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경기도에서 주목할 만한 지방자치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지방에선 처음으로 ‘지방장관(地方長官)’을 두고 이 자리에 도의원을 임명하는 이른바 ‘경기도형 의원내각제’가 추진되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올 가을 지방장관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남경필 경기지사 “올 가을부터 지방장관 도입”경기도 실국장과 부지사 중간급의 지방장관을 두고 그 자리에 도의원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경기도의회에서 5~10명의 장관을 선출, 도정(道政)에 직접 참여시키는 제도다. 현행법상 지방의원은 겸직이 어렵고, 공무원 업무에 지방의원이 참여하는
# 지난 30년간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 중인 초등학교 동창 녀석의 얼굴표정은 언제나 씩씩하고 밝은 편이다. 상업계 고교를 졸업한 뒤 군대를 다녀와서 은행 취직을 알아보던 참이었다. 그런데 부친이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신 탓에 졸지에 가계를 책임져야만 했다. 어느 새 밀린 병원비와 약값에 당장이라도 생활비를 벌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에 놓였다. 수개월째 은행의 합격소식만을 애오라지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결국 하는 수 없이 부친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에서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야만 했다. 어느 새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뀔 만큼 오랜 세월이
얼마 전 뉴스에서 강도를 피해 달아나다 뇌졸중이 발생하여 사경을 헤맨다는 여대생 소식을 듣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뇌졸중 환자를 많이 보는 나에게는 전혀 남의 일 같지 않았으며, 예전 나에게 찾아왔던 8살 꼬마 아이가 생각났다. 8살 남자 아이 영찬(가명)이는 평소 다른 또래 아이와 다를 것 없는 개구쟁이 같은 밝은 아이였다.그런데 영찬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학교에서 음악 시간에 피리를 불던 중 갑자기 순간적으로 왼쪽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증상이 생겼다고 한다. 처음에는 너무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라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
환자자는 90세로 고령이긴 하지만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것 말고는 평소 건강하고 식사도 잘 했다. 그런데 응급실 내원 2~3일 전부터는 식사도 잘 못하고 의식도 점점 까라지더니, 내원 일 아침에는 갑자기 좌측으로 넘어지시면서 의식을 잃었다.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는 자가 호흡은 있었지만 좌측 편마비가 심하였고, 의식도 없어서 전혀 대화가 되지 않았으며, 강한 통증에 겨우 반응하는 정도였다. 즉시 응급으로 머리 CT를 시행하였다. 머리 CT에는 시간이 많이 지난 출혈이 초승달 모양으로 가득 차있어 뇌를 반대쪽으로 심하게 밀
# 철학자는 모두 검소할까. 학자여서 소박해 보이는 착시현상일지도 모른다. 최근에 내가 만난 철학자들은, 겉모양만 본다면 가난하고 빈곤해 보인다. 요즘 언론에서 한창 잘나가는 철학자 고병권‧강신주 박사는 복장은 물론 세세한 말투까지 확연히 달랐다.고 박사는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로, 단정한 옷차림이 편안하고 안정감을 준다. 게다가 귓속말로 소곤소곤 내뱉는 화법은 무척 여성스럽다. 반면 강 박사는 영국 프로 축구선수처럼 말총머리에 염색을 하고 날을 세웠다. 슬리퍼에 반바지 차림으로 사람들이 모여 앉은 비좁은 강의공간을 구석구석 돌아다
세종 청부청사의 아침 8시30분이면 어김없이 수도권 각 지역으로부터 출근하려는 공무원을 실은 관광버스의 행렬이 모여들어 각 부서로 행하는 공무원들을 풀어 놓는 진풍경을 연출한다.지난 2012년 정부세종청사 개청 이래 수도권 거주 공무원들의 정주여건 완화를 위해 공무원 특별분양 아파트와 함께 운행하기 시작한 출퇴근 버스는 연간 막대한 유지비용과 세금을 쏟아부어가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청사 이전 초기 때는 당시 열악한 정주여건과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운행해 온 수도권 출퇴근 버스 운행은 4년이 지난 지금 여건이 많이 좋아졌는데도 불
