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의 책임 가운데 조직의 기강 해이만큼 무거운 죄도 없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의 ‘공무원 단속법[束吏 속리]’에서 청양현감 이세정의 예를 들어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세정은 경학(經學)에 정통하고 후학들을 잘 가르쳐 재상(국무총리)도 그의 문하에서 많이 나왔다. 그러나 행정 능력이 없었다. 그가 충청도 청양현을 다스릴 때 최숙생이 충청관찰사(도지사)로 부임하자, 이세정의 문인들이 “우리 선생은 학문이 높고 지조가 맑다"며 군수 고과(考課)에서 폄하(貶下)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나쁜 점수를 주면 안 된다
일본에 대해 말할 때, ‘일본인’은 괜찮은데 ‘일본’이라는 나라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일본인처럼 겸손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국민들도 보기 드물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이루고 있는 ‘일본이라는 나라’는 일본인의 이런 모습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이런 차이는 일본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서도 이런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지역차별문제 조직이기주의 부서이기주의 집단이기주의 같은 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개인은 도덕적일 수 있어도 그런 개인들이 모여 만든 사회는 비도덕적일 수 있다’는 라인홀트 니부어의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청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강호축은 국토균형발전의 일환”이라며 강호축 개발을 강조했다. 강원~충청~호남을 잇는 ‘강호축(江湖軸)’은 충북이 내세우고 있는 국가발전 전략이다. 대통령이 이 용어를 그대로 받아 의미를 부여하고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은 지방을 순방할 때 으레 그 지역의 미래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는다. 대개는 대통령의 립서비스에 불과하지만 ‘강호축’ 발언은 무게감이 다르다.강호축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과 부합하는 데다, 이미 예타면제사업 등을 통해 강호축 구축 사업이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
충남대 앞의 식당들 중에는 ‘충대에 몇 백만 원을 기부하고 받은 기부증’을 내건 곳들이 종종 눈에 띤다. 대학발전기금을 내고 받은 증서다. 충대는 내부 구성원들은 물론 식당, 병원, 기업 등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는 곳이면 기부를 부탁하고 있고 상당수의 인사들이 수 백만 원에서 수 억 원까지 기꺼이 괘척하고 있다. 전임 총장 때는 해마다 100억 원 정도의 모금 실적을 올렸다.지역 주민들은 충남대를 위해 나름 성의를 다하고 있다. 그런데 충남대는 지역사회를 위해서 과연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오덕성 총장은 얼마 전 지역 언
‘권력(勸力)’이란 뜻을 네이버 사전에서 찾아보면 ‘강제로 복종시키는 힘, 다스리는 사람이 다스림을 받는 사람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힘’으로 풀이돼 있다. 그런 힘을 갖는 자리에 오른 자가 이른바 ‘권력자’다. 보통은 정치적 권력을 의미하지만 재력 등 여타의 수단으로도 크고 작은 권력을 가질 수 있다. 보통 사람들에겐 ‘권력자’라고 하면 존경보다는 두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상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권력이란 본래 의미 저울대에서 나와그러나 권력이란 글자를 ‘권(權)’과 ‘력(力)’으로 분해하여 뜻을 새기면 의미가 상당히 달라진다.
