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밸리가 올들어 한국뿐 아니라 세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다.미국과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지에서 방문단이 잇따르고 있는가하면 세계적 기업들과의 제휴소식도 들리고 있다.

지난해 대덕밸리 선포이래 지역 벤처기업들이 각 분야에서 발군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우선 기업들의 1차 고지라 할 수 있는 코스닥 등록기업이 지난해 2개에서 올 상반기 4개로 늘었다. 블루코드 테크놀로지와 하이퍼 정보통신 2개사에서 바이오 벤처인 인바이오넷과 대표적 정보통신 업체인 아이티 등이 코스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정부가 해당분야의 국내 최고로 인정해 지원해주는 국가지정연구소(NRL)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지난해 일류기술이 폐수처리 분야에서 최고로 지정된 데 이어 올해는 에이스랩·제노포커스·툴젠·유진텍·쎄트렉아이 등 5개사가 선정됐다.고급 연구인력과 우수한 논문 등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대기업이나 정부출연연구소 또는 대학만이 선정되온 것이 통례였는데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이 선정된 것은 그만큼 실력있다는 반증이라 하겠다.

지역내 기업들간의 커뮤니케이션도 활성화되고 있다.반도체 업종의 경우 대전은 물론 충남 천안·아산과 충북 청주 등 각 지역의 업체들이 만나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이와 함께 7월에는 카이스트·충남대·생명공학연구소·지역벤처기업 등으로 구성된 대덕의과학포럼이 발족할 예정이고,IT와 바이오업계의 모임도 추진되고 있다.

기술력이 입증되며 외지기업들의 대덕밸리 전입도 두드러지고 있다.직원1백여명의 생산기반을 갖춘 벤처기업이 둥지를 트는 등 하드웨어 업체들의 이전이 활기를 띠고 있다.1999년부터 최근까지 대덕밸리로 이전을 결행한 벤처기업들은 대략 40여개사이다.이들 업체들이 몰리는 이유는 기술개발 인프라 때문.KAIST와 ETRI,생명공학연구원 등 IT와 BT를 망라한 풍부한 기술 인프라는 이들이 대덕밸리로 이전한 가장 큰 이유이다.1만5천여명의 연구인력을 보유한 20여개의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쏟아지는 각종 연구개발 성과는 대덕밸리의 벤처기업들에게는 잘만 이용한다면 ´마르지 않는 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대덕밸리의 한계로 지적되는 점도 많이 있다.최근 미 스탠포드대의 윌리엄 밀러 교수는 ˝대덕밸리의 기술력은 세계적으로도 우수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그 기술들이 팔릴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기업들이 우수하면서도팔릴 수 있는 경쟁력있는 상품을 만들어야한다˝고 지적했다. 

5월초에 실시된 대덕밸리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자금과 마케팅이가장 큰 애로사항인 것으로 나타났다.1백69명의 응답자중 85명(42%)이 ´자금´을 최대 고민거리로 꼽았고 이어 마케팅을 72명(36%)이 애로사항으로 지적했다.실리콘밸리의 경우 자금·경영·마케팅·홍보·디자인·법률·회계 등등이 전문가 그룹들로 이뤄진 인프라가 형성돼 있어 벤처기업인은 상품만 개발하면 된다. 하지만 대덕밸리의 경우는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기업인이 제품개발에서 디자인·마케팅까지 모든 부문을 다 해결해야하는 상태이다.기술력은 좋지만 매출이 1백억원대 기업은 손을 꼽는 것도 대덕밸리의 한계를 말해 주는 대목이다.수도권의 경우 1천억원대 기업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아직은 몇몇 똑똑한 동네 꼬마들의 소꿉놀이에 불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주변 사람들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도 한 단점이다. 대전시민 1백50만 가운데 대덕밸리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불과 1%(1만여명)도 안된다. 심지어 대덕연구단지 근무하는 과학자 가운데서도 대덕밸리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있다.그럼에도 대덕밸리의 가능성은 어느 지역보다 크다.이장우 교수(경북대)는 ˝통상 기술벤처의 매출 급증 시기가 창업이후 3∼4년인 것을 볼 때 내년과 내후년에 대덕밸리 기업들의 뚜렷한 신장세가 기대된다˝며 ˝첨단기술과 시장에 맞는 신상품이 결합될 경우 대덕밸리는 기술 한국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힌다.

대덕밸리가 지닌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할 경우 이 지역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력한 첨단산업단지가 될 수 있다. 약 30년에 걸쳐 쌓인 기술력과 우수한 인재, 그리고 90년대 후반들어 시작된 산업화 열기는 한국 경제의 견인차로서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이런 가운데 대덕밸리가 주목해야할 것 중의 하나는 국제화이다. 한국 사람들만이 모여서 연구하고 상품화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인들과의 비지니스를 통해 더욱 성장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선 일차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시베리아)·일본 등과의 관계를 다질 경우 대덕밸리의 입지는 더욱 넓어진다고 하겠다. 또 지역민들의 관심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수한 원석인 대덕밸리를 보석으로 만들어 우리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느냐 아니면 쓸데없는 잡석(雜石)으로 만드느냐는 대덕밸리 기업인들은 물론 대전시민들의 손에 달려있다. 이중 지역 언론 관계자들의 역할은 중차대하다. 대덕밸리를 이해하고 이 지역을 국제도시로 만들기 위해 대전언론문화연구원을 비롯한 언론인들의 관심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석봉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