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말이 가진 힘이 크다는 얘기일 터. 조직의 수장이나 지도자에게 말이란, 그 정도와 깊이에 있어 상당한 위력과 영향력을 행사한다. 고려 장수 서희는 탁월한 외교관이자 전략가이며,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그는 대군을 이끌고 침입한 거란 장수 소손녕과 담판을 벌여 누란지세의 나라와 영토를 지켜냈다. 그의 언변과 인품에 감탄한 소손녕이 맞절을 한 뒤 마주 앉았다는 일화는 협상 외교의 효시로 평가받는다.국정을 총괄하는 대통령의 언어 역시 철저하게 관리
정치권이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금품 살포 의혹을 두고 시끄럽다. 집권 여당에 호재인 건 맞다. 가뜩이나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져 노심초사인데, 야당이 찬 ‘똥 볼’이 얼마나 고마울까. 그런데 국민의힘도 지난 전당대회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지 않았나. 지지율 5% 안팎이던 후보가 단숨에 10배가 넘는 53% 득표율로 당 대표에 선출된 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 그러고 보면 정치라는 게 참 묘하다. 무슨 사건 사고가 터지면 세상이 뒤집어질 듯 난리를 치고도 얼마 안 지나 언제 그랬냐는 듯 수
지난 10일부터 나흘간 국회 본회의장에서 선거제 개편을 위한 전원위원회 토론이 열렸다. 국민의 기대는 컸다. 국회의원 300명 모두가 참여하는 전원위는 2003년 ‘이라크파병 동의안’ 이후 20년 만이었기 때문이다. 정작 뚜껑 안에는 기득권이라는 ‘밥그릇’을 지키려는 그들만의 연대 방식으로 가득 찼다. 발언대에 선 의원 100명은 토론이라기보다 ‘자기 말 대잔치’를 벌였다. 의원 정수를 늘리니 마니, 비례성을 확대하네, 마네 옥신각신했다. ‘난상토론’보다 ‘난잡 토론’에 가까웠다. 시간이 갈수록 자리를 지키는 의원들 숫자도 줄었다.
식목일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났다. 충청권도 대형산불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2일 충남 홍성에서 난 불은 사흘 넘게 온 산을 태웠다. 잠정 피해 면적만 1,400ha가 넘는다. 축구장 2천 개를 합친 것보다 넓은 면적이라고 한다. 정부는 전국 10곳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하지만 집이 불타고, 가축을 잃은 주민들이 상처를 치유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가난은 나라님도 막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천재지변도 마찬가지다. 다만 피해를 최소화하고, 복구할 책임은 국가에 있다. 중앙과 지역 정부의
[김재중 · 황재돈 기자] “6대 첨단산업에 550조 민간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첨단산업 육성전략이 윤곽을 드러나고 있다. 간략히 표현하면 ‘삼성이 첨병으로 나선 모습’이다. 삼성은 지난달 15일 경기 용인 국가산업단지에 반도체 분야 300조 원 투자계획을 밝혔고, 어제(4일) 충남 아산에서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4조 1000억 원대 투자계획을 공개했다.이로써 윤석열 정부가 유치하겠다고 공언한 550조원 민간투자 중, 삼성이 제시한 투자금액만 304조 원을 넘어섰다. 앞서 삼성이 비수도권에 60조원대 투자계획을 밝힌 만큼
여야가 당 지도부와 당직을 개편하며 새 진용을 갖췄다. 국민의힘은 ‘윤심’을 반영한 새 지도부가 들어섰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기소에 당직 개편으로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충청권은 핵심 요직에서 내려왔을 뿐, 새롭게 진입하지 못했다. 지역으로 볼 때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다. 대선 공약 이행을 비롯해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내도 모자랄 판에, 지도부와 당직은커녕 상임위원장 한 명 없기 때문이다.여야가 4월 중 신임 원내지도부를 꾸리면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내년 총선 전까지 체제가 유지될 공산이 높
[김재중 기자] 삼성이 경기도 용인 국가산업단지에 약 300조 원대 투자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 지역 균형발전 논란이 불붙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15개 신규 국가산업단지를 지정했지만 경기도 용인의 710만㎡(210만평) 규모 시스템 반도체 단지 실행계획만 부각되고 있기 때문.삼성의 투자계획은 경기도 일대를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로 키우겠다는 윤석열 정부 구상과 맞닿아 있다. 이 같은 집중투자는 반도체 분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연적 선택으로 보이지만, 수도권 과밀 해소와 균형발전 관점에서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
용산 대통령실을 출입할 때마다 답답함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들과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을 하던 1층 현관 앞을 지날 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도어스테핑을 중단했고, 대통령실은 그 자리에 가림막을 설치했다. 대통령실은 기자들에게 ‘불미스러운 사태에 재발 방지 방안 없이 지속할 수 없다’고 했다. ‘불미스러운 사태’란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의 설전을 두고 한 소리다. 설전의 시발은 윤 대통령이 미국 순방에서 불거진 비속어 발언 때문이었다. 전 국민이 다 알아들은 말을, ‘대통령실’만 못 알아들
충청향우회 총재를 지낸 고(故) 김용래 전 총재는 생전 ‘엄청도(엄청난 충청도) 전도사’로 불렸다. 그는 타계 열흘 전인 2009년 2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충청향우회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범 충청인이 750만 명이다. 충청도는 더 이상 약소도(弱小道)가 아니라 엄청도”라고 유언과도 같은 말을 남겼다. 충남 청양 출신으로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엄청도의 힘’을 강조한 정치인 중 하나다. 그는 지난 2012년 8월, 18대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와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 충청도가 정권 교
1941년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자 한국의 청년들이 일본의 강제 징모로 대륙과 남양 여러 전선에 배치될 적에 이곳에 징병 징용된 사람 1만여명이 무수한 고초를 겪었던 것만이 아니라 혹은 전사도 하고 혹은 학살도 당하여 아깝게도 희생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일본 오키나와 평화공원 내 한국인 위령탑 건립비 中) 정부는 지난 6일 일본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안을 발표했다. 2018년 대법원에서 강제 동원 배상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정부 산하 재단(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배상금을 지급하는 안이다. 정작 일본제철이나 미쓰비시중공업
누가 죄인인가. 뮤지컬 영화 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 사살의 정당성을 알리며 외친 말이다. 그 외침은 우리 주권을 빼앗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을 향한 분노였고, 항거였다. 1919년 삼일 독립운동 이후 104년이 지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104주년 삼일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파트너’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로 칭하며 양국 협력을 강조했다. 양국이 협력해 “세계 시민의 자유 확대와 공동 번영에 책임 있는 기여를 해야” 하고, 그것이 곧 “104년 전,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외친 우리 선열들의 그 정신과
[세종=디트뉴스 이희택 기자] 최민호(66) 세종시장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함께 당선된 김태흠(60) 충남도지사, 이장우(57) 대전시장과 더불어 ‘리틀 이완구 사단’으로 분류되고 그 중 맏형격이다. 고(考) 이완구 전 총리와 인연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최 시장은 당시 이 전 총리가 충남도지사로 당선된 직후부터 2008년 3월까지 약 2년간 행정부지사로 호흡을 맞추며 ‘이완구 리더십’을 몸소 배웠다. 이후로도 2015년 국무총리 재임 시절 총리 비서실장으로 호흡을 맞추는 등 정치적 변수가 있을 때마다 행보를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