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3일 저녁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법으로 정한 12월 2일 처리시한을 20일 이상 넘겼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가장 늦은 처리 기록(2019년 12월10일)도 13일 경신하게 됐다. 여야 모두 늦장 처리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법을 만드는 국회부터 법을 지키지 않으니, 무슨 낯으로 국민을 대표할까. 결국은 ‘윤석열 대 이재명’의 힘겨루기 때문 아니겠나. 법인세율 인하와 행안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지역화폐와 공공임대주택 예산 편성으로 포장만 했을 뿐.여야는 윤
전국 대학교수들이 올해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음으로는 ‘덮고자 하면 더욱 드러난다’라는 ‘욕개미창(欲蓋彌彰)’을 꼽았다.두 사자성어 모두 화살은 정치권을 향하고 있다. 올해 정치권은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중앙과 지방 권력이 교체됐고, 여야 지위가 바뀌었다. 여야는 바뀌었지만,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의 정치 수준은 정권 교체 이전과 대동소이해 보인다. ‘내로남불’식 인사는 전 정부를 답습했고, 이른바 ‘윤핵관’과 ‘관저 정치’에 몰두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와 관련해 “이달 말까지 최종 조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실내마스크 의무 해제 필요성을 내놓은 지 이틀 만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윤핵관’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실내마스크 해제 필요성을 언급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정부와 방역 당국, 대전·충남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특정 지역 광역단체장이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다음 달부터 당장 마스크를 벗겠다고 나오는 배경에도 관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파업에 나선 화물연대를 노골적으로 힐책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건 어떤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며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심의·의결했다. 운전대를 다시 잡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포고(布告)였다. 합법으로 불법을 다스리겠다는 것이고, 대화가 아닌 대결을 하겠다는 선언이다. 대화와 타협 없는 사회는 더 큰 갈등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가만히 보면 합법과 불법의 경계도 모호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에도 같은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동남아 순방에서 대통령 전용기에 MBC 취재진 탑승을 불허한 이유를 “악의적인 행태 때문”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비서관은 “무엇이 악의적이냐”라고 묻는 MBC 기자를 향해 “대통령에게 예의가 아니다”라고 해 언쟁까지 붙었다. 대통령실은 이 언쟁의 조처로 현관 앞에 벽을 쳤고, 지난 21일 기자들에게 출근길 문답 중단을 통보했다. ‘우린 지금 MBC에 단단히 화가 나 있다’라는 걸 행동으로 보였다. 윤 대통령에게 찍힌 MBC는 ‘퇴출’ 압력까지 받고 있다. 대통령실은 기자단에 MBC의 출입 기자 등록 취소, 기자
[김재중 기자] 이장우 대전시장이 자신의 핵심 공약 추진을 위해 ‘민간투자사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4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전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사업’과 3000억원 이상이 필요한 ‘보문산 관광개발 사업’에 “민자유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이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21일 대전시의회 시정질의 답변 과정에서 흘러나왔다.그는 대전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사업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제 공약이기도 하다”고 운을 뗀 뒤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사업을 정부 사업으로 추진할 경우,