대덕특구 내 위치한 매봉공원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허가해줄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땅 주인들은 허가를 원하고 있고 특구의 연구기관들과 환경단체 등은 반대 입장이다. 허태정 시장이 결심을 못한 상태라면 고민 중에 있을 것이다. 대덕특구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구단지이고, 이 때문에 대전은 과학도시이며 앞으로 과학으로 먹고 살아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고민할 일도 아니다. 대덕특구가 대전시장의 고민거리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여기에 아파트를 짓거나 땅 장사를 할 때뿐이다. 대덕테크노밸리를 건설할 때도 그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로 대한항공 오너가 대표이사직을 잃었다. 국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오너 일가의 갑질 행태를 생각하면 잘됐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권력의 하수인이라는 점에서 기업에 대한 권력의 갑질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든다. 이 문제는 득과 실이 따르는 문제고, 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중요한 문제다.우리에게 이런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연금개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소득주도 성장은 정말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대(對) 북한이나 일본 문제는 어떻게 푸는 게 바람직한지 등 끊임없이 쏟아지는 국가적
금강 공주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부분 해체’다. 이 보의 물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반대하고 있다. 이해 당사자인 농민들과 정부의 의견이 엇갈려 있는 만큼 지방의 대표인 충남지사와 공주시장이 이에 대한 입장을 보다 명확히해서 대처해야 하는 문제다. 도민과 정부가 갈등을 빚는 문제이므로 특히 충남지사의 입장이 중요하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얼마 전 “정부 방안에 대해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농업용수 부족 등 우려되는 문제에 대해 ‘선대책 후해체’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대책 후해체’라는 조건을 달았으나 ‘해체 찬성’이
세계 패권국가의 조건으론 인구 면적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그러나 핵심적 요소를 꼽는다면 3가지로 압축된다. ‘총’과 ‘돈’과 ‘멋’이다. 군사력에서 가장 앞서야 하며, 경제력에서도 따라올 곳이 없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문화대국이어야 진정한 초강대국이다. 미국은 세계의 패권국이다. 그런 미국에게 작은 가난뱅이 국가 북한이 총으로써 맞서보려 한다. 총만 가지고 패권국가에게 도전하는 ‘국가’나 테러리스트가 그동안에도 없지 않았고 지금도 있다. 개 중에는 리비아의 가다피 같은 국가권력도 없지 않았으나 대개는 테러집단에 불과했다.
올 상반기 착공될 광주 도시철도 2호선 예산은 2조 549억 원이다. 대전 2호선은 6950억 원으로 광주의 3분의 1이다. 노선 길이는 대전 37.4km, 광주 41.9km로 엇비슷하다. 그런데도 건설비는 광주가 대전의 3배다. 광주는 땅속으로 가는 지하철이고, 대전은 기존 차량도로 가운데 레일을 얹는 트램이기 때문이다. 대전(149만)과 광주(146만)는 인구도 비슷하고 2호선의 노선형태도 순환형으로 같다. 그런데 광주는 왜 3배 더 비싼 지하철로 하는가? 지하철은 트램보다 훨씬 편리한 교통수단이면서 정부지원금도 더 많이 받을
아버지는 아들이 작은 구멍가게 하나를 차릴 때도 장사가 잘 될지 안 될지 물어보고 도와준다. 그게 정상적인 아버지다. 그런데 한 아버지는 어쩐 일인지 규모가 훨씬 큰 슈퍼마켓 창업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거금을 대주려 한다. 온라인 쇼핑과 택배 세상이 오면서 대형마트나 슈퍼가 위기라는 것쯤은 아버지도 알고 있다. 동네 사람들이 의아해 하자, 아버지는 “아들의 상황이 워낙 안 좋아서...”라고 둘러댄다. 그러나 동네 사람들은 안다. 아들이 아니라 아버지 자신의 위기 수습용이라는 것을. 아들 사업 자금 묻지도 않고 대주겠다는 아버지의
전 세계에서 원자력 발전 국가는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캐나다 브라질 인도 이란 스위스 대만 벨기에 등 31개국이다. 이 가운데 독일(8200만 명) 스위스(880만 명) 벨기에(1150만 명) 3개국이 탈원전 선언국이다. 독일은 원전 보유국 가운데 탈원전 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나라로 국가의 규모 등에서 우리가 참고할 만한 유일한 국가다.후쿠시마(2011년 일본) 체르노빌(1986년 당시 소련-현재 우크라이나) 드리마일(1979년 미국) 원전 사고는 세계 3대 원전사고로 일컬어진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극단적인 정치적 편견을 제외한다면, 신참 공무원의 경솔한 폭로로 빚어진 불상사로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정의로운 사무관이 참아낼 수 없는 부도덕한 정권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후자의 입장이다. 그동안 양심적인 공무원들이 겪어왔을 갈등과 고통이 이른바 민주 정권에서도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사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에 공직자들에게 주문했던 ‘영혼 있는 공무원’은 바로 신 씨 같은 공무원이다. “공직자
