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는 좌중의 사람들이나, 마주한 상대방을 웃게 하는 우스개나 익살, 또는 해학이라고 할 것이다. 유머는 어색한 분위기를 전혀 다른 분위기로 바꾸기도 하고, 예기치 않은 곤혹스러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게도 한다.문득 이태 전에 경북 예천의 회룡포와 삼강주막, 문경새재를 돌아보던 가족나들이 중에 겪었던 일이 생각난다. 회룡포를 돌아보고 삼강주막으로 가는 도중, 용궁면 소재지에 있는 단골식당(상호이름)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유명한 식당으로 소문이 많이 났는지, 손님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겨우 자리를 차지하고 나서 메뉴판을 보니
한낮에는 아직 잔서가 남아 있지만 조석으로 찬 기운이 느껴지는 것은 북회귀선을 돌던 태양이 적도 쪽으로 많이 내려갔음이리라. 지축 삐뚤어진 지구가 쉬지 않고 공전을 했음이리라.이 때쯤이면 볼 붉은 대추를 보지 않아도, 노랗게 물드는 감을 보지 않아도 가을이 왔음을 알 수 있다. 엊그제 내린 비에 떨어진 벚나무 노란 잎들에도 가을이 묻어 있고, 푸른 하늘에 떠가는 흰 구름에도 가을이 묻어난다. 도로변 가로수 밑에 힘겹게 자란 키 작은 강아지풀들이 가녀린 목을 수그리고 있는 모습에도 가을을 느낄 수가 있다. 지난여름의 불볕더위에 지치고
먼 하늘 속에서 꾸르르릉 꾸르르릉 천둥이 울면서 쏴와아쏴와아 비 내리는 소리는 듣기에 참 좋은 소리다. 그 것이 오랜 가뭄 끝에 오는 빗소리라면 더욱 그렇다. 마치 콩을 볶듯 양철지붕에 시끄럽게 떨어지는 빗소리도 이내 귀에 익숙해진다.이런 소음을 백색소음이라고 한다. 백색소음은 처음 들을 때는 시끄럽지만, 오래듣게 되면 익숙해지고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예를 들어 무더위를 피해 숲속 계곡을 찾아들면 계곡물소리를 듣게 되는데 마음이 시원해지고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다. 숲 바람소리와 산새 울음소리도 마찬가지다. 너럭
신언서판(身言書判)은 중국 당나라 때 관리등용시험의 4가지 평가기준이다. 첫째 신(身)은 사람의 용모를 말한다. 풍채가 훤하고 늠름해야지 볼품이 없으면 재주가 뛰어나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관리라면 풍채와 인상이 좋아야 함을 중시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사람은 첫인상이 좋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래서 나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관계를 하다보면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도 호감이 가는 사람이 있고, 호감이 별로인 이가 있지 않은가. 둘째는 말솜씨, 즉 언변이 좋아야 했다. 말은 조리가 있고 알아듣기가 쉬워야 한다. 아무리
제법 오래 전에 공무로 뉴욕을 방문 했을 때, 하루 일정으로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 들린 일이 있었다. 미국에 간 김에 관광을 겸한 견문을 넓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시 테러 문제인가 무슨 일 때문에 백악관은 접근이 차단돼 먼발치에서 바라봐야 했지만, 스미스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의 항공우주관과 포토맥 강 넘어 알링턴 국립묘지, 한국전 참전기념 공원 등을 찾아봤었다. 한국전 참전기념 공원에는 완전 군장에 판초우의를 입고 우중을 행군하는 모습의 군인상(軍人像)들이 많이 서 있었다. 한국전이 그만큼 어렵고 힘들었음을 표현한 것이라
올 겨울은 예년에 비해 눈도 자주오고 날씨도 무척이나 추웠다. 영하의 강추위가 연일 계속돼 부득이한 볼일이 아니면 밖에 나가기도 꺼려졌다. 독감마저 유행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삶이 어려운 서민들에게는 설상가상의 고통을 안겨줬다.헌데 추운 날씨만큼이나 나라경제마저 을씨년스럽다. 경기가 안 좋고 장사도 안 된다고들 한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한꺼번에 대폭 올린 부작용 같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주창하며 올해의 시간당 최저임금을 (작년의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나 가파르게 올렸는데, 되레 경제의 발목을 잡
