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가공할 만한 위력을 지닌 무기라니요?”그는 말을 멈추고 자신의 생각을 다시 정리하고 있었다. 자신이 본의 아니게 너무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고 말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그렇다면 핵?”“.........”하지만 나는 여기서 말꼬리를 놓칠 수가 없었다.“핵무기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깁니까?”그는 딸기주스로 목을 축이며 말이 없었다.“아니면 핵 원료. 플루토늄 같은?”그는 봉합한 듯 입을 굳게 다물었다. 더 이상 깊은 얘기에 대해서는 묻지 말아 달라는 눈치였다.“제 아내의 실종이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정확히는 알
“러시아가 현재 처해있는 경제난을 극복하고, 군사무기와 일반생필품 생산을 복합적으로 이루고 있는 경제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기를 보다 많이 팔아야 할 형편이지요. 창피스러운 일이지만 러시아는 지금 배를 곯고 있답니다. 얼마 전에는 태평양 함대 소속 수병들이 집단으로 쓰러졌는데 그 원인이 웃지 못 할 얘기지만 영양실조였답니다. 대폭적인 예산삭감 때문이지요.”나 선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극동함대의 주함정으로 활동했던 민스크 항공모함이 한국에 고철로 팔려가게 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할 일이지요.”나 역시 어느새 그의 주장
충남도립대 취‧창업센터는 오는 4월부터 40명의 미취업 졸업생을 대상으로 ‘2019년 찾아가는 취업지원 서비스’를 본격 추진한다고 21일 밝혔다.찾아가는 취업지원 서비스는 지난해 충남도립대가 졸업생의 미취업 장기화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대학이 직접 찾아가 취업상담과 일자리 알선까지 연계하는 프로그램이다.올해 취업지원 서비스는 지난해 인원의 2배수인 40명을 목표로 모두 3차례에 걸쳐 신청자를 모집하며 전문 컨설턴트를 통해 일자리 연계까지 내실을 기한다.특히, 학교 방문이 어려운 졸업생의 상황을 감안해 본인 거주지역에서 직
알렉세이의 말이 또 한 차례 좌중의 분위기를 압도한 것은 무기판매에 대한 얘기가 비화같이 쏟아져 나왔을 때였다. “소련붕괴이후 러시아 경제가 공황의 늪에 빠지게 된 것은 군수산업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러시아는 소비에트 연방체제에서 무기를 양산했고 생산된 무기를 현물 결재방식이나 혹은 무상으로 종주국 위치에서 동맹국들에게 지원했었지요. 대신에 동맹국들로부터는 생활필수품을 받아 왔지요. 하지만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연방체제가 무너지면서 이런 거래방식이 사라지게 됐습니다. 따라서 러시아는 동맹국들에게 현물로 결재하던 무기를 이제 세계 각국
알렉세이는 구소련체제를 동경하지도 그렇다고 오늘의 러시아를 바람직한 국가상으로 보지도 않았다. 그는 그 나름의 이상 국가상을 수립한 사람처럼 오늘의 러시아를 예리하게 진단했다.“2차 대전 후 상당기간 소련은 구미 선진국들을 능가하는 경제적인 성장으로 체제안정과 국력신장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사회주의 계획 경제체제는 곧이어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지요. 첨단 산업사회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고삐를 놓쳐 전반적인 침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역시 이런 국면을 만드는데 한 몫 했다고 생각합니다.”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
[14] 농장에서6월28일 알렉세이가 우리를 초청한 곳은 숲으로 둘러싸인 자신의 별장 인근의 농장이었다. 그곳에서는 가까이 작은 호수가 보였고 주변에 자작나무와 포플러, 버드나무가 흐드러지게 가지를 드리우고 있었다.알렉세이는 이른 아침부터 관리인을 시켜 길게 자란 잔디를 말끔히 정리해 두었다. 잔디밭 한가운데는 새하얀 탁자보가 뒤덮인 식탁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 갓 구어 기름을 뺀 통닭과 소금을 뿌려 구운 돼지고기, 약간의 빵, 그리고 간장에 절인 달걀이 법랑식기에 담겨있었다. 그 옆으로 훈제 연어구이와 철갑상어 알, 새우조림, 사
