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충남대학교 교수)


1993년의 엑스포 개최로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대전은 2000년에는 전국에서 제일 살기 좋은 친환경적 도시로 선정되었으며, 지난 7월에 발표된 지표에 의하면 신경제에 대한 비전 있는 도시로 서울에 이어 2위에 속해 당당한 모습을 갖추어 나가고 있다.
더불어 대전의 발전을 가속화시키고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우리에게 주어졌다.

바로 2002 한·일 월드컵 대전경기가 그것이다.
대전은 이미 1993년의 엑스포를 성공리에 개최한 경험이 있긴 하지만, 월드컵 대전경기가 시의 위상과 발전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국제행사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고 마치 월드컵 행사만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것이 대회의 개최 목표인양 착각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명심해야 할 것은 월드컵 경기의 성공적인 개최가 우리의 목표가 아니고 그것을 통해서 대전이 한층 더 도약할 수 있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목표와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고 무조건 대전의 경기를 일본의 어느 도시보다도, 또는 한국의 다른 도시들보다 반드시 더 잘 치러야 하겠다는 생각은 출발부터가 잘못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단순히 공동 개최국인 일본보다는 모든 면에서 나아야 한다는 편협한 사고로 인해서 진정 이번 월드컵 개최를 통해 얻어야 할 많은 것들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경쟁이라는 것은 서로의 발전을 가속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맹목적으로 비교 우열을 가리는 것은 발전적 측면에서 큰 의미가 없고, 또한 결코 일본이 우리의 궁극적인 발전모델로 볼 수도 없으며 이겨야만 할 경쟁 상대도 아니기 때문이다.
대전은 올림픽,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더불어 세계 3대 스포츠 행사중의 하나인 월드컵의 일부경기를 개최하게 됨으로써 기대되는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영향과 파급효과를 극대화하여 대전이 세계 속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어떤 경우라도 반드시 이를 실현해내야 함이 우리의 목표인 것이다.

세계 속의 대전으로 거듭나는 계기 삼아야

월드컵 대전경기의 개최로 인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다.
첫째, 도시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제고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이다.
월드컵 대전경기의 개최는 1993년의 엑스포 이후 개최되는 이 고장 최대의 국제행사로서 지역사회 발전의 초석을 다지고 대전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이 확실하다. 2002년 6월 12일, 14일의 조 예선전 두 경기와 18일의 16강전 한 경기로 이어지는 대전에서의 세 경기에는 한 경기 당 약 2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경기를 관람하게 될 것으로 추산되며 그럴 경우 최소한 6만여명 이상의 외국인이 대전을 방문하게 될 것이다. 또한, 한·일 월드컵의 TV 시청인구는 600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시대에서의 국제적인 홍보효과를 극적으로 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일례로 월드컵을 개최한 것은 아니지만 98 프랑스월드컵경기에서 네덜란드를 제치고 3위를 차지하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크로아티아는 월드컵에서 선전함으로써 유고 연방에서 독립되면서 자리 잡지 못했던 국내의 분위기 속에서 자국민의 통합기능과 대외적으로 국가의 독립을 분명하게 각인 시켜서 국가 인지도와 신인도를 높인 훌륭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지역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유·무형의 파급효과를 들 수 있다.
한국이 월드컵 개최를 위해 지출할 경비는 시설 투자비 1조 9,503억원과 조직위원회 운영비 4,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내년의 월드컵을 통해 얻게 될 경제효과는 7조 9,961억원의 생산 유발효과와 3조 7,169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24만 5천명의 고용창출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한다. 또한 대전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 유발효과가 6,347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2,891억원, 그리고 고용창출은 1만 5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대전시는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경제적인 효과는 실로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대전이 이러한 경제적인 효과를 최대화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좋은 요건이 있다. 그것은 대전이 대덕밸리와 연계하여 첨단 과학기술, 지식정보의 도시이며 지리적 위치에 따른 물류유통 중심도시라는 것이다. 월드컵경기를 통해 형성된 인지도 제고에 따라 높아진 국가 신인도는 외국 자매도시를 포함한 세계 각지로부터의 투자적지로 인식되어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무형의 경제적인 파급효과를 낳게 할 것이다.

