는 리포터가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아주머니 생방송 중인데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사람을 밀면 어떻게 해요. 생방송 중이었잖아요. 생방송″

학부모들은 더욱 격앙된 목소리로 리포터에 대꾸했다.
″언제 생방송을 하겠다고 우리들한테 말한 적 있나?″ ″생방송이면 애들 시험 보는데 떠들어도 되는거요? 아이들 수능보다 생방송이 더 중요하단 말야?″ ″애들 인생이 달린 문젠데, 시험 망치면 책임 질거요?″

학부모 중 한 명은 화를 참지 못하고 교문 밖을 빠져나가는 방송 차량에 덤비듯이 달려들었다. 다행히 큰 마찰은 없었지만 방송 차량이 떠난 뒤에도 학부모들은 분을 삭히지 못했다.

이날 가장 거칠게 항의했던 학부형은 언어영역 듣기 평가가 8시40분이 아닌 8시 30분에 시작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그녀의 우려와는 달리 ′생방송′은 듣기평가에는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리포터의 행동은 우리 사회, 교육 현실을 잠시 잊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 내 교육 현실은 12년간의 정규교육의 결과를 수능 ′한방′을 통해 확인해야하는 어딘가 불합리한 구조이다. 서글프지만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리는 날만은 전국이 숨을 죽인다. 수험생들의 앞으로 인생이 단 한번의 시험에 달린 현실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경적소리는 이날만큼은 벙어리가 되고 사람들의 말소리는 저절로 몇 옥타브가 낮아진다. 부모들은 두 손을 곱게 모으고 자녀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이런 학부모들에게 큰 소리가 오가는 생방송 장면이 곱게 보였을 리 없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생방송이 아니라 자녀들의 인생이 걸린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이번 수능은 별다른 사고 없이 끝났다. 이날 아침 대전 KBS의 생방송도 ′잡음′이 조금 섞였지만 큰 사고는 아니었다. 하지만 방송을 끝낸 뒤 학부모들에게 ′생방송′임을 새삼 강조한 것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사장을 떠난 것만 못했다. 부모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을 전했으면 모양새가 더 좋았을 것이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