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 윤석열 대통령의 이 한마디에 교육계가 발칵 뒤집혔다. 아니, 교육계뿐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대통령 지시가 옳다, 그르다며 격랑에 휩싸였다. 윤 대통령의 ‘수능 지시’는 사교육 척결에 방점을 뒀다. 대통령은 교육 당국을 겨냥해 ‘한 편(카르텔)’이란 표현까지 썼다. 강성노조, 보조금 비리 세력 등을 ‘척결 대상’이라는 의미로서 카르텔이란 규정을 해온 만큼, 교육개혁도 그런 식으로 하겠다는 걸로 읽힌다.윤 대통령의 문제의식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교육 시장을 바로
국회는 지난 12일부터 사흘간 대정부 질문을 진행했다. ‘기·승·전·오염수’였다. 일본이 당장 다음 달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들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오염수를 마실 수 있냐”고 공격했고, 한 총리는 “완전히 과학적으로 처리된 것이라면, 마실 것”이라고 응수했다. 여야가 공방을 벌이는 사이, 오염수보다 위협적인 현안 중 현안은 저만치 밀려나 있었다. 바로 ‘지방(지역)소멸’이다. 수도권 집중화로 비수도권 인구가 감소하고, 저출산과 맞물려 지역의 인구절벽이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는 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자신의 ‘뿌리’로 일컫는 충청을 찾았다. 충북 청주에서 ‘평택-오송 고속철도 2복선화’ 착공을 축하했고, 충남 부여에선 이앙기에 올라타 모를 심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지역 행보에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사회와 소통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정작 충청도민들은 대통령 방문이 반갑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대통령 방문 전후 지역에서 나온 얘기는 한 마디로 “선거 때가 왔구나” 였으니. 윤 대통령이 모내기하러 부여에 왔을 때, 익숙한 인사들이 따라왔다. 대통령실이 배포한 현장 사진 가운데 정진석 의원과 김태흠 충남지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달 25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방시대위원회’로 통합한다. 아울러 ‘기회발전특구’ 운영 근거도 생겨 특구 이전 기업은 감세 등 파격적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추진하던 시·도 발전계획과 부처 부문별 계획도 지방시대 종합계획으로 합쳐진다. 향후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 국회 보고 등 이행력까지 확보했다.자, 그럼 윤석열 정부 슬로건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는 실현될 수 있을까. 수도권 ‘일극 체
“학생 대상 학교폭력 예방교육과 교사의 학교폭력 근절연수를 강화하고, 학교에서 학교폭력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달라.”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지난 8일 도교육청 주간업무보고에서 공직자들을 향해 학교폭력(학폭) 예방을 당부했다. 같은 달 3일 태안에서 한 중학생이 후배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된 것이 배경이었다. 김 교육감은 이날 학폭 피해학생 심리치유와 의료 지원, 교내 인권교육·정보통신 윤리교육, 학교주변 안전 취약지역 순회지도 강화 등도 지시했다. 지난 11일 천안의 한 고등
“선거 때 보자.” 요즘 들어 부쩍 자주 듣는 소리다. 긍정보다 부정적인 뉘앙스다. 총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실감 나는 순간이다. 한편으론 여야 모두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터. 여론조사는 매주 발표되지만, 유권자들은 별 관심 없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사고를 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오르고, 거꾸로 민주당에서 무슨 일이 터지면 반대 결과가 나오고 있으니.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남이 못해서’ 지지율이 오르고, ‘누가 누가 못 하나’ 경쟁을 벌이는 게 이 나라 정치 현실이다. 거대 양당
[김재중 기자] 대전과 세종을 중심으로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역전세는 전셋값이 2년 전보다 떨어져 발생하는 현상이다. 보증금 반환 문제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대전과 세종이 역전세난 우려 지역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2년 전 대비 전세가격 하락현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지표를 다루는 전문기관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이달 초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년 전보다 전셋값이 하락한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62%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 아파트 10채 중 6채 가격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2년 차 첫 국무회의에서 지난 1년 정책 성과를 소개했다. 