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에서 생태마을을 가꾸고 있는 황창연 신부님의 강연을 듣다 새삼스럽게 가슴을 치는 말이 있었다. 학교는 “행복을 배우기 위해 다녀야 하는 곳”이라는 말이었다. 이 나라의 아이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부하지만 가장 불행하다며 어린 시절에 행복한 사람이 커서도 행복하다는 것이다. 행복을 느끼는 것이 인간의 삶에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인간은 어떤 목적을 위해 태어났다기보다는 행복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 훗날의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행복이라며 지금은 고통을 달게 받아야 한다는 것이
국가대표 선수들의 축구경기는 온 국민의 관심사다. TV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1970년대 중반부터 국제대회에서의 축구경기를 온 국민이 가슴을 졸이며 보았다. 시원하게 이기는 경기도 있었지만, 승리는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 가운데 가장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 선수들이 골대 앞에만 서면 슛을 시원하게 쏘지 못하는 것이었다. 멈칫 하는 사이 볼을 빼앗기거나 어이없는 실축으로 실망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게도 시원하게 잘 달리고 볼을 잘 빼돌려서 골대 앞까지는 잘 가는데 그놈의 슛이 항상 엉성했다. 그런데 언젠가 여러 분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너무 많이 변해왔다. 새 정부가 집권할 때마다 이렇게 저렇게 변화를 시도하는 통에 교육이 제 갈 길을 가지 못했다.” 가끔씩 듣는 이런 주장은 교육계에서 그럴 듯하게 파다하다. 그런데 해방 이후 우리 교육은 얼마나 많이 변했을까. 근본적인 면에서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본다. 우리 교육의 기본적인 뼈대는 입시경쟁교육이다. 그리고 이것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성적지상주의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우리 교육은 1980년대까지 학급당 60여 명에 이르는 콩나물교실에서도 주입식 학습으로
대전시교육청은 올해 처음으로 일반계고를 대상으로 ‘공동체의 날’을 지정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매월 1일 이상을 정규수업만 실시하는 것이다. 이 날만은 매일 실시되는 방과후학습(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가족과 친구, 동아리 등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하도록 지침을 내린 것이다. 대부분의 일반계 고등학교는 보통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일상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한다. 그러다 보니 인간적인 삶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현실에 대해 안타깝게 여기는 것은 학부모와 교사들만이 아니다.
평소 가까운 여교사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서로 잘 아는 다른 남교사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는다. “그저께 뒤풀이 자리에서 A선생님이 어깨에 손을 얹어서 그만 내려놓으라고 했는데, 또 다시 그러기에 그러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어요. 주변 사람들이 민망해하고 본인도 당황했지요. 서로 잘 아는 처지에 그만한 정도에 너무 민감한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저는 정말 화가 났어요. 친한 사이라도 그러면 안 된다고 봐요. 우리 여성들은 남성들의 터치가 기분이 나빠도 주변의 분위기를 고려해서 참는 거거든요.”그러면서 과거 20여 년 전으로 돌아가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일자리란 생존의 조건이면서,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자 삶의 보람이다. 그런데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졌다. 최근 한 취업포털의 조사에 따르면 불안한 취업 상황 때문에 4년제 대학 졸업예정자 10명 중 3명이 졸업을 미루고 있고, 청년실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청년 실업은 지금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그럴수록 입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면서 교육은 질곡 속에서 헤매고 만다. 결국 일자리에 따른 소득 격차도 심각하지만, 그와 함께 삶에 보람을 주는 일자리가 부족해지고 있다는
