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퇴임식...서운함 '작사도방 삼년불성' 말 남겨

김광희 사장.
김광희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이 11일 퇴임식을 가졌다. 취임 이후 2년 만에 물러나는 셈이다. 공사 강당에서 있는 퇴임식장에는 임직원과 가족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외부 인사로는 김주일 전 상공회의소 회장이 눈에 띄었다.

김 사장의 퇴임사는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다”는 말로 시작했다. 그는 “부덕한 사장을 만나 겪어야 했던 아픔을 헤아리며 위로하고자 한다”면서 “심혈을 쏟아 일해 왔던 공사를 떠난다”고 고별사를 읽어갔다.

"그동안 맘 고생 많았다" 직원들 위로

김 사장은 얼굴에 웃음을 띄었지만 퇴임사 내용에는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곳곳에 아쉬움이 배어 있었다. “퇴장하는 제 심정은 갈래갈래 착잡하다는 것을 숨길 수 없다” “지금껏 나를 향해 겨냥돼 온 것들이 과연 나의 부덕함이나 능력부족을 원인으로 한 것인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의지한다” “말을 아끼고 줄이면서 떠나야 하지만 그동안 겪어야했던 심신의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말해 서운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김 사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도시철도 1호선 2단계의 마무리를 강조해 왔다. 그는 “지금까지 ‘버텨 온’ 힘의 원천은 일에 대한 열정과 명예 때문이었다는 사실 만큼은 의심받고 싶지 않다”면서 1단계 개통에 쏟은 노력과 9개월 동안의 무사고 운행을 강조했다. 그는 퇴임사 끝에 “지금까지 남아있던 것은 조직운영이 ‘내가 아니면 안되기’때문이 아니다”면서 “1단계 성공 개통의 축적된 노하우와 업무능력을 바탕으로 내년 1호선 전 구간의 완벽한 개통을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었기’때문”이라고 다시 강조, 이 부분에 대해 서운함을 내비쳤다.

"' 독하다'는 평도 들었지만 조직 안착 위해 심혈 기울였다" 회고

김 사장은 이날 퇴임사 외에 ‘언론용’으로 마련한 사임의 변에서는 솔직한 모습도 보였다. 그는 “신생 조직에 필요한 성과형 리더십을 발휘하다보니 직원들로부터 ‘독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도시철도의 안착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 시간이었다”고 회고 했다.

김광희 사장이 퇴임사를 읽는 동안 공사 직원 250여명이 경청하고 있다.

그는 또 “대전도시철도가 출발은 늦었지만 짧은 기간동안 임직원들이 보여준 선진적 경영기법과 운영 노하우에 대해서만큼은 어느 기관 못지않게 수준 높은 것”이라면서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타 기관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집을 길 가에 지으면 지나가는 사람마다 참견하게 돼..."

그는 “미련과 아쉬움이 남을 때 떠나는 것도 명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해왔으며 공신력 있는 경영진단기관인 한국능률협회의 경영대상 최우수상 수상 직후가 사임시기로 결심했다”며 “대전시의 종합감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사퇴할 경우 오해의 여지가 있을 것 같아 오늘 사임하게 됐다”고 사퇴 과정도 설명했다.

그는 언론용에서는 마지막에 ‘심혈을 쏟았던 조직을 떠나는 아쉽고 섭섭한 소회를 글로 대신한다’면서 "作舍道傍 三年不成(작사도방 삼년불성)"이란 단어를 남겼다. 조선 후기 조재삼(趙在三)의 ‘송남잡식’에 나오는 말로 ‘집을 길 가에 짓게 되면 지나는 사람마다 참견을 하게 되어 삼 년이 지나도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다. 무슨 일을 함에 있어 간섭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도리어 일을 이루어 내지 못함을 뜻한다. 1단계 완벽한 개통의 뜻을 이루지 못한 표현으로 해석된다.

김광희 사장 퇴임식장에 얼굴을 보인 외부인사들. 김주일 전 상의회장이 이사 자격으로 참석해 눈에 띄었다. 시의회에서는 이상태 의원이 얼굴을 보였다. 

퇴임식이 끝나고 도시철도공사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는 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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