자화자찬식 자랑은 않겠노라며 생략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이 무색할 만큼. 전 정부 때리기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건전 재정과 부동산 정상화,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 등 성과는 결국 문재인 정부 실책을 만회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런데 윤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지방시대’ 얘기는 이날 쏙 빠졌다. 문재인 정부는 ‘자치분권위원회’와 ‘균형발전위원회’라는 양 날개를 두고 국정운영을 해왔다. 윤 정부는 이걸 하나로 묶어 ‘지방시대위원회’로 통합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국정 지지율 긍정 평가가 5개월 만에 40%를 넘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물론, 윤 대통령이 대선 때 얻은 득표율(48.56%)에는 못 미치고, 부정 평가도 여전히 50%를 넘는다. 결과적으로 윤 정부 1년 성적표는 낙제에 가깝다. 그 기저에는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과 불통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윤 대통령과 정부는 내년 4·10 총선에서 중간고사를 치른다. 낙제를 면할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전망은 어둡다. 윤 대통령이 “고향의 푸근함이 느껴진다”고 한 충청 민심부터 좋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용산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 ‘깜짝 오찬’을 했다. 작년 11월 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5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언론과 소통 의지를 내비쳤다. 당선인 신분 때 기자들과 약속한 ‘김치찌개’도 언급했다. “인원이 적어야 김치찌개도 끓이고 하지 않겠나. 몇백 그릇을 끓이면 맛이 없다.” 김치찌개든, 된장찌개든 대통령이라면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는 자주 할수록 좋다. 언론과 소통이 곧 국민과 소통이기 때문이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언론과 소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도어스테핑이 아니어도 주
[당진=최종암 기자] 민선8기 오성환 당진시장이 취임식에서 오른손을 들고 선언한 ‘당진시민과 함께하는 소통과 화합의 장’, ‘삶의 현장을 구석구석 발로 뛰는 시장’ 이라는 구호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시장은 시민과 적극적인 소통을 하려 발로 뛰고 있는데 공무원들은 복지부동, 한마디로 시장혼자서 ‘고군분투’하는 형국이다.급기야 지난달 25일 당진시의회 김덕주 의장은 “시민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아 다수의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피드백이 단절된 집행부의 불통을 지적하고 나섰다.이러한 현실은 3일 당진시 A과에서도 고스란히 드
말 한마디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말이 가진 힘이 크다는 얘기일 터. 조직의 수장이나 지도자에게 말이란, 그 정도와 깊이에 있어 상당한 위력과 영향력을 행사한다. 고려 장수 서희는 탁월한 외교관이자 전략가이며,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그는 대군을 이끌고 침입한 거란 장수 소손녕과 담판을 벌여 누란지세의 나라와 영토를 지켜냈다. 그의 언변과 인품에 감탄한 소손녕이 맞절을 한 뒤 마주 앉았다는 일화는 협상 외교의 효시로 평가받는다.국정을 총괄하는 대통령의 언어 역시 철저하게 관리
정치권이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금품 살포 의혹을 두고 시끄럽다. 집권 여당에 호재인 건 맞다. 가뜩이나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져 노심초사인데, 야당이 찬 ‘똥 볼’이 얼마나 고마울까. 그런데 국민의힘도 지난 전당대회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지 않았나. 지지율 5% 안팎이던 후보가 단숨에 10배가 넘는 53% 득표율로 당 대표에 선출된 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 그러고 보면 정치라는 게 참 묘하다. 무슨 사건 사고가 터지면 세상이 뒤집어질 듯 난리를 치고도 얼마 안 지나 언제 그랬냐는 듯 수
지난 10일부터 나흘간 국회 본회의장에서 선거제 개편을 위한 전원위원회 토론이 열렸다. 국민의 기대는 컸다. 국회의원 300명 모두가 참여하는 전원위는 2003년 ‘이라크파병 동의안’ 이후 20년 만이었기 때문이다. 정작 뚜껑 안에는 기득권이라는 ‘밥그릇’을 지키려는 그들만의 연대 방식으로 가득 찼다. 발언대에 선 의원 100명은 토론이라기보다 ‘자기 말 대잔치’를 벌였다. 의원 정수를 늘리니 마니, 비례성을 확대하네, 마네 옥신각신했다. ‘난상토론’보다 ‘난잡 토론’에 가까웠다. 시간이 갈수록 자리를 지키는 의원들 숫자도 줄었다.
