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의 일이다. 모처럼 만난 후배의 얼굴이 핼쑥했다. 만날 때마다 다이어트 타령을 해대더니만 용케도 성공을 했나싶어 참 대단하다고 치사를 건넸더니 손을 내저으며 그게 아니란다.“그럼 어디가 안 좋아서 그러냐?”니까 풀썩 웃으며 아주 비싼 다이어트를 해서 그렇단다. 얘기가 점입가경이라 농을 접고 진지하게 캐 물었더니, 최근 꽤 많은 금액의 세금을 추징당했는데, 그 문제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거기에 신경을 쓰다 보니 불과 한 달 여 만에 몇 kg이 빠졌다는 대답이다.헛된 생각 하지 않고, 나름대로 바르고 깔끔하게 사업을 꾸려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을 기다려 세상에 나와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삶의 과정은 기다림의 연속인 것이다. 그 기다림의 종착역은 죽음이다. 그러니까 모든 생명체는 죽음을 기다리며 산다하겠다. 기다린다는 것은 다음을 위한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 동안 태어남을 위한 준비를 하고, 태어나서는 죽을때까지 이어지는 다음 삶을 준비하며 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죽음을 위한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주역에서는 하늘위의 구름이 비가 되기를 기다리는 괘상(水天需卦)으로서 기다림(需)의 지혜를 가르치고
섬의 절반가량이 밀림인 사이판에서 문명세계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원주민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정글투어(Jungle Tour)를 했다. 사실 정글 투어는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면서도 해보았지만, 그들은 원시인들이 아니라 이미 문명에 절반쯤 물든 사람들이었다. 사이판 동북쪽 밀림으로 들어가는 길은 우리의 가파른 시골 산길보다 더 열악한 비포장 길이었는데, 매일 한 차례씩 지나가는 소나기처럼 내리는 비 스콜(Squall)이 내려서 더욱 질퍽한 흙탕길이었다. 무더운 여름에 무성하게 자라서 축 늘어진 풀잎과 나뭇가지들로 자칫 노출된 팔과
사상 최악의 물난리에 외유(外遊) 해외연수를 다녀와 온 국민의 지탄을 받은 충북도 지방의원들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는 등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의원들 입장에서는 “하필 내가 여행을 갈 때 물난리가 날 게 뭐람?” 이렇게 투덜댈 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렇게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 장본인이 바로 ‘공무국외여행’이라는 이름의 ‘외유성 출장’이다. 민간 기업에서는 사라진지 오래된 ‘공무국외여행’이 공직사회에 남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율화조치 이전에 '선진 문물 견
“정치? 야! 어린애가 왜 그런 것에 관심을 갖냐. 그런 것은 정치인끼리 알아서 하라고 해!” 청소년 시절에 신문에 나온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물어보면 어른들에게 심심치 않게 듣는 말이었다. 정치라는 말에 담긴 느낌은 긍정적이라기보다는 부정적이다. 사람 앞에 ‘정치적’이란 꾸밈말을 붙이면 ‘처세에만 능해서 비윤리적인 인물’이라는 부정적 느낌을 준다. 이런 말에 드러나듯 많은 이들이 정치에 대해 혐오감을 갖고 있다.정치라 하면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선거와 관련된 과거의 부정적인 추억들이다.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막걸리 선거라 하
이따금 찾는 갑천변을 나오니 비가 종일 온 후라선지 하늘도 물도 맑다. 하늘의 뭉게구름은 어느 조각가라고 그런 흉내를 낼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다양한 모양을 만들며 흘러간다. 쪽빛 바탕에 둥실둥실 모습들이 한가롭다. 엑스포 다리 밑으로 흐르는 물 위에 뜬 구름도 풍치를 더한다. 맑은 물을 따라 강변으로 펼쳐진 푸른 잔디는 어느 영화에서나 본 듯한 풍경이다. 유등천을 따라 거스르면서 천변의 둑방에 피어 있는 다양한 야생화가 발길을 잡는다. 자전거를 세우고 열심히 사진기에 담아본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배경은 금상첨화(錦上添花)다.달