지난 15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육사 충남 이전 유치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무산됐다. 이전 반대 측의 방해에 가까운 반발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욕설과 막말은 물론, 몸싸움까지 빚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것도 헌법기관에서, 물리적 충돌이라니. 얼마나 볼썽사나운 꼴인가. 충남도는 서울 태릉에 있는 육사를 논산시로 유치하려고 하고 있다. 그에 따른 당위성도 내세우고 있다. 그 당위성은 논리적이어야 한다. 논리가 정연하면 반대 측은 찍소리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가만히 보면, 충남도 논리에는 군데군데 틈이 있다. 그러니
나는 박근혜,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거쳐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을 출입하고 있는 ‘기자’다. 일반인들은 대통령실을 출입한다고 하면 ‘똑같은 기자’라고 본다. 그렇지 않다. 이 안에서도 운동장은 기울어져 있고, 기득권과 카르텔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통령실 카카오톡 단톡방에는 300여 명(298명)이 들어와 있다. 이 중 대변인실과 소통관 직원 50여 명을 제외하면, 기자(내신)는 250여 명 안팎. 여기서도 선(線)이 그어진다. 풀(pool·대표취재) 기자단에 속한 언론사 기자와 그렇지 않은 기자. 풀 기자단은 어림잡아 200여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은 정호승 시인은 최근 신작 ≪슬픔이 택배로 왔다≫를 펴냈다. 어쩌자고 그 반가운 택배에 슬픔을 배송했는진 모르겠으나, 그의 이번 시집은 유독 ‘죽음’에 대한 사유가 돋보인다. 그는 며칠 전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죽음은 나의 죽음이 아니야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당신의 죽음이, 그 슬픈 죽음이 결코 원하지 않았던 그 죽음이 곧 나의 죽음이다, 라고 깊게 공유하는 마음, 나누는 마음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시인은 “그래야 자식을 보낸 부모 마음이 ‘아, 나의 마음을 이렇게 공유하고 함
[김재중 기자] 대전 평촌산업단지에 또 다시 발전소 건립이 추진된다. SK가스㈜ 등 민간기업이 약 3500억 원을 투자해 40MW급 연료전지발전소를 건립하고 대전시가 행정적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발전소 건립과 관련해 수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는 대전시는 이번엔 ‘지역상생형 친환경 발전소 건립’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 송도 등 다른 지역 사례를 살펴보면, 연료전지발전소 건립사업 역시 ‘반대 민원’에 시달리는 등 전형적인 갈등사업이다.지난 7일 이장우 대전시장은 대전시청에서 SK가스 윤병석 대표이사, LS일렉트릭 이상열
[공주=디트뉴스 김다소미 기자] 충남 공주시의회 제9대 의회의 방만한 업무추진비 사용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공주시의회는 지난 8대 의회에서도 업무추진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해 몇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님에도 아직 대책 마련을 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여전히 집행 기준을 모호하게 만드는 ‘세부 규정 미비’에 대해 의회의 자정 노력이 없다.'업무추진비'는 오랫동안 판공비(辦公費)로 불렸다. 글자 그대로 공무(公務)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지난 1993년 이후 업무추진비로 굳어졌다. 행정안전부는
[세종=디트뉴스 이희택 기자] 이태원 참사 후 드러난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경찰, 소방본부간 엇박자 대응은 생활안전 컨트롤타워 부재를 드러냈다.지난해 7월 전국 17개 시·도에 전면 도입된 ‘자치경찰제’ 취지가 바로 이 같은 시스템의 이원화에 있는데,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재발방지를 위한 맞춤형 처방전이 '자치경찰제 내실화에 있다'는 주장은 여기서 출발한다.예컨대 이태원 혼잡 경비 등 생활안전 영역에 걸쳐 자치경찰 통제·관리 권한을 서울시장과 서울시 자치경찰위원장에게 일원화했다면, 결과는 다를 수 있었다는 의
길 가던 사람들이 죽었다. 하늘이 무너진 것도, 땅이 꺼진 것도 아닌데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참변을 당했다. 생때같은 젊은이들이 눌리고 깔려 목숨을 잃었다. 안타까운 죽음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따라다닌다.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들, 군대에서 휴가 나온 막내, 정규직 전환에 성공한 딸. 그들은 그날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그들의 가족은 하룻밤 새 ‘유가족’이 됐다. 정부는 5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했다. 원인 규명보다 애도가 먼저인 게 얼마나 진정성이 있을까. 그래도 온 국민은 고인들을 애도하며 명복을 빌었다.