처음 과학고등학교를 방문하였을 때 받은 인상은 학교가 이럴 수도 있구나 싶은 것이었다. 잘 가꾸어진 녹색의 잔디운동장에서 학생들이 뛰놀고 있었다. 아이들은 머리가 길었고 복장도 제멋대로였다. 재직 교사를 찾아간 곳은 교사 10여 명이 함께 사용하는 교무실이 아니었다. 교사 두 명이 하나의 방을 사용하고 있었다. 차분한 연구실 분위기 속에서 학생과 상담하는 모습은 우리가 떠올리는 학교의 풍경이 아니었다. “머리가 길던데?”“아~ 여기 학생들은 창의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 머리나 복장을 대체로 자율적으로 유지하도록 합니다.”“스스로 목표
10여 년 전 상업계 고등학교에 근무했다. 직업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학교를 지금은 특성화고등학교라고 부른다. 그 학교는 당시에 정보고등학교라 하였는데, 사업체의 회계담당자를 양성하는 직업교육과정을 갖고 있었다. 이전에 그 학교에 근무했던 동료 교사는 내가 전근을 가게 되자 이왕이면 3학년 담임을 맡으라고 권하면서 이렇게 설명했다.“왜 다들 3학년을 지원하느냐고? 그거야 3학년은 취업하는 아이들이 대부분 사업체로 현장 실습을 가기 때문에 2학기만 되면 널널하기 마련이야. 실습 간 아이들 빼고 남아 있는 아이들만 데리고 수업하는데, 그
교육부의 명칭은 1948년 문교부에서 1990년 교육부, 2001년 교육인적자원부, 2008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2013년 다시 교육부로 바뀌었다. 명칭의 변천만큼이나 나라의 교육정책은 일관성이 없이 제멋대로 흔들려왔다. 교육의 본질인 인간다운 인간의 양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없었다. 오로지 입시경쟁제체의 잦은 변동이 교육정책의 모든 것이었다. 그때마다 국민들은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싹트고 사교육비 지출은 늘어만 갔다. 아이들은 이 경쟁체제 속에서 극한까지 내몰려 세계 최고 수준의 청소년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 학부모들도
교직생활 중 처음으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가르치게 되자, 당황했던 것은 교과서를 버려야 하는 것이었다. 대신 EBS(한국교육방송)에서 간행한 문제집이 주어졌다. “선생님 지금 교과서로 수업하는 학교는 없어요. 다들 EBS 문제집을 하고 있지요. 3학년은 특별하잖아요. 만약 얘들한테 교과서 진도를 나가겠다고 해보세요. 다들 미쳤냐고 할 거예요.” “그래도 수업시간에 문제풀이만 하는 것을 아무래도 저는 할 수 없어요. 그 교재는 방과후수업 때나 사용하고 정규수업은 그냥 교과서로 수업할게요.”“그렇게 되면 곤란해요. 작년부터 3학년을
교과서를 백 번 읽히고 들려주는 것보다 직접 경험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훨씬 효과적이다. 이번 3.10 대통령 탄핵은 학생들에게 주권재민(主權在民)이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또한 국민은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지금 이 나라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깨우쳐 준 이번 촛불혁명은 우리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이었다.특히나 이번 촛불집회에서 우리의 청소년들은 교문을 박차고 나와 잘못된 권력에 대해 자신들의 눈으로 비판을 쏟아내기까지 했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헌법재판소가 정 반대의 판결을 내렸거
“도대체 교사가 무엇인가? 학생들을 위한다면서 이런 제도나 이용해서 제 욕심을 채우자고 하는 교사들이 너무 부끄럽다. 제자들에게 얼굴을 못 들겠다.” 일부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복수담임제에 분노한 젊은 교사의 말이다. 복수담임제는 한 학급에서 담임교사 두 명이 학생을 나누어 지도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은 정·부담임이 있어 정담임교사가 학급 내 학생을 통괄할 책임을 갖고 지도한다. 부담임의 역할은 정담임의 공백(출장이나 결근, 단기 휴직 등)을 보완해 주는 역할에 제한된다. 반면에 복수담임제는 학급에 배치된 두 담임이 책
명예란 이름을 달고 조기 퇴직을 하게 된 교사들이 모여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 50대 교사는 이전 학교에서 근무를 같이 했던 사이라서 교직을 어떻게 걸어왔는지를 대충 안다. 그런데 오십대 중반이라면 그만두기에는 아쉽다고 느껴졌다.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열정이 높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다 인정하였으니, 아직은 교단에 서있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그의 얼굴과 말에서 퇴직에 대해 아쉬움과 아픔 같은 것이 묻어났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결심하게 되었어요?”“더 이상 교단에 남아있는 것이 회의가 들어서 떠나기로 했어요
