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 호위대는 병사를 풀어 시해사건이 있었던 난지의 모든 백성들을 문초하여 범인을 색출 하도록 했다.하지만 20여일이 지나도록 범인과 관련된 배후를 캐는 데는 실패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의 난지사람들이 죽음을 당했다.시황제를 시해하려는 조짐은 곳곳에서 탐지됐다. 순행을 하는 과정에서도 습격사건이 심심찮게 일어났다. 이들 모든 사건들이 황군들에 의해 제압됨으로써 무위로 돌아갔지만 시황제가 안고 있던 불쾌감은 말로 형언할 수가 없었다. 시황제는 감찰을 책임지고 있던 어사대부를 불러 특단의 조치를 요구했다.“어사대부는 들어라.
시황제의 얼굴이 굳어져가고 있었다. 평생의 대업으로 천하통일을 이룩했지만 백성들은 의미를 두지 않으니 딱할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무지랭이 들이라 어쩔 수 없다고 받아 넘기면서도 탐관오리들의 폭정이 말이 아니란 점에 대해서는 분노하고 있었다. 승상과 낭중령은 시황제의 낯빛을 모를 리 없었으므로 안절부절못하며 뒤를 따랐다. 시황제의 일행이 장마당을 둘러보고 함양성의 뒷길을 돌아 난지라는 지역을 둘러본 다음 환궁 하려는 참이었다. 벌써 어둠이 서쪽에 묻어오고 있었다.그때 길을 앞서서 걷고 있던 한 사내가 느닷없이 돌아서며 단검을 뽑아
시황제는 함양성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뒷골목은 자신이 기대했던 것보다 백성들의 생활이 넉넉지 못했다. 빈 바가지를 들고 동량을 하러 다니는 거지들도 눈에 띄었고 서푼어치도 안 되는 남새를 깔아놓고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 팔리기를 기다리는 노인네들도 있었다. 차림새가 꼬질꼬질 한 것으로 미루어 삶이 궁색하다는 것이 그대로 보였다. 시황제는 그들 앞을 지날 때마다 무엇이라도 하나 사주려 했지만 돈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지 못해 살수도 없었다. 시황제 일행이 함양성 시장터를 막 벗어나려는데 남루하기 이를 데 없는 늙은 사내가 술
시황제를 태운 마차는 또다시 그런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당초계획을 수정하여 황과 지부를 거쳐 낭야대를 지나 함양궁으로 돌아왔다.낭야대에서 불로초를 먹을 수 있을 것이라던 시황제의 기대도 서복이 돌아오지 않음으로써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3차 순행은 실망과 분노로 점철되는 여행이 되고 말았다.함양궁으로 돌아온 시황제는 근심이 많았다. 천하를 통일한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역모의 잔당이 남아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도 또 용서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는 박량사 사건을 계기로 전국에 포고령을 내렸다. 아울러 군수와 현
위위는 10일간 박량사 주변을 뒤진데 이어 20일 동안 공간을 확대하여 색출에 나섰다.병사들이 박량사 주변에서 의심이 갈만한 자들은 모두 잡아들여 문초를 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순행을 중지한 시황제는 연일 박량사 사건을 논제로 중신들과 논의를 거듭하고 있었다. 출발할 때와는 달리 기분이 몹시 상해있었다.“도대체 이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단 말이냐?”“황공무지로 소이다. 입이 열개인들 어찌 할 말이 있겠나이까. 시황제 폐하를 모심에 소홀함이 있다는 것은 죽어 마땅한 일이옵나이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하겠나이까?”중신들이 입을 모아
“이 무슨 일인고?”“뒤따라오던 마차에 변이 생겼나 보옵나이다.”“속히 무슨 일인지 알아보도록 하여라.”시황제의 명이 떨어지자 호위대장인 위위가 말머리를 돌려 뒤따라오던 마차를 향했다. 그리고 잠시 뒤 위위의 고함소리가 들렸다.“시황제 폐하를 겹겹이 호위하라. 서둘러라. 그리고 시황제 폐하가 타고 계시는 마차를 전속력으로 몰아라.”위위의 말이 떨어지자 창을 든 경호병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시황제가 창밖을 너머다 보았다. 일시에 병사들이 개미떼처럼 자신이 타고 있던 마차에 달라붙어 뛰고 있었다.그러는 사이 낭중령 조고가
□시황제 암살 기도이번에는 양무현 박량사를 거쳐 낭야대로 향했다. 그곳은 낭야대로 향하는 직선거리나 마찬가지였다. 가장 빠른 길을 달려 냥야에 이르고 싶었다. 그것은 하루라도 속히 서복이 불로초를 구해온다면 즉시 현장에서 먹을 심산이었다. 사실 서복이 불로초를 구하여 온다고 하더라도 낭야에서 함양까지는 너무나 먼 길이었다. 불로초를 가지고 몇 천리에 달하는 거리를 달려온다는 것도 문제였다. 더구나 오는 도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람의 손을 타면 그 가운데는 사악한 기운을 가진 자가 있을 것이고 또 더욱 사악한자는