나는 찻잔을 내려놓고 급히 문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하지만 따냐는 아무데도 없었다. 낮선 중년 부인만이 다른 방문 앞에 서서 열쇠를 찾고 있었다. 나는 한참동안 그곳에서 따냐를 기다렸지만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터덜터덜 낡은 계단을 내려섰다. 벌써 밖에는 어둠이 조용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하루의 긴 여로에 지친 햇살이 땅거미와 함께 대지에 둥지를 틀었다. 어둠의 싹들이 구석구석에서 돋아나고 있었다. 늙은 나무의 난마와 같이 얽힌 뿌리들이 흙 속으로 파고들듯이 어둠은 그렇게 뿌리를 낯선 땅에 내리고
내가 복도를 말없이 거닐고 있을 때 따냐의 집과 인접한 곳의 문이 열렸다. 그 속에서는 앞가슴이 풍만한 여자가 흥미롭다는 듯이 나를 내다 봤다. 헝클어진 머리와 윤기 없는 피부, 싸구려 화장품 색깔이 배인 얼굴이 성큼 눈앞에 다가섰다.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얼굴에는 마치 누군가가 화약을 문지른 듯 까만 점들이 흩뿌려져 있었다.“따냐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왔는데 없군요.”“실례지만 누구신데요?”“따냐를 잘 아는 사람입니다. 며칠간 못 봐서......”“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여기 다녀가신 분이군요.”그녀는 입술에 침을 바르며
“따냐가 어디에 있다고요?”“모릅니다. 전화가 도중에 끊겼어요. 그녀를 직접 찾아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도와주세요.”“어떻게 ?”“글쎄요. 아무튼 도와주세요. 극동대 교수. 따냐. 나이 29세. 알 만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서라도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 봐 주세요. 나는 형님만 믿을게요.”나는 엉거주춤하게 서 있던 야로슬라브를 앞세우고 곧장 극동대로 향했다. 극동대는 도심을 가로지른 언덕 위에 삐죽이 돋아나 있었다. 1백년의 세월을 버티어온 대학답지 않게 모든 건물들이 현대식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적갈색이나 백색의 타일
저자인 김봉국 행복한기업연구소 대표 겸 한국금융신문 사장은 매일경제신문사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경제전문기자로 활약하던 서른아홉 살, 뉴미디어 시대에 맞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언론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이데일리 창간에 참여했다. 13년간 창업 멤버이자 경영자로 재직하며 이데일리의 성공을 이끌고 있다.기자에서 경영자로 변신하면서 통찰력에 대한 절실함을 느꼈다. 모든 위기는 결국 리더십의 문제임을 뼈저리게 경험한 후 동서고금을 통해 자신을 이긴 승자들의 덕목을 공부하며 정리했다. 고전을 통해 세상을 제패한 제왕들, 비즈니스 현장에서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즉시 줄 잡힌 비로드 치마 같은 커튼을 열어 젖혔다 .창밖에는 새벽바다가 짙게 깔린 운무에 눌려 헛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운무는 솜사탕같이 감미로운 손길로 해변의 파도를 농락했다. 그럴 때마다 파도는 헐떡거리다 곧이어 미친 듯이 달아났다.이중으로 된 창문 너머로 싸늘한 바람이 지나갔다. 나는 기지개를 켜고 냉수로 간단히 샤워를 했다. 싸늘한 냉기가 온몸에 달라붙어 근육을 긴장시켰다.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도시가 밤새 조여 온 한기에 후르르 몸을 떨었다.이곳은 도시 전체가 중앙난방식으로 보온이 이루어지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