대전의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있다. 대한민국의 과학수도, 첨단을 달리는 도시임을 자처하면서 행정은 여전히 구시대에 머물러있다. 지역을 가르고, 시민을 분열시키고,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이념 논쟁에 선을 긋기는커녕 동참하기까지 한 이번 북토크 취소 사태가 그 예다.대전평생교육진흥원 북토크 프로그램 강연자들이 편향된 이념을 가졌다는 이유로 시민과의 만남 기회를 잃었다. “좌파 이념의 책, 좌파 성향의 발표자”, “중립적이지 않은 강연” 등의 내용이 담긴 민원이 접수됐고, 이를 수용해 최종적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취소키로 했다는 것이 시와
[김재중 기자] 이장우 대전시장 역점공약으로 대전시가 추진하고 있는 ‘0시 축제’에 대한 근본적 발상 전환이 요구된다. ‘이태원 참사’로 인해 향후 다중 밀집 행사보다는 소규모 분산형 축제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31일 대전시는 향후 ‘0시 축제’ 개최시 현장에 배치된 안전관리요원이 인파를 분산해 이동조치하고 인파 증가가 감지되면 경찰서와 소방서 등에 인력배치를 추가로 요청하는 등 안전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시는 내년 8월 11일부터 17일까지 대전역에서 옛 충남도청 구간 중앙로 일원에서 외지인 100만
지난 16일 벌어진 카카오 먹통 사태는 ‘IT 강국’을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드러냈다. 채팅부터 교통·금융·물류·유통은 물론, 의료·치안 등 공공서비스까지 멈췄다. 온 나라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마비 상태에 직면했다. 동시에 전 국민은 ‘독점 기업’ 위력을 체감했다. 카카오는 그동안 서버 장애 등 시스템에 잦은 문제를 일으켰다. 그러나 설비 투자는 게을렀고, 사업 확장에만 부지런했다. 카카오 부사장의 “화재는 예상 못한 시나리오”라는 해명은 “그동안은 무슨 시나리오를 준비했나”라고 반문하게 만든다. 카카오 사태 하루 전. 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월 22일 서울 유세 현장에서 “제가 지면 없는 죄를 만들어서 감옥에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말이 씨가 된 걸까. 대선 기간 내내 시끄러웠던 ‘대장동’이 다시 튀어 나왔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긴급 체포한 뒤 지난 19일 민주당 당사까지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비단 대장동뿐만이 아니다. ‘서해 공무원 피격’ ‘탈북어민 강제 북송’ 등 전 정권 털기와 ‘북풍몰이’가 노골화됐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그걸 꼭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리는 국정감사 기간에 몰아서
[김재중 기자] 대전 자치구의회가 여론의 따가운 눈총에도 불구하고 의정비 인상과 관광성 제주도 연수 등을 강행하는 등 폭주하고 있다. 광역의회인 대전시의회 역시 제주도 연수와 의정비 인상을 추진했지만 비판 여론을 의식해 계획을 취소하는 등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자치구 의회는 시민 눈높이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다.의정비 인상 움직임이 단적인 사례다. 대전시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지난 18일 향후 4년간 시의원 의정비를 공무원 보수인상률 만큼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의정비는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이 합쳐진 금액인데, 월정수
지난 13~14일 민선8기 박경귀 시장의 ‘첫 방어전’ 격인 제9대 아산시의회 시정질문이 펼쳐졌다. 아직 실·과장 답변 일정이 남았지만, 질의 건수의 절반가량이 ‘시장 답변’으로 몰렸던 만큼, 사실상 메인이벤트는 지나갔다고 볼 수 있다. 기자는 이번 메인이벤트의 관전 포인트를 크게 ▲민선8기에 ‘양날의 검’으로 다가온 아트밸리 ▲정치공세로 사라진 민생 ▲야당(더불어민주당) 공세에 따른 여당(국민의힘) 집결 등 정치구도의 변화 이렇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먼저 이번 시정질문은 ‘신정호 아트밸리로 시작해, 아트밸리로 끝났다’고 요약할
정치권에 때아닌 ‘친일(親日)·반일(反日)’ 논란이 한창이다. 여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에 ‘일본’을 포함한 것을 비판하자 ‘반일’ 감정을 자극했다. 야당은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조선의 패망 원인을 일본의 침략이 아닌 ‘내정(內政)’으로 규정했다며 ‘식민사관’을 갖다 붙였다.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자신을 지킬 힘이 없었다.” 논란이 된 정진석 위원장 페이스북 글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정 위원장 스스로 밝혔듯이 논평의 본질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 ‘본질’은 ‘자강론’을 강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