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는 암캐들이 뒤엉켜 먹이를 먹고 있는 모습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에게 더 줄 것도 또 덜 줄 것도 없었기에 편안하게 누워 천장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천장에 그려진 봉황과 용그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신을 가다듬었지만 그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온몸이 공중에 떠오르는 느낌이 한동안 이어졌고 이어 긴 숨이 폭발했다. 거친 호흡이 목까지 치밀어 올랐다.그때 가장 우두머리격인 암캐가 긴 혀를 빼물고 먹이에서 물러났다. 그러자 연이어 다른 암캐들이 자리를 물렸다. 하지만 시황제의 기분은 그렇지 않았다.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고 싶었다.
시황제의 말이 떨어지자 궁녀들은 하나같이 시황제를 에워싸고 온몸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한 궁녀는 다리를 다른 궁녀들은 팔을 주물러 주었다. 고운 미소녀의 손으로 온몸을 주무르자 시황제는 나른한 감을 느끼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잠이 밀려왔다. 자연스런 마차의 진동과 어린 계집들의 향긋한 분 냄새 그리고 취기가 뒤엉켜 몽롱함을 느끼며 잠에 빠져들었다.얼마나 잤을까. 살포시 눈을 들자 궁녀들이 그때까지 사지를 주무르고 있었다.양 손에는 어린 계집들의 엉덩이가 만져졌고 다리 사이로는 따뜻한 호흡이 느껴졌다. 옷 속에 숨긴 계집들의 몸이
만반의 준비가 끝나자 함양궁 앞에서는 시황제 순행에 따른 나발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졌다. 행렬은 1차 순행에서와 마찬가지로 진행됐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1차 순행이 진나라 내의 순행이었다면 2차 순행은 굴복시킨 나라들에 대한 순행이었으므로 경호 인력이 대폭 보강됐다. 8천의 황군에서 그 수가 늘어 1만6천의 군사가 그를 호위토록 했다. 그러므로 그들의 행렬은 그 길이가 수십 리에 이르렀다. 이를 본 백성들은 그의 권위가 얼마나 대단하며 누구도 감히 그의 권위에 도전할 수 없음을 새삼 깨달았다. 시황제는 이점을 노려 의도적으로 많은
‘그럴 일이야 없겠지. 누가 감히 내 제국에 맞서서 변란을 일으킨단 말인가? 하지만 정말 모를 일이야.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서는 믿을 수가 없어.’ 시황제는 그날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시황제는 다음날 조당에 군신들을 모아놓고 입을 열었다.“간밤에 짐은 많은 생각을 했소. 지금 천하는 안정되어 가고 있다지만 아직 통일제국에 걸맞을 만큼 안정되었다고 보기에는 이른 감이 있소. 곳곳에서 6국의 잔당들이 역모를 꾀할 수도 있고. 이런 시점에 짐이 함양궁에 머물고 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듯싶소. 따라서 짐은 전국을 순행하며 현지의 사
□태산 봉선기원전 219년. 시황제가 농서와 북지를 다녀온 이듬해였다.늦은 밤, 달빛은 고요한데 잠이 오질 않았다. 자리에서 뒤척이다 침전 문을 활짝 열고 밖을 넘어다보았다. 달빛아래 저만치 첩첩으로 쌓인 구중궁궐이 희미하게 보였다. 나무들과 높은 담 그리고 지붕으로 이루어진 풍경이 달빛과 어우러져 너무나 아름다웠다. 멀리 개 짖는 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시황제는 한참동안 그 풍경에 취해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숨 가쁘게 살아온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났다. 6국을 멸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곧이어 하나 둘씩 주변국을 접수하던
“시황제 폐하. 술사 노생 입시이옵나이다.”“그래 들라 일러라.”백발을 늘어뜨리고 흰 도포를 입은 노생이 머리를 조아리며 마차에 올랐다.그는 깡마른 몸매에 쥐 눈을 하고 있어 누가 보아도 총명하게 생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본래 연나라 사람으로 진시황을 수시로 만나며 그에게 정신적 도움을 주는 술사였다. “시황제 폐하. 불러계시나이까?”“짐이 적적하여 그대를 불렀소. 말동무라도 할까 해서.”“황공무지로 소이다. 시황제 폐하.”노생이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짐이 선왕들의 음덕으로 천하를 통일했소만 어찌 마음한 구석이
