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가 한풀 꺾인 듯 오늘은 햇살이 좋고 날씨도 모처럼 푸근하다. 베란다 창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보니 그동안 하얗게 쌓였던 눈들이 녹고 그늘진 곳에서나 듬성듬성 잔설이 보인다. 뜬금없이 먼 산을 한참 바라다보니 문득 초등학교 때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여름 장마 때면 붉은 황톳물이 내려가고, 겨울에 얼어붙던 큰 내에는 돌 징검다리가 놓여 있었다. 하얀 신작로에 차는 좀처럼 다니지 않고 소달구지나 다니던 아득한 시절, 반세기하고도 십년을 더 보태야지 싶다. 이렇게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된 것은 요즘 언론에 떠들썩한 인권문제 때문이
「나폴레옹이 병사들을 이끌고 알프스 산맥을 넘을 때 높은 산봉우리를 가리키며 저기를 넘어야한다고 말했다. 병사들은 갖은 고생을 하며 그 봉우리에 올랐다. 그런데 나폴레옹이 주변을 살피더니 “잘못 올라왔다. 이 봉우리가 아니고 저쪽 봉우리다”라고 말했다. 병사들은 어이없게도 산을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야 했다. 다들 기진맥진했다. 그런데 나폴레옹이 “어라∽ 여기가 아니고 아까 그 봉우리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병사들은 모두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물론 이는 역사 속의 사실이 아니다. 지휘관이 오락가락하면 안 된다는 우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하늘이 잔뜩 흐리고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엊그제 장마비로 유등천과 갑천에 큰물이 내려간 후에도 비가 연일 시시 때때로 오더니 오늘마저도 기어이 내릴 모양이다. 오늘은 6.25전쟁을 승리로 이끈 구국의 영웅 고(故) 백선엽 예비역대장의 안장식이 대전현충원에서 있는 관계로 날씨가 개기를 바랐는데 기대가 어그러지고 말았다. 나는 배불리 먹으며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안장식에 참석해야한다는 의무감 같은 다짐을 어제부터 하고 있었다. 마침 어제 고등학교 동창들끼리 소식을 주고받는 단체 카톡방에
편파 방송을 일삼는 TV를 안 보기 시작한지는 이미 오래 전부터지만, 언제부턴가 신문마저 뒤쪽부터 읽는 버릇이 생겼다. 신문 뒤쪽의 오피니언들의 글과 사설을 읽고 나서 거꾸로 앞쪽으로 넘기며 굵은 글씨의 제목만을 훑어보는 버릇이다.신문을 1면부터 읽어 나가자면 마치 백내장 낀 사람들이 정치를 하고, 고도근시를 가진 사람들이 국정을 다루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짜증이 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앞면부터 뒤쪽으로 가며 기사를 읽고, 뒷면의 오피니언 란과 사설을 읽었는데, 지금은 아예 뒷면부터 펼쳐드는 버릇이 습관처럼 굳어져 버렸다. 그렇
봄비 내린 뒤 모처럼 해맑던 날, 코앞의 동네 앞산을 산행하던 때의 일이 떠오른다. 우한 폐렴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수천 명이나 발생하고,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우리 대전 지역에도 확진자가 연일 속출-행정당국에서 발생장소와 확진자의 동선을 핸드폰으로 알려왔다-하는 관계로 외출을 자제한 채 집에서만 지내다가 갑갑증을 못 이겨 나선 길이었다.우한 코로나 확산 때문인지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서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였다. 그날은 동네 마트에 갈 때 두어 번 썼던 마스크를 일광소독 하느라 베란다 햇볕 잘 드는 곳에 걸어
14세기 중세유럽을 휩쓴 흑사병은 유럽인구의 3분의 1이나 앗아갔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은 백신은 물론 치료약이 없었을 터이니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전염병의 무서움에 떨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기껏해야 외딴 별장으로 숨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언젠가 본 외국영화가 생각난다.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들의 비행선에 의해 도시가 파괴되고 불탄다.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어느 날 외계인들이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었다. 지구바이러스에 저항력이 없던 외계인들이 비행선으로 납치한 지구인에게서 바이러스에 감염돼 흐물흐물 물처럼 녹아내린 것으로 기