그래도 희망은 서복에게 있었다. 한번은 서복이 삼신산이 보이는 지점까지 배를 몰아갔지만 높은 풍랑이 일어 더 이상 접근치 못하고 돌아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시황제는 불로초를 구하는 일이 멀지 않았다고 믿었다.“서복이란 자는 너무나 담대한 인물이구나. 여러 차례 실패했음에도 짐을 위한 충성심에 또 출항을 한다고 하니 내 어찌 가상히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느냐. 그에게 많은 재물을 내려 불로초를 기필코 구하도록 하렷다.”시황제는 서복의 용기를 북돋았다.추운 겨울이 지나고 이른 봄이 왔을 즈음 낭야대에서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시황제 폐
그날 궁녀가 너무나 요란하게 놀았으므로 문밖에 있던 조고가 그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때문에 조고는 침전에서 궁녀가 물러나자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불러 상황을 조사했다.“시황제 폐하의 방사를 종용한 것이 사실이렷다.”조고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아니옵나이다. 낭중령 나으리. 시황제 폐하께옵서…….”“시끄럽다. 이것아. 내 네 몸을 조사하여야 알겠느냐?”조고는 더욱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낭중령 나으리. 그것이…….”어린 궁녀는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려 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안되겠구나. 여봐라 당장 옷을 벗겨라.”그러
분을 삭이지 못한 시황제는 다시 함양궁으로 돌아왔다.숨어서 아무도 모르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란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비밀을 누설한 중인들이 미웠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상태였다.시황제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 함양궁으로 돌아와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구중궁궐 한가운데 거처하며 정무는 이사의 손에 맡겼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이사에게 맡긴 것도 아니었다. 자신이 지시할 사항과 결재해야할 사항에 대해서는 낭중령 조고를 통해 보고받고 통보했다.궁으로 돌아와 약간의 시간이 지났지만 시황제는 답답해 미칠 지
함양성에서는 “백호가 없는 골에 여우가 왕 살아 먹고 산다”는 이야기가 백성들의 입을 통해 번지고 있었다. 좋지 않은 징조였다. 하지만 시황제는 스스로 선인의 경지에 이른 몸이라 생각했으므로 속세의 사사로운 일을 놓고 논하려하지 않았다. 승상이면 그 정도의 허풍을 부릴 수도 있다고 여겼다. 속으로는 승상 이사가 거만을 떠는 모습이 곱지 않았지만 자신이 비운 자리를 메우려면 그의 위상도 걸맞아야 한다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시황제는 다음날 같은 시각에 다시 산에 올랐다. 그리고 함양성을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달라진 것이 있었다
따라서 그날부터 모든 정무는 승상 이사가 보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사는 그동안 시황제가 보던 일들을 챙겼다. 여러 날이 지나고 달이 지나다보니 공석이 된 시황제의 자리를 승상 이사가 대신하는 꼴이 되었다. 대신들은 언제 시황제가 돌아올지 모를 일이었으므로 승상에게 잘 보이려 줄을 대곤했다.이런 궁내의 사정은 낭중령 조고에 의해 하나도 빠짐없이 양산궁에 있던 시황제에게 전해졌다.승상 이사가 시험대에 오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므로 이사는 일거수일투족을 진중하게 움직였다. 시황제가 돌아와 자신의 일들을 추궁할지 모를 일이어서
“어찌 시황제 폐하의 분부를 어기겠나이까? 분부받자와 틀림없이 그렇게 하겠나이다.”낭중령 조고는 머리를 조아리고 침전에서 물러났다.그날 밤 시황제는 야반도주를 하듯 함양궁을 빠져나와 양산궁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곳은 함양궁과 별로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었지만 산으로 겹겹이 쌓여있어 인간 냄새를 맡기 어려운 그런 곳이었다. 경치는 빼어나고 수풀은 우거져 궁이 있는지조차 밖에서는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시황제는 그날 밤 숲에 둘러싸인 양산궁에서 하루 밤을 보내자 기분이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공기자체가 함양궁과 달랐다. 함양궁은
□시황제 칩거에 들다노생을 불러 생약을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난 한종과 석생의 상황을 보고받았다. 또 서복이 삼신산으로 출항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매일같이 짚어 보았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서복이 더디어 6천명의 선남선녀를 데리고 삼신산을 향해 출항했다는 소식을 접했다.“이번에는 무슨 수가 나더라도 불노초를 구해야 하느니라.”시황제는 이사에게 말했다.“여부가 있겠나이까. 방사 서복이 목숨을 내놓고 출항을 했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옵나이다.”“그럴 테지.”시황제는 불노초를 하루라도 빨리 먹고 싶다는 일념에 입맛을 다셨다.