식목일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났다. 충청권도 대형산불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2일 충남 홍성에서 난 불은 사흘 넘게 온 산을 태웠다. 잠정 피해 면적만 1,400ha가 넘는다. 축구장 2천 개를 합친 것보다 넓은 면적이라고 한다. 정부는 전국 10곳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하지만 집이 불타고, 가축을 잃은 주민들이 상처를 치유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가난은 나라님도 막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천재지변도 마찬가지다. 다만 피해를 최소화하고, 복구할 책임은 국가에 있다. 중앙과 지역 정부의
[김재중 · 황재돈 기자] “6대 첨단산업에 550조 민간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첨단산업 육성전략이 윤곽을 드러나고 있다. 간략히 표현하면 ‘삼성이 첨병으로 나선 모습’이다. 삼성은 지난달 15일 경기 용인 국가산업단지에 반도체 분야 300조 원 투자계획을 밝혔고, 어제(4일) 충남 아산에서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4조 1000억 원대 투자계획을 공개했다.이로써 윤석열 정부가 유치하겠다고 공언한 550조원 민간투자 중, 삼성이 제시한 투자금액만 304조 원을 넘어섰다. 앞서 삼성이 비수도권에 60조원대 투자계획을 밝힌 만큼
여야가 당 지도부와 당직을 개편하며 새 진용을 갖췄다. 국민의힘은 ‘윤심’을 반영한 새 지도부가 들어섰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기소에 당직 개편으로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충청권은 핵심 요직에서 내려왔을 뿐, 새롭게 진입하지 못했다. 지역으로 볼 때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다. 대선 공약 이행을 비롯해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내도 모자랄 판에, 지도부와 당직은커녕 상임위원장 한 명 없기 때문이다.여야가 4월 중 신임 원내지도부를 꾸리면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내년 총선 전까지 체제가 유지될 공산이 높
[김재중 기자] 삼성이 경기도 용인 국가산업단지에 약 300조 원대 투자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 지역 균형발전 논란이 불붙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15개 신규 국가산업단지를 지정했지만 경기도 용인의 710만㎡(210만평) 규모 시스템 반도체 단지 실행계획만 부각되고 있기 때문.삼성의 투자계획은 경기도 일대를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로 키우겠다는 윤석열 정부 구상과 맞닿아 있다. 이 같은 집중투자는 반도체 분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연적 선택으로 보이지만, 수도권 과밀 해소와 균형발전 관점에서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
용산 대통령실을 출입할 때마다 답답함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들과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을 하던 1층 현관 앞을 지날 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도어스테핑을 중단했고, 대통령실은 그 자리에 가림막을 설치했다. 대통령실은 기자들에게 ‘불미스러운 사태에 재발 방지 방안 없이 지속할 수 없다’고 했다. ‘불미스러운 사태’란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의 설전을 두고 한 소리다. 설전의 시발은 윤 대통령이 미국 순방에서 불거진 비속어 발언 때문이었다. 전 국민이 다 알아들은 말을, ‘대통령실’만 못 알아들
충청향우회 총재를 지낸 고(故) 김용래 전 총재는 생전 ‘엄청도(엄청난 충청도) 전도사’로 불렸다. 그는 타계 열흘 전인 2009년 2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충청향우회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범 충청인이 750만 명이다. 충청도는 더 이상 약소도(弱小道)가 아니라 엄청도”라고 유언과도 같은 말을 남겼다. 충남 청양 출신으로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엄청도의 힘’을 강조한 정치인 중 하나다. 그는 지난 2012년 8월, 18대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와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 충청도가 정권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