최근 역사문제연구소가 발행하는 계간지 여름 호에는 이른바 재야사학계를 비판하는 논문 3편이 실렸다. 지난 봄호에서 낙랑 위치 문제, 식민사학 등에 대해 해방이후 줄기차게 주류학설을 비판해온 학자들의 주장을 ‘사이비역사학’이라는 매우 낯선 이름으로 왜곡하더니 아직도 성이 덜 찼던지 또 다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나선 것이다. 이번 호에는 ‘한국 고대사와 사이비 역사학 비판②’라는 그럴듯한 연속기획으로 강진원 서울대 강사, 연세대 박사과정인 신가영씨, 이정빈 경희대 연구교수 등의 글을 게재했다. 이정빈, 강진원, 신가영씨
대전시가 광역시(직할시)로 승격된 지도 30년이 되어 간다. 그동안 대전직할시장과 광역시장을 거쳐 간 사람이 6명이다. 이봉학 홍선기 김주봉 염홍철 김보성 박성효 전 시장 등이 1~3번 씩 시장을 지냈다. 지금 권선택 시장까지 합하면 7명이다. 대전에선 볼 수 없는 ‘전·현직 시장들 한 자리 모임’웬만하면 몇 번은 보았어야 할 장면이 대전에선 없었다. 전·현직 시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대전시민들은 본 적이 없다. 정상은 아니다. 현직 자치단체장이 선배 시도지사들을 초청해서 예우하는 행사는 다른 시도에선 자주 볼
지난달 21일 오후 7시 어진동 세종호수공원을 찾았다. 중앙공원 원안 사수를 위한 시민 촛불집회를 한다기에 의장으로서 시민의 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호수공원 입구 곳곳에 노란색 현수막이 걸려있는 현장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종시는 노무현입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보고 그랬다. 다음날인 22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7주기 시민문화축제를 앞두고 이춘희 시장과 최교진 교육감 등이 패널로 참가하는 토크콘서트를 갖는다는 세부 내용도 담겨 있었다. 주최는 노무현 재단 대전·세종·충남지역위원회, 세종시 노무현 공원
올 7월이면,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해서 지방자치제가 다시 우리의 역사적 현실로 나타난 지 벌써 25년째가 된다. 성년기를 맞이한 지방의회가 그동안 지역사회에 이룩한 성과는 크다. 가장 큰 성과는 민주주의 발전과 지방자치발전에 기여하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방의회 운영 4반세기 동안, 지역주민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만족도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임기내내 되풀이 되었던 의원들의 무분별한 해외연수, 지방의원 보수의 무리한 인상 시도, 그리고 의장단 선거때마다 등장하는 파벌과 감투싸움 등은 국민들이 지방의회를 냉소적으로 보는 주
평소와 다름없는 외래시간이었다. 진료실밖에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고, 잠시후 이동식 침대를 타고 있는 기력 없어 보이는 할아버지 한분과 젊은 사람들이 같이 이동식 침대를 끌고 진료실 안으로 들어왔다.자녀로는 보이지 않아 관계를 물어보니 요양원 관리직원과 병원운전사였다. 환자는 특별한 뇌병변은 없는 환자였지만 독거노인이었고, 연락되는 자녀가 없어 나이가 들어 활동을 거의 없어 동사무소 독거노인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요양원에 최근 입소했다.83세 박모할아버지는 평소 우울증이 있어 신체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식사량도 매우 적었다. 요양
#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 당시 꽤나 유명했던 말이다. 1990년대 중후반에 나는 문화유적 답사에 미쳐 있었다. 투박한 얼굴, 생김새와 전혀 어울리지 않게 글 솜씨가 매력적인 유흥준 교수가 펴낸 책을 읽고 완전히 반해 버렸다. 미술사학자 유홍준은 글쓰기를 통해 유적 답사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지금도 그가 펴낸 시리즈는 인문학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서울대 미학과에 입학했으나 학생운동을 하면서 무기정학, 교도소 수감 등 고초를 겪고 17년 만에 겨우 졸업했다. 그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