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부터 나흘간 국회 본회의장에서 선거제 개편을 위한 전원위원회 토론이 열렸다. 국민의 기대는 컸다. 국회의원 300명 모두가 참여하는 전원위는 2003년 ‘이라크파병 동의안’ 이후 20년 만이었기 때문이다. 정작 뚜껑 안에는 기득권이라는 ‘밥그릇’을 지키려는 그들만의 연대 방식으로 가득 찼다. 발언대에 선 의원 100명은 토론이라기보다 ‘자기 말 대잔치’를 벌였다. 의원 정수를 늘리니 마니, 비례성을 확대하네, 마네 옥신각신했다. ‘난상토론’보다 ‘난잡 토론’에 가까웠다. 시간이 갈수록 자리를 지키는 의원들 숫자도 줄었다.
식목일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났다. 충청권도 대형산불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2일 충남 홍성에서 난 불은 사흘 넘게 온 산을 태웠다. 잠정 피해 면적만 1,400ha가 넘는다. 축구장 2천 개를 합친 것보다 넓은 면적이라고 한다. 정부는 전국 10곳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하지만 집이 불타고, 가축을 잃은 주민들이 상처를 치유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가난은 나라님도 막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천재지변도 마찬가지다. 다만 피해를 최소화하고, 복구할 책임은 국가에 있다. 중앙과 지역 정부의
[김재중 · 황재돈 기자] “6대 첨단산업에 550조 민간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첨단산업 육성전략이 윤곽을 드러나고 있다. 간략히 표현하면 ‘삼성이 첨병으로 나선 모습’이다. 삼성은 지난달 15일 경기 용인 국가산업단지에 반도체 분야 300조 원 투자계획을 밝혔고, 어제(4일) 충남 아산에서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4조 1000억 원대 투자계획을 공개했다.이로써 윤석열 정부가 유치하겠다고 공언한 550조원 민간투자 중, 삼성이 제시한 투자금액만 304조 원을 넘어섰다. 앞서 삼성이 비수도권에 60조원대 투자계획을 밝힌 만큼
여야가 당 지도부와 당직을 개편하며 새 진용을 갖췄다. 국민의힘은 ‘윤심’을 반영한 새 지도부가 들어섰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기소에 당직 개편으로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충청권은 핵심 요직에서 내려왔을 뿐, 새롭게 진입하지 못했다. 지역으로 볼 때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다. 대선 공약 이행을 비롯해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내도 모자랄 판에, 지도부와 당직은커녕 상임위원장 한 명 없기 때문이다.여야가 4월 중 신임 원내지도부를 꾸리면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내년 총선 전까지 체제가 유지될 공산이 높
[김재중 기자] 삼성이 경기도 용인 국가산업단지에 약 300조 원대 투자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 지역 균형발전 논란이 불붙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15개 신규 국가산업단지를 지정했지만 경기도 용인의 710만㎡(210만평) 규모 시스템 반도체 단지 실행계획만 부각되고 있기 때문.삼성의 투자계획은 경기도 일대를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로 키우겠다는 윤석열 정부 구상과 맞닿아 있다. 이 같은 집중투자는 반도체 분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연적 선택으로 보이지만, 수도권 과밀 해소와 균형발전 관점에서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
용산 대통령실을 출입할 때마다 답답함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들과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을 하던 1층 현관 앞을 지날 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도어스테핑을 중단했고, 대통령실은 그 자리에 가림막을 설치했다. 대통령실은 기자들에게 ‘불미스러운 사태에 재발 방지 방안 없이 지속할 수 없다’고 했다. ‘불미스러운 사태’란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의 설전을 두고 한 소리다. 설전의 시발은 윤 대통령이 미국 순방에서 불거진 비속어 발언 때문이었다. 전 국민이 다 알아들은 말을, ‘대통령실’만 못 알아들
충청향우회 총재를 지낸 고(故) 김용래 전 총재는 생전 ‘엄청도(엄청난 충청도) 전도사’로 불렸다. 그는 타계 열흘 전인 2009년 2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충청향우회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범 충청인이 750만 명이다. 충청도는 더 이상 약소도(弱小道)가 아니라 엄청도”라고 유언과도 같은 말을 남겼다. 충남 청양 출신으로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엄청도의 힘’을 강조한 정치인 중 하나다. 그는 지난 2012년 8월, 18대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와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 충청도가 정권 교