아이들을 교과별로 성적에 따라 나누어 학습하면 더욱 효율적일까? 수준별 수업이라 하여 국어, 영어, 수학 등 소위 주요 과목을 상, 중, 하로 나누어 수업하는 것이 학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중등학교에서 널리 시행되고 있다. 보통은 영어와 수학을 수준별로 하는데, 요즘에는 국어까지 수준별 수업을 하는 학교가 많아졌다. 이를 조장하는 것은 교육청인데, 학생을 수준별로 나누었을 때 나타나는 수업시수의 증가를 고려하여 시간 강사 비용을 지원하고 학교 평가에 반영하는 등 단순한 지원을 넘어서고 있다. 수준별로 수업하는 것을 학교 교육의 첨단
“우리의 교육은 왜 이렇게 이 모양 이 꼴일까요?” “수십 년째 사교육비로 학부모들의 허리가 휘어도 아직도 시원스런 해결책이 없잖아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인간다운 인간으로 성장한다는 믿음도 없고, 학교가 행복한 배움터라는 말을 들을 수 없으니 말이에요.““교육이 우리의 미래인데, 지금 당장 변화가 필요하지 않아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우리 교육에 대해 이런 근심어린 질문을 받으면 말문이 쉽게 트이지 않는다. 얽히고설킨 실타래처럼 풀기 어려운 문제가 교육이다. 누구나 변화해야 된다는 데는 하나로 모아지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 하는
교사들이 모였다. 골치 아픈 학교 이야기는 하지 말자던 처음 약속은 어디 가고 서로 다투듯 교육 관련 이야기가 이어진다.“요즘 중학교에서 참 황당한 것 중에 하나가 중학교 3학년 졸업을 앞둔 겨울방학에 자식을 멀리 기숙학원에 보내는 것이야.”“무슨 기숙학원?”“고입 예비 학생들이 전국 기숙학원들의 주요 모집 대상이라나 봐. 겨울방학에 보통 5주간 정도 특강을 통해 고등학교 과정을 선행 학습하는 거야. 기숙학원은 주로 경기도 쪽에 있는데 종업식 날이 개강 날과 겹치는 경우에 하루 또는 이틀 체험학습을 신청하더라구. 그러니까 자기 자식
중등 교사들이 교직생활 중 한 번쯤 꼭 맡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일 것이다. 초·중·고 12년을 마무리하는 고3생활은 학생들로서는 진로문제로 어려운 때지만 그만큼 인생에서는 가장 의미 있는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졸업생들의 반창회도 대부분 고3시절과 연관되고, 학교를 방문하는 경우에도 우선적으로 고3때의 담임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그러다보니 과거에는 국·영·수 같은 주요 입시 과목교사가 아니면 고3담임을 맡기도 어려웠고, 교사들 간에도 경쟁이 나타났다. 그래서 학교 경영자에게 밉보인 교사들은 하고 싶어도 주어
“학생인권을 보장하면 교권이 무너진다”, “학생들이 동성애 문화에 무분별하게 노출될 것이다.” 지난해 4월 25일 대전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안에 대한 시민 의견을 수렴하려고 공청회를 열었으나, 일부 세력이 이와 같은 주장으로 소란을 피워 시작도 못하고 접어야 했다. 발의 의안에 대한 공청회가 무산되어 조례 입법기관으로서의 권위가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의회는 고발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그리고 해가 저물도록 이도저도 아닌 태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교권보호조례도 함께 제정하여 반대 의견을 달래보아야 한다는 소리에도 소극적이었다.
학교운영위 회의가 끝나고 학교장이 입시 현황에 대해 설명하자, 학부모 위원들의 표정이 달라진다.“작년에는 00대학에 몇 명이 갔나요?” “우리 학교에서는 몇 등급까지 00대학에 지원할 수 있나요?”“이번 수시에 00대학에 들어간 그 학생은 어떻게 전형에 통과했나요?”이런 질문이 계속되자, 자리에 있던 교사위원들은 갑자기 입시상담가가 된다. 그리고 학부모들의 요구가 이어진다.“학력 증진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해줬으면 좋겠어요. 근처의 00학교에서는 특별반을 토요일까지 불러서.....”“자율학습도 우리 학교는 너무 느슨한 것 아니에요.
대한민국의 교사는 왜 힘들다고 하는가? 많은 교사들이 힘들다는 첫 번째 이유로 잡무에 시달린다는 점을 든다. 교사의 근본 업무는 교수-학습이다. 즉 교실에서 학생에게 자신의 지식과 지혜를 전달하기 위해 수업을 하는 것이다. 더불어 학생의 생활지도도 교사의 고유의 업무다. 수업이나 생활지도가 어렵기는 해도 그것 때문에 교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교사들은 아주 드물다. 그런데 학교의 행정업무에 지치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는 교사들이 꽤 많다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아야 한다.작년 5월 대전교육연구소가 스승의 날을 맞아 실시한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