셋째, 지역사회 통합의 구심점으로서 시민의 에너지를 결집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축구발전을 포함한 스포츠발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미 앞에서 월드컵에서의 선전이 크로아티아의 국민 통합기능을 담당한 예를 들은 바 있다.
월드컵경기를 통해서 전 국민뿐만 아니라 특히 이 고장 지역민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주민들의 정서를 통합시키는 데는 스포츠 이상 좋은 방법이 없는데, 대전은 스포츠에 대한 정열적 반응이 타 지역에 비해 비교적 약해서 그 동안 스포츠를 통한 지역민정서의 통합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실정을 감안해본다면 이번의 대회가 시민의 에너지를 결집시키기에 좋은 기회임이 틀림없다.
한편 월드컵 대전경기개최를 기해 국제규모의 축구전용구장 확보를 포함한 관련 인프라 구축을 촉진시켜 이 고장의 축구뿐만이 아닌 각종 스포츠발전기반을 조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축구전용구장은 사후 경기장 자체로서의 활용도 있을 것이고 수영장, 생활체육관 등 종합스포츠 공간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룸과 운동 선수와 학생들을 위한 유스호스텔 등으로 활용하여 다목적 종합 문화체육시설로서의 활용도 대전시는 계획하고 있다.
또한, 월드컵경기의 개최와 그에 따른 여러 효과들은 대전연고의 대전 시티즌 프로 축구팀을 위시한 이 고장 프로 스포츠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지역민의 관심 저조로 인해 대전연고를 포기하는 실업 및 프로스포츠 팀이 속출하는 현재의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며 대전은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민·관 합심 성공개최 역량 결집을

이제 260여일 앞으로 개최가 임박해 있는 현 시점에서 이상의 한·일 월드컵 대전경기의 개최효과를 되새겨보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서는 우리 대전이 어떻게 남은 기간을 대비하여야 할 것인가를 최종 점검 해보아야 할 것이다.

