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일(대전대학교 교수, 정치학)



일반적으로 한 사회의 발전과정을 살펴보면, 국가건설과 국민형성,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복지실현이라는 과제들을 수행하면서 발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우리는 통일이라는 과제를 추가적으로 안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 발전방식이 능동적(positive)이지 않다는 점에서 대단히 예외적이다.

우리의 국가건설은 외세개입과 좌우대립에 의해 분단국가의 수립으로 귀결되었고, 국민형성도 형식적인 선거와 동원체제에 의한 탈정치화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산업화는 권위주의와 효율지상주의에 기반한 불균형적 고도성장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민주화도 구체제세력과 민주화운동 간의 불완전한 타협에 의해 절차적 민주주의에 머무르고 있다. 그리고 복지실현과 통일기반 조성은 그에 걸맞는 생산력 향상과 국민합의의 형성 없이 정부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우리의 사회발전은 과거는 말할 것도 없이 현재도 능동적이기 보다는 수동적(passive)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언제라도 사회발전을 퇴영시키거나 역진시킬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이러한 사례를 우리 현대사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단적으로 장면 4월민주정부에 대한 5·16 군사정변, 80년 서울의 봄에 대한 5·17 군사정변, 김영삼 문민정부의 개혁실패, 김대중 국민의 정부의 개혁한계 등을 들 수 있다.

대체로 한 사회의 수동적 발전은 전 단계의 미완의 과제가 다음 단계의 과제수행에 유산으로 부담이 될 때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산업화라는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데 전 단계의 과제인 국민형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산업화 과제는 원활히 수행될 수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복지실현이라는 과제도 실질적 민주주의가 갖추어지지 않고는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수동적 발전은 주어진 역사적 과제들을 수행하는 데 사회구성원들의 수고를 훨씬 많이 들게 할 뿐만 아니라 왜곡된 방향으로 나가도록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이같은 수동적 방식에서 능동적 방식으로 전환해야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정치지형의 변화나 정권교체만으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사실 정치지상주의와 엘리트주의에 경사된 이승만이나 장면과 같은 건국세대들이 산업화와 민주화의 마인드를 갖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분단구조 하에서 이념적 상상력을 제약받았던 '3김'과 같은 산업화 및 민주화세대들이 복지와 통일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도 그리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세대교체만이 오늘날 새로운 발전파라다임을 구축할 수 있는 유일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세대교체는 연령상의 세대교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고와 마인드가 보다 개방적이고 시민중심적이며, 행동과 실천이 보다 진취적이고 혁신적이라면 연령과 관계 없이 보다 젊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보다 젊은 세대들이사회발전의 한 축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국정 책임자는 말할 것도 없이 지방정부의 책임자도 보다 젊어져야 할 것이다. 세대교체 없이는 어떤 국가발전도, 어떤 희망도 없다는 사실을 우리 다같이 진지하게 생각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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