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기쁨은 적장의 머리를 베고 승리하는 일과 전장에서 참아온 회포를 마음껏 푸는 것이었다. 때문에 왕전은 들판을 달려온 들개처럼 그녀를 물고 뜯고 할퀴고 짓이겼다. 때로 광야를 가로질러온 바람처럼 메말랐으며 다른 한편 평야를 굽이치는 강물처럼 느긋했다. 영빈은 이를 앙다물고 왕전의 손길을 피하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의식 속에서는 그를 거부하고 싶었지만 그의 거친 행동에 도리어 몸이 반사적으로 열리며 힘없이 허물어져 내렸다. 고운 얼굴과 살빛이 이내 거친 사내와 동화되어 조왕과의 관계를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사실 나약
□ 조희태후가 숨을 거두다.한편 조나라를 멸망시킨 진왕은 그날 밤 한단에서 대 연회를 베풀었다. 그곳에는 전쟁에 참가한 왕전을 비롯한 장수들이 빠짐없이 초청되었다. 그들의 수발은 조나라 궁녀들이 맡았다. 조왕의 후실들은 모두 진왕의 인근에 고개를 떨어뜨리고 앉아 그의 시중을 들었다. 굴욕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진왕이 잔을 높이 들고 말했다.“진나라 장졸들이여. 지난 5백여 년간 숱한 백성들이 살육의 도가니에서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 없이 목숨을 연명하며 살았소. 그들을 고난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우리는 분연히 일어섰소.
왕전이 한단을 포위하여 공략하는 동안 진왕은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단이 함락되자 직접 그곳 군영에 들어가 왕전 장군의 전공을 치하하고 군사들을 격려했다. 진왕이 직접 전장에 나와 자신들을 격려해준 것에 대해 병사들은 감사하며 사기를 더 높였다. 얼마 후 조나라 왕 천이 포로로 진왕 앞에 끌려왔다.그는 진왕 앞에 무릎을 꿇고 살려줄 것을 간청했다. 비굴할 만큼 초라한 모습이었다.“내 어린 시절 조나라 땅 한단에서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는지 조왕 천은 아는가?”진왕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내 어찌 알겠소?”조왕이 기어
왕전은 조나라 국경에 다다르자 곧바로 기마병들을 앞세우고 진격의 고삐를 조였다. 수십만의 대군이 광야를 지나며 조나라 수도 한단으로 공격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온 계곡마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내려앉았고 광야는 핏빛으로 붉게 물들어 갔다. 하지만 내륙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조나라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명장 이목과 사마상이 왕전의 군사를 가로막고 밀고 당기기를 거듭했다. 전장에는 팽팽한 긴장감만 감돌뿐이었다. 대치상황은 장기전으로 돌입하고 있었다.그때 돈약의 이간책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조나라 권신 곽개는 조왕에게 나아가 간했다.“
조나라는 어쩔 도리가 없어 군사력을 북방의 흉노 막기에 투입시킨 상황이었다. 그러면서도 기원전 236년에는 연나라를 침공하여 상당한 영토를 확장했다. 당시 조왕은 흥분한 나머지 조나라 병사들로 하여금 연나라 북쪽 깊숙이 침공할 것을 명했다. 하지만 너무 깊이 병사들이 들어가는 바람에 회군이 만만치 않았다. 이런 조나라의 전세를 놓칠 리 없던 진나라는 왕전장군을 보내 텅 빈 조나라를 공략하여 10개성을 빼앗고 말았다.그리고 2년이 지난 뒤 진나라는 장수 환기를 보내 조나라의 의안 지역을 확보했다. 이에 격분한 조나라는 북방을 지키고
연신 가슴이 쿵덕거렸다. 맥박 소리에 귀가 멍할 지경이었다. 사신은 숨을 죽이며 이불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녀가 깨면 어쩔까를 고심하며 조심스럽게 손을 들이밀어 그녀의 가슴을 만져보았다. 봉긋하게 솟아 오른 젖무덤이 손아귀 속으로 들어왔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부풀어 오른 살 무덤의 부드럽고 매끈한 탈력감이 손끝에 느껴졌다. 맥동이 더욱 가쁘게 뛰고 있었다.그럼에도 그녀는 쌔근거리며 자고 있었다. 사내는 손끝에 약간 힘을 주고 그녀의 언덕위에 착 달라붙어 있는 건포도를 부드럽게 만졌다. 감각이 새로웠다. 그러자 작은 건포도가 탱탱
