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날 토론회

◈대젅 YWCA에서 열린 소비자의날 대 토론회 장면.

4월 19일(월), 오랜 가뭄 끝에 모처럼 단비가 내리던 날이다. 대전소비자단체협의회가 주관한 대전소비자의 날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하였다. 토론회는 대전YWCA 대회의실에서 김공자 사무총장의 진행으로 개최되었다. 주제발제는 충남대 김영신 교수의 '청소년소비자교육의 현재와 미래'로 이루어졌다. 이어서 필자의 '청소년 소비자교육현황과 대책', 대전광역시 경제정책과 김창환 과장의 '건전한 청소년소비자육성 및 지원정책', 소비피해청소년보호자 이영미씨의 '미성년자 소비피해사례', 대전YMCA 이충재 사무총장의 청소년소비실태조사, TJB 김래호 제작부장의 '방송과 청소년소비자'로 각 토론자의 발표가 있었다. 이어서 토론회에 참석한 지역주민과의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필자의 발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소유하고 있는 물질이 그 사람의 존재가치를 결정하는 세상이다. 따라서 인간됨됨이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갖고 있는 물질이 그 사람을 다르게 보이게 한다. 더 많이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유능하고, 더 많이 생산하는 기업이 훌륭한 기업체이다. 유능한 야구선수나 골프선수의 '몸값'은 가히 천문학적이고, 증권회사 사원의 능력은 그가 받는 월급과 성과급으로 표시된다. 타고 다니는 자동차의 크기와 값이 그 사람의 중요성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물질주의 시대를 우리 청소년소비자들은 살아간다. 청소년기는 아동에서 성인으로 이행하는 과도기로서 인간의 발달에 있어서 결정적인 시기이다. 또한 청소년소비자는 성인과는 구별되는 생활양식과 소비특성을 갖고 있다. 오늘날 우리 청소년소비자의 과소비와 모방적이며 비합리적인 구매성향은 소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많은 문제가 있다. 청소년소비자들은 "내가 소유한 돈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서 쓰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한다. 이러한 현상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진정한 소비자교육이 부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러한 청소년소비자들의 소비성향은 성인 생활에까지 연장되고 확대될 수 있으므로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이에 청소년소비자들에게 바람직한 소비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소비에 대한 가치관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청소년소비자에게 합리적인 소비자가 될 수 있는 청소년소비자 교육을 하고 있는가. 불행하게도 학교, 가정, 사회 등 그 어느 곳에서도 진지한 관심과 교육이 없다. 이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원래는 학교가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고등학교는 소비자교육을 제대로 실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인문계고등학교 청소년소비자들은 정과수업과 보충수업 뿐만 아니라 야간자율학습시간 등 하루종일 입시준비를 위한 공부를 한다. 교사나 학생이나 학부형들의 최대 관심사는 오로지 대학진학이다. 교과목 지식의 학습, 상급학교 진학 준비로 청소년소비자들이 지향해야할 소비자교육을 제대로 가르칠 여유를 실질적으로 갖지 못한다. 있다면 물건을 제대로 구입하고 아껴 쓰는 습관을 갖자는 등의 유인물을 통한 지극히 형식적인 교육이 전부이다.

우리 모두 한번 생각해보자. "청소년소비자들이여, 아껴 써라"라는 말을 선생님한테 한 번 들었다고 그것을 들은 청소년소비자들이 모두 아껴 쓰는 습관을 갖게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절약하는 태도를 갖게 될 만한 감동적인 가치관 교육을 통해서만이 이루어진다.

그러면 가정은 어떠한가. 학교와 사회 사이의 완충지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부모들의 교육적 권한과 위력은 날이 갈수록 왜소해지고 있다.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입학을 학수고대하므로, 다른 사회적 가치와 윤리적 가치관을 자녀에게 강요하거나, 요구하지 못한다. 흔히 부모님들은 "그저 공부만 잘해라. 네가 원하는 것, 뭐든지 다 사주마."라고 말한다. 이렇게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에 면죄부를 줄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날의 부모와 자녀 관계이다. 결국 가정에서도 소비자교육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는 어떠한가. 청소년소비자는 돈을 벌기 위한 상품의 소비자이고, 고객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어쩌면 사회가 청소년소비자교육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사회전반에 퍼져있는 물질주의는 가정과 학교에서 가르치는 '좋은 소비자의 역할 실행'을 억제하고 있다. 결국 문제점은 오늘날 진정한 청소년소비자교육은 아무 곳에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소비자교육에 특별한 관심과 목적을 갖고 교육이 실시되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어른소비자들은 보다 깊은 관심과 계획으로 청소년소비자들을 일깨워야 한다. 청소년소비자 교육은 학교와 가정, 사회가 함께 협력해서 교육해야 하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요, 의무이다.

사회학습이론을 주장한 반듀라(Bandura)는 교사를 '움직이는 교과서'로 표현하리만큼 교육장면에서 교사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러나 자라나는 청소년이 바라보는 사람이 어디 교사뿐이겠는가. 교사를 비롯한 어른소비자들은 청소년소비자 앞에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 어른소비자의 말을 청소년소비자들이 전부 받아들이고 곧 바로 실행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들 앞에서 어른소비자가 솔선수범하는 행동으로 실천해 보였을 때 비로소 청소년소비자들에 대한 올바르고 합리적인 소비자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 토론회를 마치고 학교로 다시 돌아오면서 우울했다. 이유는 강의료 때문이다. 내가 받은 7만원이라는 강의료가 불현듯 아버지 생각이 나게 했다.

"교육이 무엇인가 말할 수 있는 교사가 되라"던 나의 아버지. 이것을 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아버지는 산철쭉 흐드러진 깊은 산에 계신다.

임경희 교사는 지난해에는 1학년 4반 담임을 맡았으나 현재 '인성교육 및 지역사회부장'을 맡고 있다. 충남고에는 지난 2002년 3월 부임했다. 기술.가정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충남고 (042)488-2642, 이메일 ikoungh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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