옛날 중국의 춘추시대 말기에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들은 서로 원수지간이 됐다. 두 나라 사이에 처절한 전쟁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월동주(吳越同舟)나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말도 이래서 나왔다. 처음 싸움은 월의 구천(句踐)이 이겨 오왕 합려를 죽게 했다. 합려는 죽기 전에 아들 부차(夫差)에게 원수를 갚아달라고 유언했다. 부차는 거친 장작더미 위에서 자면서 원수 갚을 일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 마침내 부차는 월을 쳐부수고 월왕 구천을 오나라로 잡아와 말고삐를 잡히는 등 온갖 수모를 주었다. 구천은 책사 범려의 충고를 받아 치욕을 눌
금화가 가득 담긴 가죽 전대를 둘러메고 길을 가던 나그네가 더위를 피해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었다. 전대를 베고서였다. 한참을 쉬며 땀을 식힌 나그네가 다시 길을 떠나자 함께 데리고 간 개가 자꾸 짖으며 따라왔다. 개가 왜 그러지 하고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그냥 무시하고 걸었다. 그런데 큰 개울에 이르러 물을 건너려하자 개가 아주 사납게 짖으며 나그네의 바지자락을 물어 당겼다.개가 공수병(광견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이 든 나그네는 피스톨로 꺼내 개를 쏘고 나서 서둘러 물을 건넜다. 한참 길을 재촉하던 그는 무언가 허전함을 느꼈다.
우리나라의 원전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같은 선진국도 알아준다. 일본과 중국은 우리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잘 건설되고 있던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을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중단시켰다.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국무총리 훈령을 발해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참여단의 숙의과정을 거쳐 공사 재개나 중단을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3달 전의 일이다. 원자력 전문가들과 알만한 대다수 국민들은 미래 먹거리 산업의 위축과 퇴보를 걱정해야만 했다. 향후 수백 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세계
황희 정승이 혈기왕성하던 젊은 시절에 들길을 가다 나무그늘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한 농부가 소 두 마리로 밭을 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 마리는 누런 소고 다른 한 마리는 검은 소였다. 문득 궁금증이 생긴 황희는 농부에게 “황소와 검은 소 중 어느 소가 일을 더 잘합니까?”하고 큰 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농부가 쟁기를 세우고 밭에서 나오더니 황희를 멀리 떨어진 곳까지 데리고 가서는 아주 작은 귓속말로 “누런 소가 훨씬 일을 잘합니다. 검은 소는 일도 못하면서 꾀를 부립니다”하고 말했다. 황희는 이상해서 “왜 이 먼 곳까지 와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見金如石).” 고려 말의 충신 최영 장군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평생을 청렴하게 살았다고 한다. 그의 손녀사위로 고려 말 조선 초의 재상인 고불 맹사성도 청렴한 사람으로 이름이 높다. 그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청백리이기도 하다. 청백리는 맑고(淸), 깨끗한(白), 관리(吏)를 말한다. 그들은 공직을 이용해서 사리사욕을 취하지 않았고, 부정하게 재산을 모으지도 않았다. 오직 청렴한 벼슬아치였다. 관직이 매우 높은 사람도 있었고 아주 낮은 사람도 있었다. 비록 자신은 곤궁하게 살지라도, 백성들의 어
흰 눈이 내려 쌓이고 날씨도 연일 추웠다. 찬바람 맞으며 앞산에 가기도 그렇고, 딱히 할 일도 없어 책장에서 오래된 책을 꺼내 다시 읽어봤다. 일본의 미야기타니 마사미쓰가 쓴 소설 다. 1995년도에 출판됐으니 제법 오래된 책이다. 필자는 여기서 책에 대한 줄거리를 쓰거나 독후감을 쓰고자 함이 아니라, 안자의 당당함에 대해 말해보고 싶다. 안자는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경공 때의 명재상인 안영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제나라에는 명재상이 또 하나 있었는데, 안영 보다 100여년을 먼저 산 관중이다. 관중은 제환공을 중원의 첫 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