누군가가 건강을 세 마디로 ‘밥, 똥, 잠’이라 했다. 다시 말해 밥 잘 먹고, 똥 잘 싸고, 잠잘 자는 것이 건강이라는 것이다. 그 중에서 밥 잘 먹는 것, 즉 음식 섭취가 건강조건의 으뜸이라 하겠다. 음식섭취는 단지 육체의 영양뿐만 아니라 정신의 영양까지 섭취하기 위한 것이다. 음식 섭취의 지혜를 소개하겠다.▴ 어질게 되기 위해 먹어라. 먹을 식(食)자를 파자해보면 사람 인(人)자와 어질 량(良)자로 되어있다. 의미를 부여해 보면, ‘사람(人)은 어질게 되기(良) 위해서 먹는다.’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은
한화이글스의 후반기 시작은 약속의 땅 청주에서 NC와 잠실에서 두산과의 6연전으로 시작이 된다. 물론 상위권에 자리한 강팀과의 대결이지만 시즌 맞대결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이제는 중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연승이 필요하다. 연패에 빠지는 순간 한화이글스의 가을야구는 멀어지게 된다. 투수진의 안정과 타선의 대폭발을 기대해본다. 필자가 지난 주 칼럼 마지막 부분에 쓴 내용이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NC, 두산으로 이어지는 강팀과의 대결이지만 중위권으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연승이 필요하고 연패에 빠지는 순간 가을야구는 멀어지게 된다는
사이판에 도착한 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섬의 북서쪽에 있는 마이크로 비치(Micro beach)다. 마이크로 비치는 섬을 둘러싼 산호초와 태평양 바다가 햇빛에 반사되어 하루에도 색깔이 일곱 번이나 변한다고 하는 아름다운 해안으로서 사이판에서도 가장 풍광이 좋은 곳이다. 이곳에는 해안선을 따라 하이야트호텔에서부터 하퍼다이비치호텔까지 약1㎞거리에 Piesta Resort․ Nikko․ Garapan plaza․ Hayatt Regency․ Mariana Resort 등 10여 개의 리조트와 호텔이 있는데, 대부분 일본인 소유여서 마
“오늘은 ‘실내 정숙’에 대해서 학급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오늘의 이 주제에 대해 말씀해주실 분 있으십니까?” 아무도 없다. 결국 회의를 주재하는 반장이 제일 만만한 친구를 콕 집는다. “김철수 학생, 일어나셔서 발표해주시기 바랍니다.”“그러니까 실내 정숙은..... ”이러한 학급회의 풍경은 학교를 거쳐 온 세대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것이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학급회의는 실상 학교가 정한 회의 주제나 안건을 토의하는 것으로 결론은 결국 “실내 정숙을 위해 쉬는 시간에도 조용히 공부합시다”는 식으로 만들어졌다. 이 시간은 그저 하
한화이글스는 지난 2017년 5월 21일(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패하며 3연전을 모두 내주었다. 넥센과의 직전 경기 패배까지 합해 4연패를 당했다. 엎친데 덮쳐 당일 경기에서 몸에 맞는 공을 두고 양팀 간의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면서 팀 분위기가 더욱 어수선해졌다. 그 경기 후 불거진 박종훈 단장과 김성근 감독의 퓨처스 선수들의 훈련과 관련된 의견 충돌까지 일어나며 결국에는 지난 2년 간 독수리의 수장이었던 김성근 감독은 불명예 퇴진의 길을 걷게 되는 뜻밖의 사건으로 귀결됐다. 한화이글스는 뜻밖에 벌어진 김독의 공석 사태의 난국을 타
낯선 메일이 왔다. ‘저자님의 책을 읽고 자신의 트라우마를 발견하고 해결해 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 더 깊이 자신을 탐색하는 방법과 상담진행과 검사는 어떻게 되느냐’ 물음에 정성껏 답을 드렸다. 위로의 말과 상담진행방법, 검사비용 등을 전했다. 두 통의 메일을 도착했다. 한 통은 현재 자신의 상황이 어렵다는 것과 또 한 통의 메일 제목은 ‘제가 돈으로 보이세요?’ 라는 제목의 글이었지만, 두 번째 메일은 열지 않았다. 선의를 베푸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글이 읽혀지는 것일까? 또 다른 사람의 카톡 문자가 왔다. 서로간의 일
이들이 두어 개의 언덕을 넘고 또 다른 작은 모래언덕을 막 넘었을 때였다. 멀리서 트럭 한대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오 원장이 윗옷을 벗어 마구 흔들었다. 고래고함을 질렀다.“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뒤따르던 박 교수와 김 사장도 재빨리 자신들의 옷을 흔들었다.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이들을 볼 수 있을 거리였다. 하지만 트럭은 이들의 행동을 보지 못한 듯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오 원장이 다시 목청껏 고함을 질렀다. 박 교수와 김 사장도 함께 고함을 질렀다.“살려주세요.” “구해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이들은 언덕
