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제천에 있는 모 대학에 특강을 가는 날이었다. 이른 아침 신탄진역에서 무궁화호 기차를 기다리면서 대합실에서 읽은 책 내용이다. 기차에서 만난 소매치기가 나중에 스님을 찾아와 참회하면서 “저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그래서 설정스님은 신중하게 답했다. “남을 괴롭히지 말라.” 설정스님은 “이는 남을 힘들게 하거나 괴롭히지 말아야 한다. 남을 분하게 하거나 슬프게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복(福)을 짓는 일이고 잘 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님 말씀에 소매치기는 과거를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살았다고 한다.
들어가는 말 “그렇다. 어느 날 문득 긴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던 것이다. 그것은 여행을 떠날 이유로는 이상적인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간단하면서도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어디선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아득히 먼 곳에서, 아득히 먼 시간 속에서 그 북소리는 울려왔다. 아주 가냘프게. 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 나는 왠지 긴 여행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 中,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대륙 중국 칭다오의 북소리를 들으며지난 1992년
신경과학을 전공하다 보면 만나게 되는 수많은 증후군들. 그 중 잠금 증후군(Locked-in syndrome)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아마 들어본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2000년대 후반, 이 질환을 소재로 한 실화 바탕의 영화 ‘잠수종과 나비’가 제작되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적이 있으며 그 외에도 이 질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나 영화가 제법 있었다.흔한 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희귀병은 아닌 병. 내 몸속에 갇혀 나와 싸워야 하는 병인 잠금 증후군! 신경과 의사를 하다 보면 험한 환자, 안타까운 환자를 종종 만나지만 단언하
22일 진행된 안희정 충남지사의 회견에 대한 기자의 예상은 적중했다. 회견 장소가 대회의실이나 기자실, 브리핑실이 아닌, 커피숍처럼 꾸며진 내포마루로 잡혔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도정보다는 대권 행보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짐작했었다.아니나 다를까, 약 1시간 30분 가까이 진행된 회견은 ‘대선 주자 안희정의 토크 콘서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장소에 맞춰 캐주얼을 입고 나온 안 지사는 시종일관 분위기를 주도했고, 일부 공격적인 질문에도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 말 그대로 도지사가 아닌, 대선 주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 자
지금 경기도에서 주목할 만한 지방자치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지방에선 처음으로 ‘지방장관(地方長官)’을 두고 이 자리에 도의원을 임명하는 이른바 ‘경기도형 의원내각제’가 추진되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올 가을 지방장관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남경필 경기지사 “올 가을부터 지방장관 도입”경기도 실국장과 부지사 중간급의 지방장관을 두고 그 자리에 도의원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경기도의회에서 5~10명의 장관을 선출, 도정(道政)에 직접 참여시키는 제도다. 현행법상 지방의원은 겸직이 어렵고, 공무원 업무에 지방의원이 참여하는