첫째, 지역의 대중매체가 주도하는 대회 홍보가 필요하다.
현재 대전에서 갖고 있는 초미의 관심사는 아무래도 월드컵 대전경기의 개최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대회가 개최되고 대전에서 열리는 세 경기 중에서 한국팀의 경기가 아닌 흥미가 덜 할 수 있는 국가간의 경기가 이루어진다면 우리의 지역정서 상 얼마만큼의 관심을 보일 수 있을 것인가? 그러한 것을 고려한다면 더욱 대중매체의 적극적인 홍보가 절실하다.
대전시는 지난 1999년 4월부터 지난해까지 1∼2단계 홍보전략을 끝내고 내년의 대회가 끝날 때까지는 맨투맨식의 3단계 홍보전략을 펼쳐나가기로 하였다. 월드컵 홍보 CD도 제작하고 금년 하반기에 있을 조 추첨 후에는 홍보관을 운영할 계획까지 만들어져 있다. 부디 이러한 홍보노력이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될 것이며, 어떠한 경우라도 관 주도에 의한 홍보는 대중매체의 능동적인 참여와 협조 없이는 절대적으로 그 효과에 한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둘째, 시민의식의 전환을 위해서는 대중매체의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활동과 더불어 시민단체 등의 민간주도 노력이 필요하다.
선진화된 시민의식으로의 전환 노력 역시 시가 주도하는 형태이어서는 그 효과에도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결코 체질화시킬 수 없으며, 대중매체와 시민단체가 주도적으로 노력해주어야 할 것이다.
시민의식 전환을 가장 중요한 경기개최 효과 중의 하나로 본다면, 진정한 선진국 수준의 시민 의식발현의 절대적인 필요성 강조를 통해 자발적인 의식전환 노력을 유도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대회 기간에만 반짝하는 식의 일회형 시민의식은 이제 근본적으로 지양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의 시민의식은 곳곳에 만연해 있는 부정·부패, 집단 이기주의, 지역감정, 나아가 무질서한 거리질서, 난폭한 운전문화, 각종 행사 및 공연장에서의 무질서 등 우리 사회에는 아직 일그러진 모습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시민의식은 오랜 시간을 통해 쌓여진 우리 문화의식의 산실이다. 때문에 이를 변화시키는 것도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하며 점진적으로 바뀌어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88 서울올림픽이나 1993년의 엑스포에서는 다소 모자란 부분도 있었지만 선진문화시민 못지 않은 면모를 많이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월드컵경기를 통해 세계 600억 인구가 우리를 지켜 본다는 부담감에서 성공적으로 대회를 개최하려는 의도와 더불어, 아니 오히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명분과 체면치레보다는 대회 개최를 계기로 우리 스스로 한 단계 올라선 선진문화의식 고취를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시민단체를 회원단체로 하고 있는 문화시민운동 협의회 등의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민간주도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가장 효과적으로 유도하고 이를 체질화시키기까지는 행정당국이나 대중매체에 의한 노력만으로는 진정한 효과를 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시 당국은 성공적인 대회 개최는 물론 대회개최를 통한 각종 기대효과를 대회 이후까지 극대화하여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회전에는 경기당일에 예상되는 교통량집중에 대한 해결책 강구, 호텔 급은 물론 중저가 숙박시설의 마련과 업주들에 대한 손님맞이 자세의 교육, 훌리건(hooligan)에 대한 대비를 포함한 경기 당일의 안전문제 점검, 자원봉사자들의 자부심 고취 방안 마련, 충분한 통역 요원의 확보방안이 점검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 내 월드컵 분위기 고조를 위해 대전에서 경기하게 되는 팀을 포함한 가능한 많은 출전국의 전지 훈련 유치, 문화 축제의 장을 위한 문화행사의 제대로 된 선정과 준비, 차별화 된 기념품 및 음식의 개발 및 지원, 기억에 남을 만한 관광상품의 개발 및 지원 등을 꼼꼼히 점검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월드컵 특수 기대업종에 대한 지원확대 방안이 강구되어야 하며, 시민들의 참여유도와 흑자경영을 염두에 둔 경기장의 사후활용문제도 치밀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월드컵 경기를 제대로 치러 내기만 하면 그에 따른 부수적인 효과는 당연히 얻게 될 것으로 생각하는 안이함은 금물이다.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부추기고 그 여건조성을 위한 적극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사후방안에 대한 실천이 원만하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미 거론된 축구전용구장에 대한 사후활용방안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결국 단발성 효과나 가시적인 성과에만 집착하여서도 안되며, 더욱이 월드컵 경기 직후 있게 되는 선거분위기로 인해 후속조치가 유야무야 되어져서는 더 더욱 안 된다.

결론적으로, 얼마 남지 않은 2002 한·일 월드컵 대전경기 개최를 앞두고 지금까지의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이후의 준비의욕을 북돋우면서 관련자나 시민 모두가 합심하여 대회준비에 임하도록 하여 성공적인 경기 개최가 되도록 하고, 그에 따른 기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별히 대회 개최목표를 다른 개최도시와의 비교를 위한 수준에 두고 그 의미를 찾는데 급급하기보다는 개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진정한 효과를 목표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준비 해나가야 한다. 선진화된 시민의식으로의 전환은 물론 체질화에 성공하는 것을 그 목표로 들 수 있을 것이다.
2002 한·일 월드컵 대전 경기 개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개최결과로 얻어지는 효과들을 우리 것으로 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모든 노력들이 시 당국은 물론, 대중매체와 문화시민 운동 중앙협의회와 같은 민간주도 노력들이 한데 모아질 때만이 가능함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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