“지금으로부터 일백여년 전인 제나라 임금 위왕과 그의 아들 선왕이 사람을 보내 약초를 구하려했으나 가는 도중 풍랑을 만나 실패하고 만적이 있으며 연나라 소왕도 사람을 보낸 적이 있지만 역시 실패하였나이다.”“그럼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단 말이냐?”시황제가 약간은 실망스런 모습으로 되물었다.“삼신산은 너무나 신성한 곳이라 누구에게도 근접을 허용치 않고 있사옵나이다. 배로 그곳에 당도하였다 할지라도 폭풍이 일어 살아남기가 만만치 않은 곳이옵나이다. 따라서 신도 불노불사의 생약을 구하다 죽을지도 모를 일이옵나이다. 그럼에도 삼신산으로
한편 이사는 시황제가 순행에 나선 뒤로 승상인 자신을 뒤로하고 술사인 노생만을 옆에 끼고 다니는 것이 못마땅했다. 시황제가 못마땅한 것이 아니라 노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낱 술사에 불과한 그가 한종과 석생을 통해 불사약을 구한다면 이사는 승상이란 자신의 직위도 내놓아야 할 판이었다. 작금에 진시황이 신하들을 대하는 태도로 보아 그러고도 남을 만 했다.그래서 이사는 아랫사람들을 시켜 불사약을 구할 수 있는 인사가 있는지 탐문했다. 시황제가 낭야대에 머무는 동안 그자를 찾아야 했다. 조바심 속에 두어 달이 지난 뒤 불사약을 구할
□불로초를 구하라.여러 날을 그곳에서 보낸 다음 다시 말을 몰아 낭야대로 향했다.낭야대의 비경은 지부산과 비할 것이 아니었다. 깎아지른 절벽과 그곳에 부딪히는 파도. 연신 하늘을 날며 끼룩 거리는 갈매기 떼들의 울음소리. 숱한 섬들의 군무. 그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 이 모든 것들이 신선했고 아름다웠다.시황제는 낭야에 이르러 넋을 놓고 바다를 조망하는 것을 즐겼다. 그곳에서 몸에 좋다는 음식을 골라먹고 입에 맞는 차를 즐겼다. “짐이 이곳에서 마음을 닦을 생각이로다. 그러니 경들은 이곳에서 잠시 머문다 생각하고 마음을 편히 갖도
□산해진미시황제는 신하들과 담소를 나누며 바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저 넓은 바다는 누구의 것인고?”시황제가 가까이 있는 승상 이사에게 물었다.“그야 물어 무엇하겠나이까? 시황제 폐하의 것이 아니고 또 누구의 것이란 말이오니까?”“저 바다도 짐의 것이란 말이렷다.”시황제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그렇다면 바다를 잘 경영하는 백성들이 무엇보다 많아야 겠구만. 승상은 어부들이 바다를 경영하는 일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여라.”“알겠나이다. 시황제 폐하.” 승상과 신하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화답했다.시황제는 그곳 산머리에 천하통
시황제 일행은 이른 아침에 산에 오른 뒤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내려왔다. 시황제는 올라 갈 때와 달리 의기가 양양했으며 대단한 무언가를 얻어 내려온 듯 한 표정이었다.“시황제 폐하. 앙축 드리옵나이다. 이제 명실 공히 하늘이 지목한 천자가 되시었사오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또 무엇이 있겠나이까.”군신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천자에 오른 시황제에게 축하 인사를 올렸다.천하를 통일하던 날 스스로 천자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대신들은 그제야 천자가 되었다고 칭송했다. 그것에는 큰 의미가 있었다. 그동안 진나라 임금들은 스스로 천자라고 칭했지
“태산은 광활한 화북평원의 동쪽에 우뚝 솟아있는 태산산맥의 주봉이옵나이다. 그 산은 제나라와 노나라에서 고래로 제사와 숭배의 대상 이었사옵나이다. 게다가 오악 가운데 으뜸으로 여타 산들을 압도하는 곳이기에 그곳에서 봉선을 이룩하심이 가할 줄 아뢰옵나이다. 아울러 천하제일의 성산에서 봉선을 시행하심으로써 천명을 획득하는 계기가 될 것이옵나이다.”“그래. 그렇다면 태산에서 봉선을 해야겠구먼.”시황제가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하지만 이번 봉선은 극비리에 추진하는 것이 가 할 줄 아옵나이다.” 노생이 엎드려 아뢰었다.“아니 그것은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