사신은 타는 목마름을 술로 대신하고 있었다. 연신 생침을 삼키며 계집들이 자신을 스쳐 지날 때마다 스멀거림을 느꼈다. 그것은 고통이었다. 눈앞으로 스쳐 지나는 선홍빛 열매와 달무리를 그냥 지켜만 봐야 한다는 것이 고문이었다. 물결처럼 파도치는 뽀얀 가슴들의 행렬과 끊어질 듯 잘록한 허리를 만져보지 못하고 눈으로만 푸른 솔밭을 감상해야 함이 더없는 괴로움이었다.사신은 연신 몸을 꼬며 위 왕의 심기를 살폈다.“어디 불편한 곳이라도 있소?”위 왕이 너스레를 떨며 물었다.“아니오이다. 즐거운 밤이옵나이다.”“그렇소이다. 너무나 오랜만
진나라가 조나라를 치기 위해 위나라를 통과한다는 것은 자신들을 치지 않겠다는 것이므로 시간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위 왕은 진나라와 화친을 맺고 한편으로 군사력을 보강하여 진나라와 대적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릴 심산이었다. 위 왕은 사신과의 대화가 끝나자 연회장으로 그를 안내하고 융숭하게 대접했다. 사신의 주변에는 위나라에서 내로라고 하는 미인들을 붙였다. 그들은 속이 내비치는 얇은 비단옷을 입고 사신 주변을 돌며 노래를 하고 춤을 추었다. “목이 빠지도록 그리던 벗이 왔으니 오늘은 흠씬 취하고 싶구려.”위 왕이 취기를 풍
물론 사전 통보를 위해 사신이 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거개는 화평을 위해 오는 경우가 더 많았으므로 크게 반겼다.위 왕은 좌불안석하며 왕좌에 앉아 사신이 조정에 들기만을 기다렸다.“사신이 도착하셨는가?”연신 내관에게 물었다.“예 대왕마마. 궁 안에 들었다 하옵나이다.”“그래그래. 사신을 모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하느니라.”위 왕은 용상 앞을 오가며 혼자 말처럼 중얼거렸다. 위 왕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날로 강성해져가고 있는 진나라에 대적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무리였다. 객관적으로 군사력을 평가해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위나라는 진나라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었지만 조나라는 위나라의 국경을 지나야 했다. 그럼에도 왜 조나라를 먼저 치자는 것인지 궁금했다. 조정 중신들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왕마마께옵서 한나라를 거두심으로써 위나라는 우리에게 포위가 된 것이나 다름이 없사옵나이다. 때문에 지금 당장이라도 위나라를 칠 수 있사옵니다. 하지만 위나라를 먼저 치면 이들 가운데 잔당들이 조나라와 연대하여 다시 세를 불릴 수 있사옵나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꺼번에 두 나라와 싸우는 형국이 될 것이옵나이다. 그러나 조나라를 먼저 치면 위나라는 독안에 든 쥐가 될
□조나라를 멸하다.한나라를 멸망시킨 진왕은 다음 공략 목표를 물색키 위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다. 나머지 5국의 민심과 왕들의 동정 그리고 적군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소상하게 분석했다.다른 한편으로는 군사력을 가다듬었다. 병사들을 충원시키는 일도 잊지 않았다. 진나라는 일찌감치 징집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장정은 징집되면 1년간은 전장에 나가거나 변방을 지키고 다른 1년간은 성을 경비하는 것으로 군역을 대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왕이 천하통일을 위해 칼을 갈면서부터는 여기저기서 자원입대가 늘었다. 시골에서 무지 랭이 총각으로 살
동행하고 있던 궁녀도 안달이 나있었다. 누가 지켜보는 가운데 산을 오르는 것은 처음이었다. 때문에 그 자체가 흥미를 더했다. 쉼 없이 허공을 향해 발버둥을 쳤다. 그녀는 곁눈질로 승상과 무희의 놀음을 관찰했다.무희는 스스로 치마를 걷어 올리고 승상의 품에 안겨 속삭였다.“승상폐하. 너무 고통스럽사옵니다. 소녀의 아린 가슴을 녹여 주시와요.”그 말에 승상은 이성을 잃어버리고 그녀의 가슴을 향해 고목처럼 쓰러졌다. 한 왕이 진땀을 흘리며 가파른 산의 정상을 막 오르려는 참이었다. 하필이면 그때 밖에 있던 내관이 침전 문을 두드렸다.