1941년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자 한국의 청년들이 일본의 강제 징모로 대륙과 남양 여러 전선에 배치될 적에 이곳에 징병 징용된 사람 1만여명이 무수한 고초를 겪었던 것만이 아니라 혹은 전사도 하고 혹은 학살도 당하여 아깝게도 희생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일본 오키나와 평화공원 내 한국인 위령탑 건립비 中) 정부는 지난 6일 일본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안을 발표했다. 2018년 대법원에서 강제 동원 배상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정부 산하 재단(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배상금을 지급하는 안이다. 정작 일본제철이나 미쓰비시중공업
누가 죄인인가. 뮤지컬 영화 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 사살의 정당성을 알리며 외친 말이다. 그 외침은 우리 주권을 빼앗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을 향한 분노였고, 항거였다. 1919년 삼일 독립운동 이후 104년이 지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104주년 삼일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파트너’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로 칭하며 양국 협력을 강조했다. 양국이 협력해 “세계 시민의 자유 확대와 공동 번영에 책임 있는 기여를 해야” 하고, 그것이 곧 “104년 전,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외친 우리 선열들의 그 정신과
[세종=디트뉴스 이희택 기자] 최민호(66) 세종시장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함께 당선된 김태흠(60) 충남도지사, 이장우(57) 대전시장과 더불어 ‘리틀 이완구 사단’으로 분류되고 그 중 맏형격이다. 고(考) 이완구 전 총리와 인연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최 시장은 당시 이 전 총리가 충남도지사로 당선된 직후부터 2008년 3월까지 약 2년간 행정부지사로 호흡을 맞추며 ‘이완구 리더십’을 몸소 배웠다. 이후로도 2015년 국무총리 재임 시절 총리 비서실장으로 호흡을 맞추는 등 정치적 변수가 있을 때마다 행보를 같
이재명과 이낙연 중 어느 한쪽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차기 권력자 자리를 양보했다면, 무명의 윤석열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면, 지금 이 나라는 어떤 모습일까. 주말마다 ‘윤석열 퇴진’과 ‘이재명 구속’을 외치는 도심 맞불집회를 바라보며 이런 가정을 자주 하는 요즘이다. 양극단의 세력과 진영의 충돌 속에 정치 초보인 윤석열은 2021년 제1야당 대선 후보가 됐고, 이듬해 3월 대선에서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 자리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권력을 잡자마자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겼고,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아침 출
대전과 세종, 충남은 같은 뿌리다. 도농을 분리한다는 측면에서 행정구역을 개편했을 뿐, 사실상 한 집안이었다. ‘대세충(대전·세종·충청)’이란 말의 기원도 그 바탕에 근거하고 있다. 다만, 세종은 결이 다른 부분이 있다. 참여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과 ‘행정수도’라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만들어졌다는 이유에서다. 행정구역 통합을 이야기할 때, 상대적으로 관점의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그렇더라도 충청권 행정통합이 거스를 수 없다는 건, 단순히 관점의 차이로 바라볼 순 없는 지점이다. 과거에는 세 곳이 서로 경쟁하며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대전도시공사(이하 공사)가 ‘산업단지 개발’과 ‘도시재생사업 추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새로운 도약을 선포했다.다만 공사 자체 역량 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제도적 한계와 지역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16일 공사는 창립30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향후 30년을 대비하는 ‘2050비전 선포식’을 개최하는 등 새로운 출발을 예고했다. 이 자리에는 이장우 대전시장을 비롯해 공사 임직원과 초청 인사 등 300여 명이 참여해 공사의 도약을 응원했다. 공사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대전 카이스트에서 과학기술‧디지털 혁신기업인들과 만나 “정부가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지방시대의 핵심적인 두 축은 첨단 과학기술과 교육”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히 “대전은 지방시대의 모범”이라고 치켜세우며 지역 인재들이 지역에서 기술창업에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시대’를 통해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의 현실을 극복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 목표 중 하나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내걸었다. 지역 스스로 발전전략을 결정하고, 실