올해의 초복은 7월 12일(음력 윤 5월 19일) 중복은 7월 22일(음력 윤 5월 29일) 말복은 8월 11일(음력 6월 20일)이다.▴ 삼복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그 정하는 방법을 살펴보겠다. 삼복의 처음인 초복(初伏)은 하지(夏至)가 지난 뒤 세 번째 경일(庚日)로 하고 중복(仲伏)은 초복이 지난 뒤 첫번재 경일(庚日)로 하고 말복(末伏)은 입추(立秋)가 지난 뒤 첫 번째 경일(庚日)로 정한다. 음력과 간지(干支)가 있는 달력을 놓고 따져보기로 한다. ① 초복은 하지로부터 세 번째 드는 경일이라 했다. 올해 하지는 6월 21일,
“돌아가면 다시는 네들과 안 어울려. 오랜만에 여행 왔더니 사람 속을 뒤집질 않나. 무슨 내가 돈이나 떼먹는 수전노로 몰지를 않나. 정말 후회스럽다. 네들과 이곳에 온 것이.”오 원장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하 동문이야. 입만 아프다.”김 사장이 고개를 돌렸다.“나도 이하 동문이다.”이번에는 박 교수도 고개를 돌렸다.그들이 밤새 서로 싸우는 사이 동쪽 사막 너머에서 해가 어렴풋이 밝아왔다. 붉은 기운이 사막전체를 그득하게 채웠다. 하이에나도 보이지 않았다. 모닥불도 사거라든지 오래였다. 회색빛 재만 소복하게 쌓여 있었다
초·중·고교의 여름방학이 다가오자 신문과 TV 홈쇼핑 채널마다 해외여행을 부추기는 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물론 낯선 이국에서의 관광은 더위를 잊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도 하겠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무더운 여름철에 바캉스를 떠나는 것인지 땡볕 아래 관광여행을 떠나는 것인지 약간 애매한 여행(?)을 하고 있다. 북위 14도∼21도, 동경 144도∼150도 태평양의 작은섬 사이판(Saipan)은 남북 약 23㎞, 동서 3~8㎞로서 고구마처럼 생겼으며, 면적은 제주도(1845㎢)의 약10분의 1인 185㎢이다. 사이판은 세계
나이 60이 넘으면 성정이 순해져서 웬만큼 고까운 소리를 들어도, 또는 보기에 언짢은 눈꼴 신 장면을 목격해도 빙긋이 웃으며 넘길 수 있을 줄 알았다.다른 사람도 아닌 공자님께서 ‘예순 살 부터는 천지만물의 이치에 통달함으로써 생각하는 것이 원만하여 어떤 일이든 들으면 쉽게 이해’를 하는 이순(耳順)의 나이라 하셨다잖은가. 그 말씀대로 그저 예순 살이 되면 저절로 못된 성품이 누그러져서 어지간한 일들은 다 너그러이 받아들이고, 매사에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 가며 살아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다.그런데 웬걸, 파르르한 성질머리는 여전하고
하이에나는 어슬렁거리며 자동차로 다가와 유리창 너머로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들과 눈이 마주쳤다. 코를 컹컹거렸다. 다들 몸을 움츠렸다. 어떤 놈은 자동차의 보닛 위에 올라와 앞 유리창 너머로 속을 들여다보았다. 하이에나와 눈이 마주치자 소름이 오싹 돋았다. 김 사장이 경적을 “빵”하고 울렸다. 그러자 호들갑스럽게 후닥닥 튀어 달아나더니 이내 살금살금 지프차주변으로 몰려왔다. 기다리면 먹을 것이 생길 것이란 심보였다.“정말 싫다. 나는 저런 짐승이 다가오면 심장이 멎을 것 같아. 미치겠어.”김 사장이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그래도 너
핀란드 학생이 교환 프로그램으로 고등학교에 1년 동안 다녔다. 어색한 주변 환경에도 기죽지 않고 잘 웃고 활달한 그녀는 금방 학교에서 가장 인기 많은 학생이 되었다. 국어 수업 시간에도 비록 알아듣지는 못해도 열심히 한글 자모를 쓰면서 앉아 있는 모양새가 대견스러웠다. 처음에는 영어로 소통하던 그녀는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더니 한 학기도 지나기 전에 우리말을 웬만큼 알아듣기 시작했고 한해가 다 되어 떠나는 무렵에는 초등학생 저학년 수준의 읽기와 쓰기로 달라져 있었다. 떠나는 것이 아쉬워서 친구들과 학교 축제무대에서 노래하고 눈물을 보
김 사장은 계속해서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았다. 굉음과 함께 더욱 진한 연기를 토했다. 하지만 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여전히 헛바퀴가 돌았다.“저 자식은 황소고집이야. 제 마음대로야. 학교 다닐 때부터 그랬잖아.”“..........”“너도 인정하지, 저 자식은 본래 꼴통이었잖아. 우리가 놀아주니까 같이 노는 거지 애초에 꼴통이었어. 고2때 나보고 같이 사창가 가자고해서 애를 먹었다니까.” “그래?”오 원장은 흥미롭다는 눈치였다. 그렇게 오랫동안 사귀어온 친구들인데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귀가 솔깃했다. “그럼, 그때부터 저희 아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