# 지난 30년간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 중인 초등학교 동창 녀석의 얼굴표정은 언제나 씩씩하고 밝은 편이다. 상업계 고교를 졸업한 뒤 군대를 다녀와서 은행 취직을 알아보던 참이었다. 그런데 부친이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신 탓에 졸지에 가계를 책임져야만 했다. 어느 새 밀린 병원비와 약값에 당장이라도 생활비를 벌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에 놓였다. 수개월째 은행의 합격소식만을 애오라지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결국 하는 수 없이 부친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에서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야만 했다. 어느 새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뀔 만큼 오랜 세월이
얼마 전 뉴스에서 강도를 피해 달아나다 뇌졸중이 발생하여 사경을 헤맨다는 여대생 소식을 듣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뇌졸중 환자를 많이 보는 나에게는 전혀 남의 일 같지 않았으며, 예전 나에게 찾아왔던 8살 꼬마 아이가 생각났다. 8살 남자 아이 영찬(가명)이는 평소 다른 또래 아이와 다를 것 없는 개구쟁이 같은 밝은 아이였다.그런데 영찬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학교에서 음악 시간에 피리를 불던 중 갑자기 순간적으로 왼쪽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증상이 생겼다고 한다. 처음에는 너무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라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
환자자는 90세로 고령이긴 하지만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것 말고는 평소 건강하고 식사도 잘 했다. 그런데 응급실 내원 2~3일 전부터는 식사도 잘 못하고 의식도 점점 까라지더니, 내원 일 아침에는 갑자기 좌측으로 넘어지시면서 의식을 잃었다.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는 자가 호흡은 있었지만 좌측 편마비가 심하였고, 의식도 없어서 전혀 대화가 되지 않았으며, 강한 통증에 겨우 반응하는 정도였다. 즉시 응급으로 머리 CT를 시행하였다. 머리 CT에는 시간이 많이 지난 출혈이 초승달 모양으로 가득 차있어 뇌를 반대쪽으로 심하게 밀
# 철학자는 모두 검소할까. 학자여서 소박해 보이는 착시현상일지도 모른다. 최근에 내가 만난 철학자들은, 겉모양만 본다면 가난하고 빈곤해 보인다. 요즘 언론에서 한창 잘나가는 철학자 고병권‧강신주 박사는 복장은 물론 세세한 말투까지 확연히 달랐다.고 박사는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로, 단정한 옷차림이 편안하고 안정감을 준다. 게다가 귓속말로 소곤소곤 내뱉는 화법은 무척 여성스럽다. 반면 강 박사는 영국 프로 축구선수처럼 말총머리에 염색을 하고 날을 세웠다. 슬리퍼에 반바지 차림으로 사람들이 모여 앉은 비좁은 강의공간을 구석구석 돌아다
세종 청부청사의 아침 8시30분이면 어김없이 수도권 각 지역으로부터 출근하려는 공무원을 실은 관광버스의 행렬이 모여들어 각 부서로 행하는 공무원들을 풀어 놓는 진풍경을 연출한다.지난 2012년 정부세종청사 개청 이래 수도권 거주 공무원들의 정주여건 완화를 위해 공무원 특별분양 아파트와 함께 운행하기 시작한 출퇴근 버스는 연간 막대한 유지비용과 세금을 쏟아부어가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청사 이전 초기 때는 당시 열악한 정주여건과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운행해 온 수도권 출퇴근 버스 운행은 4년이 지난 지금 여건이 많이 좋아졌는데도 불
최근 역사문제연구소가 발행하는 계간지 여름 호에는 이른바 재야사학계를 비판하는 논문 3편이 실렸다. 지난 봄호에서 낙랑 위치 문제, 식민사학 등에 대해 해방이후 줄기차게 주류학설을 비판해온 학자들의 주장을 ‘사이비역사학’이라는 매우 낯선 이름으로 왜곡하더니 아직도 성이 덜 찼던지 또 다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나선 것이다. 이번 호에는 ‘한국 고대사와 사이비 역사학 비판②’라는 그럴듯한 연속기획으로 강진원 서울대 강사, 연세대 박사과정인 신가영씨, 이정빈 경희대 연구교수 등의 글을 게재했다. 이정빈, 강진원, 신가영씨
대전시가 광역시(직할시)로 승격된 지도 30년이 되어 간다. 그동안 대전직할시장과 광역시장을 거쳐 간 사람이 6명이다. 이봉학 홍선기 김주봉 염홍철 김보성 박성효 전 시장 등이 1~3번 씩 시장을 지냈다. 지금 권선택 시장까지 합하면 7명이다. 대전에선 볼 수 없는 ‘전·현직 시장들 한 자리 모임’웬만하면 몇 번은 보았어야 할 장면이 대전에선 없었다. 전·현직 시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대전시민들은 본 적이 없다. 정상은 아니다. 현직 자치단체장이 선배 시도지사들을 초청해서 예우하는 행사는 다른 시도에선 자주 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