시황제가 탄 마차 바로 옆에는 경호대장인 위위가 말을 타고 따르고 있었고 뒤에는 부사들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마차 뒤로 승상과 태위, 어사대부, 그리고 사법을 관장하는 정위 등 수많은 신하들이 마차에 올라 뒤를 이었다. 또 복숭아꽃처럼 화사하게 단장한 궁인과 궁녀 등 나인들이 꽃물결을 이루며 행렬의 말미를 수놓았다. 시황제는 그 자체가 움직이는 함양궁이었다. 모든 집무를 마차에서 보았으며 수시로 백관들의 회의를 소집했다. 행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함양궁을 비운 사이 누구라도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심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군신들은 서둘러 파발을 보냈다. 그리고 지나는 길목의 백성들은 전원 동원시켰다. 졸지에 부역에 동원된 백성들은 달빛을 횃불 삼아 도로를 닦았다. 튀어나온 부분을 평탄하게 정리하고 구부러진 곳을 바로잡았다.백성들은 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하고 처음으로 자신들의 고장을 지난다며 힘든 줄도 모르고 나와 부역을 하였다.여기저기서 영차소리가 번져갔다. 수레에 흙을 파다 날랐고 군마들은 나무를 끌며 도로의 평탄작업을 서둘렀다.도로를 만드는 작업은 날이 가고 달이 기울 때까지 계속됐다. 우선적으로 함양궁에서 가까운 지점부터
시황제는 조금은 가빠오는 숨을 조절하며 조용히 누워있었다.계집은 온몸으로 어루만지길 여러 번을 반복했다. 역시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혈을 짚어주었다. 시황제의 머릿속에서는 잔잔한 가운데 기운이 일었고 수시로 낙뢰가 떨어졌다.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오르는가 싶으면 이내 얼음처럼 차지기를 반복했다. 천둥이치고 숨이 막다른 골목까지 치달았다.그제야 계집이 시황제의 금장도를 뽑아 높이 쳐든 다음 칼집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생살을 찢는 비명이 쏟아져 나왔다. 한동안 천하가 요동질을 쳤다.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었다. 침
“그래? 그런 명약을 구할 수 있겠다는 말이렷다.”“그러하옵나이다. 미천한 계집이 뭘 알겠나이까 만은 천하를 통일하신 시황제 폐하께옵서 구하신다면 무엇인들 못 구하겠나이까?” “오라 기특한 말이로다. 내 일찍이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시황제는 술잔을 기울이며 말했다.그리고는 곧바로 낭중령 조고를 불러들였다.“낭중령은 들어라. 짐이 늙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고 있었노라. 짐의 뜻이 그러하니 낭중령은 천하에 수소문하여 늙지 않고 살 수 있는 명약이 있는지 알아볼지어다.”시황제는 오랜만에 계집의 살 냄새를 맡자
시황제의 취향을 잘 아는 낭중령 조고는 시간이 날 때마다 직접 궁녀들을 골라 순번을 정해 놓았다. 그가 선택하는 궁녀는 나이가 어리고 아직 때 묻지 않아야 했다. 또 한 번 침소에 든 계집은 시황제의 주문이 없는 한 다시 찾지 않았다. 순번이 정해진 궁녀는 언제 어느 때고 침소에 들 수 있도록 깨끗이 씻고 시황제 맞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했다.그러므로 하시라도 시황제의 뜻이 있는 듯 하면 궁녀를 침소에 들여보냈다.물론 침소에 들기 직전에는 상궁이 먼저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살폈다. 흑심을 품고 시황제를 시해하지는 않을 것인지. 혹은
그리고는 황명으로 전국의 모든 무기를 거두어 그것을 녹인 다음 12개의 동상을 함양궁 앞에 세우게 했다. “짐은 6국 제후의 식솔들이 아직 그곳에 남아 있다는 것은 심히 우려되는 바가 아닐 수 없도다. 그들이 뜻을 모은다면 또다시 혼란이 빚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들을 처리할 수 있는 방도를 찾도록 하여라.”신하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방도를 건의했다.“그들을 모두 함양으로 불러들여 중앙 관리들이 직접 감시토록 함이 가할 줄 아뢰옵니다.”이 말에 진시황은 12만호의 지방 토호들을 함양으로 이주시켰다. 물론 그들 가운데 시황제
승상 이사의 개혁정책이사가 승상자리에 오르면서 시황제의 개혁이 급물살을 타고 있었다.연이어 중대정책이 발표되고 그럴 때마다 함양궁에서 지방 군수들에게 내려가는 파발이 갈기를 날리며 내달렸다.“6국의 문자가 서로 달라 행정에 어려움이 많은 터라 앞으로는 모든 문서를 진나라 문자인 소전체로 통일시키노라. 하여 관료뿐만 아니라 백성들도 글을 적을 때는 소전체로 쓰는 것이 마땅하도다.”엄청난 변화였다. 관료들과 백성들은 시황제의 개혁에 혀를 내둘렀고 큰 변화의 물살이 거침없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시황제는 각기 달