또 입시철이다. ‘불수능’이라는 올해에도 만점자가 9명이나 나왔다. 언론들은 그들이 어떻게 공부했는지, 그들의 꿈이 무엇인지 등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해마다 이런 수재들이 나오고, 그들은 법대에 들어가 고시에 합격하거나 의대를 나와 의사의 길을 가기도 한다. 요즘은 국내 대학이 아니라 처음부터 미국의 하버드나 UC버클리 같은 유명 대학으로 진학하는 경우도 있다. 고시든 유학이든 많은 학생 학부모들의 바람이다. 경기도 용인에서 생활하고 있는 보문고 출신 안석영 군(27)도 그런 수재 대열에 낄 만한 학생이었다. 주변 사람들에 따르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매출이 832억 달러(95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있다. 관련 분야 세계 1위다. 그러나 삼성 반도체가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다는 뉴스는 필자 같은 비전문가들에겐 대단한 뉴스는 아니다.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는 사실은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도체 세계 1등’의 의미는 필자도 제대로 몰랐다. 지난 추석 때 한 모임에서 관련 분야 전문가인 한 친구로부터 ‘즉석 퀴즈’를 받고서야 새삼 알게 되었다. 친구는 먼저 ‘세계의 5대 곡물’이 무엇인지부터 물었다. 물론 대답할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아버지가 근무하고 있는데 그 학생의 성적이 어느날 갑자기 크게 올랐다면 아버지가 문제를 유출했다는 증거가 없더라도 정황논리로는 일단 아버지의 범죄를 의심하게 돼 있다. 정말 우연히도 그 시험에 자녀가 아는 문제들이 많이 나왔을 수도 있지만 수천 억 만 분의 1의 확률이다. ‘아버지의 부정’이 아니라는 것을 해명하기 어렵다.김소연 대전시의원(민주당)이 폭로한 금품요구 사건에서 박범계 의원은 ‘그 학생의 아버지’와 유사한 처지에 빠져 있다. 사건이 명명백백하게 소명되지 않는 한, 박 의원은 그 아버지의 처지에서 빠
음식점은 누구나 차릴 수 있으나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 많은 돈을 들여 크게 차린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며 음식 값을 싸게 받는다고 손님이 많은 것도 아니다. 맛 좋고 값이 싸도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개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래서 음식점을 낼 때는 백종원 씨 같은 음식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유리하다.한 지역에 대형 관광시설을 만들어 성공하는 것은 음식점 성공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다. 특히 마땅한 관광 자원이 없는 지역을 관광지로 개발하는 경우 이렇다 할 아이디어조
‘파킨슨 법칙’이라는 게 있다. 영국의 노스코트 파킨슨이란 학자가 밝혀낸 이론이다. 공무원 수는 업무량과 관계없이 증가한다는 것이 요지다. 파킨슨이 2차대전 당시 영국신민성 행정직원의 수를 파악해 보니 이런 현상이 확인됐다. 1914년부터 1928년까지 해군장병과 군함의 수는 줄었으나 같은 기간 동안 해군부대에 근무하는 공무원 수는 되레 80%나 늘었다.업무량과 무관하게 늘어나는 공무원 수공무원 수가 업무량과는 무관하게 증가한다는 사실이 기발한 발견은 아니다. 공무원은 개인 돈으로 월급 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일거리와 상관없이 늘어
4대강 댐(보)은 졸속으로 추진된 게 분명하다. 이렇다 할 여론수렴 과정이 없었고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도 없이 대통령이 밀어붙여 만들었다. 추진 과정만 보면 당장 철거해서 원상복구해야 시원할 듯도 하다. 그러나 일단 만들어진 이상 댐의 유용성을 제대로 따져 처리하는 게 순리다. 무조건 없애자고 덤벼드는 건 정치보복일 뿐이다.4대강 댐은 전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꺼내는 순간부터 갈등과 논란을 야기했다. 필사적으로 반대한 사람들도 많았으나 그는 대통령이 되었고 공약은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4대강 반대자들의 지속적인 투쟁 덕에 건
대전시내 도로에도 중앙분리대가 눈에 띠게 늘었습니다. 도로 가운데 중앙차선에 말뚝을 세우고 펜스를 치는 간이중앙분리대입니다. 아무리 깔끔하게 설치하더라도 보기에는 좋지 않습니다. 시내 곳곳에 중앙분리대가 설치되면서 도시 전체의 이미지도 훼손되고 있습니다. 분리대는 차량의 불법 유턴과 보행자의 무단 횡단을 막는 게 목적입니다. 사람 목숨을 더 살릴 수 있다면 미관문제만을 이유로 반대하기는 어렵습니다.2017년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4185명이었습니다. 1991년 1만3000명 수준에 비하면 크게 줄었으나 일본 독일 등 선진국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