[이미선 기자] "내버려 둬요~정권 바뀌면 다시 조례 만들고 부서명도 또 변경하면 되겠죠~...."정치와 행정을 코미디로 만들고 시민들의 냉소를 유발하는 것은 누구인가. 그 업에 종사하는 정치인들과 행정가들임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최근 대전교육계는 '학교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조례' 폐지와 대전교육청 본청 '민주시민교육과' 명칭 변경이 이슈다. 앞서 대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본청 교육국 '민주시민교육과'를 '미래생활교육과'로 변경하는 안을 입법 예고, 오는 3월부터 미래생활교육과로 명칭이 변경된다.학생생활교육과→민주시민교육과 →미래생
중앙언론사 기자들은 지역 언론사 기자를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경향이 있다.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중앙 정부의 공식 발표나 정치권 소식을 먼저 보도하기 때문에 상대적인 경쟁력이 높다는 우월의식을 가질 수 있다. 지역 언론 대다수가 주요 포털 CP(콘텐츠제휴)사로 등록되지 않았다는 점도 선입견이 들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지난주 신입 기자 연수 프로그램 차 국회를 출입하며 방송사와 통신사, 지역 일간지 등 다양한 기자들의 군상을 접했다. 그리고 왜 지역 기자들이 앞서 말한 공간적·구조적 이유와 별개로 편견의 대상인지 깨달았다
충청권 광역단체가 특별자치단체(메가시티) 출범을 위한 닻을 올렸다. 늦어도 2025년까지 메가시티 완성을 목표로 ‘합동추진단’도 만들었다. 전국적으로 충청권이 국가 균형발전의 핵심축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충청권 메가시티는 국가 균형발전의 선도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성공한다면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지역 소멸과 국가 균형발전의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풀어가야 할 난제가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 배경에는 선제적으로 메가시티를 추진하다 좌초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사례를 따르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깔려 있다
2001년 7월 21일 일본 효고현 아카시시(市). 불꽃놀이를 보러온 인파가 몰리며 육교에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군중 눈사태(crowd surge)’가 발생했다. 군중 눈사태란, 좁은 공간에 밀착한 사람들이 균형을 잃으며 한꺼번에 쓰러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사고로 어린이 9명과 70대 여성 2명이 희생됐다. 하지만 그 어떤 누구도 참사에 책임지지 않았고, 진상규명에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유족들은 15년여 동안 지난한 재판을 겪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참사 21년 만에 그간의 과정을 담은 책을 냈다.책이 출간된 지 얼마 안 지
[아산=안성원 기자] #1. 하버드대학 로스쿨 교수 캐스 선스타인(Cass R. Sunstein)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일수록 반향실 효과(反響室 效果, echo chamber)로 인해 확증편향이 강해지고, 이는 극단화를 더욱 심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벽에 부딪혀 반사되는 반향실처럼, 특정 성향의 사람들이 그들만의 생각을 공유하며 다른 집단을 배척하게 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의 거대 양당정치와 사용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우선 공급하는 SNS의 알고리즘이 이를 배가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2. 충남
코로나19 이후 만 3년. 거리두기 없는 설 연휴를 맞았다. 감염 확산 우려에 귀성길을 포기했던 가족과 친지가 모처럼 한 자리에 둘러앉게 됐다. 대개 이런 자리에서 중장년층의 화제는 ‘정치 이야기’일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이번 설 명절에는 그 정도가 심할지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 이야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야당의 향후 진로 등등. 이 화제의 틈바구니에서 과연 ‘충청의 정치’는 끼어들 수 있을까? 선거 때마다 민심의 ‘바로미터’, ‘캐스팅보트’로 분류됐지만, 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