이사는 몇날 며칠을 고심하며 자신이 계획해온 군현제에 대한 골격을 만들어 시황제에게 보고하자 그대로 시행토록 하라는 황명이 떨어졌다.이로써 봉건제도가 사라지고 군현제가 실시됐다.중앙에 9경을 두고 지방은 36군으로 분할했다. 그 위에 승상과 태위, 어사대부를 두어 정치와 군사, 감찰을 각각 맡도록 했다. 군 밑에는 또다시 현을 두도록 하여 현령이 그곳을 다스리도록 했다. 황명은 곧바로 전국으로 퍼져갔다. 지방 고을마다 시황제의 이름으로 발표된 포고령이 나붙었고 백성들은 웅성거리며 그것을 살피느라 눈길을 돌리지 못했다. 통일된 나라를
승상 왕관이 제안한 제도는 이미 주왕조 뿐만 아니라 당시에 거의 모든 나라들이 사용해오던 분봉제였다.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었다. 시황제는 새로운 제도를 찾고 있었다. 자신이 이룩한 대제국에 걸맞은 새로운 제도. 그동안 어떤 나라에서도 행하지 않았던 그런 제도를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대신들은 전혀 그런 제도를 제시하지 못하고 이미 낡아버린 옛 제도를 들먹이고 있었으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의견은 없소?”시황제는 제차 물었다.그때 저만치 떨어진 위치에 서있던 정위 이사가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시황제 폐하. 지금
“역시 제나라 계집은 맛이 다르다네. 왕비로 있던 계집을 하사받은 뒤로 내 몸이 말이 아닐세. 진액이 빠지는 것 같아. 역시 다르긴 달라.”늙은 장수가 만면의 미소를 머금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연나라 계집들도 미모가 빼어나기로 유명하질 않수. 하지만 미모뿐만이 아니라우. 고운 살결과 부드러운 감촉, 촉촉한 느낌. 밤을 즐기는 맛이란. 내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이제야 맛보고 있다우.”이빨이 빠진 장수가 맞장구를 치며 화답했다.“그리들 좋수. 이 몸도 늙었지만 시황제로부터 하사받은 계집이 있는데 요즈음은 사는 맛이 새롭다우. 어
전장에서 돌아온 장수들은 여흥에 젖어 “진왕 만만세”를 연호했다. 한사람이 술잔을 높이 쳐들고 만 만 세를 주창하면 다른 장수들이 연이어 복창하는 형식으로 연회장 안은 온통 만세소리가 이어지는 분위기를 연출했다.그 자리에서 진왕 영정은 누백 년의 세월동안 어느 나라의 왕도 일찍이 흉내내보지 못한 대관식을 거창하게 치뤘다. 연회장은 시종일관 웃음과 여흥이 넘치는 분위기였다.대관식이 끝날 무렵 대형 징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연회장은 순식간에 절간처럼 엄숙해졌다. 연회장 단상 위 옥좌에 금적 색으로 용을 새긴 검은 용포를 입고 앉은
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천하통일을 이룩한 진왕 영정은 자신의 야심 찬 계획대로 통일제국을 만들기 위해 밤잠을 설쳤다.조당이 어느 때보다 부산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진왕은 편전에서 날을 새는 경우도 많았다. 궁 안에 불이 꺼지지 않았다. 대신들은 각자의 계획을 정리하여 편전을 드나들었다. 진왕은 6국을 멸한 자신의 호칭이 왕이란 것은 걸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다른 호칭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진왕은 고심 끝에 승상 왕관과 어사대부 풍겁, 정위 이사를 편전으로 불렀다.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했다. 통일제국을 이룩한 업적에 대해 너
□천하통일과 시황제진왕은 전장에 나가있던 장군들에게 곳곳에 남아있던 잔당들을 모조리 토벌하여 서둘러 평정할 것을 명했다.따라서 장군들은 진 제국에 반기를 들거나 기존 국가를 복원시키려는 무리가 있는지 천하를 색출하여 유사한 의사가 있는 자들을 모조리 잡아 참했다.전쟁은 끝이 났지만 공과에 따른 평정작업이 한동안 지속됐다. 고을마다 피바람이 불었고 백성들은 떼로 몰려다니는 진나라 병사들의 눈을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약간의 세월이 지난 뒤 태위로부터 천하가 평정되었다는 보고가 진왕에게 올라왔다. “대왕마마. 앙축 드리옵나이다. 그동
제왕 건은 군사들이 내준 마차를 타고 함양궁으로 들어가 진왕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그는 진왕이 5백리의 식읍과 자손 대대로 먹고 살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으므로 그것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무릎을 꿇고 있었지만 안색이 편안해보였다.진왕이 조당에 들어 그 한가운데 무릎을 꿇고 있던 제왕 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그대가 제왕인가?”“그러하옵니다.”“그대는 어찌하여 백성들을 도탄에 빠지게 만들어 나라를 그들 스스로 진에 바치도록 하였는가?”진왕이 꾸짖듯이 말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제왕은 영문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