“망칙하옵나이다. 대왕마마.”술을 따르던 궁녀가 얼굴을 붉히며 애교를 떨었다. 무희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만 떨어뜨리고 있었다.더욱 취한 한 왕은 술자리에서 궁녀를 안고 뒤로 벌렁 누웠다.천성이 낭만적이고 놀기를 좋아했던 한 왕인지라 누가 옆에 있다고 해서 업음질을 마다할 위인이 아니었다. 한 왕은 곧바로 궁녀의 치마폭을 걷어 올리고 기어들었다. “대왕마마. 아니 되옵나이다.”궁녀는 걷혀 올라간 치마를 내리려 안간힘을 썼다.“어허. 어찌 과인의 마음을 이리도 모른단 말이냐.”한 왕이 묵직한 어투로 궁녀의 말을 가로막았다.그러자 궁
그는 한쪽에 한비자를 두고 다른 쪽에 이사를 둔다면 천하에 다시없는 진용이 갖추어질 것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그를 죽이지 않고 운양 옥에 가두도록 명했던 것이다. 조정의 여론이 잠잠해지면 필히 그를 중용하여 천하통일을 이룩하는데 큰 재목으로 활용할 요량이었다.한쪽 팔을 잃은 것이나 다름이 없는 진왕은 곧이어 한나라를 치도록 명했다. 한비자가 없는 한나라는 진왕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한편 이런 사실을 알 리 없는 한나라 왕은 한비자를 사신으로 보냈으니 진나라의 침략은 없을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운양옥에 도착한 뒤 그곳을 지키는 옥리에게 물었다.“진왕이 왜 나를 내친단 말이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묻는 것이외다.”그러자 옥리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왜 이곳으로 압송되었는지 모른단 말이오?”“그러하오. 진왕께서는 흡족한 표정으로 이 사람의 말을 들어 주셨소. 그리고 며칠만 객관에 나가 편히 쉬라고 말씀하셨소. 그런데 느닷없이 이곳으로 압송을 했소. 왜 그렇게 됐는지 연유를 알고 싶소.”옥리는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한 집안에 가장이 둘이 될 수 없으며 한 부엌에 두 명의 여자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오. 그렇
그러면서도 진왕은 자신이 6국을 평정하고 천하를 통일하기 위해서는 이사의 명쾌한 결단력이 필요했다.“고분고분해 질 것이다. 왜 그렇다고 보시오?”“한나라에서 화친을 위해 보낸 사신을 대왕마마께옵서 죽였다는 것은 더욱 강력한 정벌 의지가 있음을 내보이시는 것이옵니다. 그러면 한나라 왕은 두려움에 떨게 될 것이며 신하들은 더욱 자중지란에 빠져 국력이 약화될 것이옵나이다. 그때 한나라를 거두심이 마땅할 것이옵나이다.”진왕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그러하다면 우선 한비자를 옥에 가두고 더 생각을 해보도록 하겠소.”진왕은 한비자를 운양 옥
“대왕마마. 대왕마마께옵서 그를 중용하자고 제안하셨을 때 뛸 듯이 기뻐할 신하가 저 말고 누가 있겠나이까. 하지만 그는 일찍이 대왕께옵서 자신의 책인 한비자를 탐독하셨으며 만나기를 고대한다는 정보를 듣고 이 땅에 들어 왔사옵나이다. 그런 그가 자기의 형제들을 내치고 우리나라에 도움을 주기위해 들어왔다고 믿을 수 있겠나이까. 신은 그와 동문수학했으며 가장 절친한 사이임에도 대왕마마를 위해 진언을 드리는 것이오니 살펴주시옵소서.” 이사의 말을 듣고 있던 진왕이 고개를 끄덕였다.“아무리 현명한 신하도 믿음이 없으면 곤란하지.”진왕은 혼잣
내키지 않는 일을 마땅하다고 진언하기가 싫어서였다. 그런 와중에 한 중신이 입을 열었다.“대왕마마의 뜻이 그러시다면 중용함이 마땅할 것이옵나이다. 허나 아직은 충분히 그를 알 기회가 없었던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그를 검증한 뒤 중용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되옵나이다.”진왕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다른 신하 한사람이 앞으로 나서며 말을 거들었다.“그러하옵나이다. 우리는 지금 적국 한나라를 치려고 모든 준비를 끝낸 상태이옵니다. 그런데 한나라에서 온 사신을 충분한 검증 없이 중용한다면 이 또한 사리에 맞지 않다 되옵나이다. 따라
간접적으로 신하된 도리와 간신의 범주를 일렀다.“그렇다면 군주는 어떻게 해야 하오?”진왕은 한비자가 지독한 말더듬으로 지루할 만큼 더듬거렸지만 귀를 기울이고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반면 주변의 신하들은 시기하는 눈초리로 왕과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더듬거리는 말투며 어눌한 표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도리어 얄밉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밤이 늦도록 계속됐다.“군주는 자기의 재능과 힘을 표면에 나타내지 말아야 합니다. 좋아하고 미워하는 바를 말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 군주는 스스로 국사를
한비자가 어눌하게 말했다.“송구스럽다니 우리는 동문수학한 친구사이가 아닌가.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말하시게. 그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일이 성사될 수 있도록 하겠네. 그러니 어서 술이나 마심세.”이사는 흔쾌히 그러겠노라고 대답하고 후하게 대접해 주었다.한비자는 이사의 호의에 감사했다. 역시 동문수학한 이사가 진짜 친구라고 굳게 믿었다. 며칠이 지났다. 이사는 약속한 대로 한비자가 진왕을 알현토록 주선했다.진왕은 뜻 밖에 한비자의 방문을 받고 크게 환영하며 그를 맞았다. 어눌하게 조당에 들어오는 한바자를 보자 용상에서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