비록 많은 양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오락가락하던 장마 비가 그치고 나니 햇볕이 연일 뜨겁고 후텁지근하다. 하늘에는 흰 뭉게구름이 수없이 떠있고 구름사이로 여름 같지 않은 푸른 하늘이 싱그럽다. 비 그치고 날씨가 한껏 무더워지니 매미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는지 아침나절부터 여기저기서 여러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매미울음소리 시끄러운 이제부터가 진짜 여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핸드폰에서도 연일 폭염경보가 뜬다.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한 물마시기를 하라는 주의를 준다. 나도 이제 무더위에 주의를 할 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매일 집안에서 선
유럽과 아시아가 공존하는 이스탄불은 볼 것이 참 많았지만, 톱카프 궁의 제3정원(박물관)에서 본, 오리 알만한 다이아몬드와 3000년 전의 다윗왕의 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다이아몬드는 관광객이 넘지 못하도록 한 밧줄 경계선 안쪽에 별다른 보호 장치 없이 육안으로 볼 수 있게 놓여 있었는데, 하얗게 번쩍이는 빛이 휘황찬란했다. 다윗왕의 칼은 유리진열장 속에 다른 유물과 함께 세워져 있었는데, 밀려드는 관광객들 때문에 그 앞에서 오래 지켜볼 수는 없었지만, 언젠가 봤던 중국 진나라 때의 검처럼 예리한 면은 없고, 단지 누런빛의
제자가 3000명이나 되는 공자가 훌륭한 것은 제자들의 성품과 수준에 맞는 교육을 했다는 점이다. 원래 껄렁패였던 자로(子路=仲由)는 공자의 훈계로 학문을 하고, 공자의 제자가 된 사람이다. 체격이 건장하고 용맹해서 늘 공자의 곁을 지키며 보디가드 역할을 했다. 공자가 주유천하를 할 때도 공자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자로에게는 나쁜 버릇이 하나 있었다. 모르는 것에 대해서도 아는 체를 잘했다. 어느 날 공자가 자로를 깨우치고자 했다.“유(由)야, 너에게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랴?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
이제 한 두 차례라도 외국여행을 안 해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나라가 그 만큼 잘살게 됐기 때문이다. 외국여행을 할 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여행에 필요한 돈과 여권이 아닐 수 없다.여행사를 이용한 패키지여행을 하던, 친한 친구끼리 배낭여행을 하던, 오붓한 가족여행을 하던, 어느 정도의 돈과 여권을 소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중에서도 여권은 필수 지참물이 아닐 수 없다.돈은 부족하면 먹을 것을 덜 먹고, 관광을 덜 하고, 기념품이나 물건을 덜 사면되지만-고생은 돼도 있는 형편대로 쓰면 되지만-여권이 없으면 외국정부
“인류가 멸망하지 않으려면 200년 이내에 지구를 떠나야 한다.” 지난해 3월에 세상을 떠난 영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가 남긴 말이다. 지구의 온난화현상을 막지 못하면 지구의 대기온도가 금성처럼 뜨거워져 인류가 생존할 수 없음을 경고한 말이다. 금성은 대기온도가 500℃∽700℃ 쯤 된다고 알려졌다. 금성의 대기층에 두께 80km에 이르는 탄산가스 막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도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경유나 휘발유를 사용하는 자동차나 선박도 문제지만, 석탄이나 유류를 때는 화력발전소도 문
고향에서 우울한 소식이 들려오니 잔뜩 찌부러진 날씨만큼이나 기분이 언짢다. 지난 6월의 지방선거로 선출된 신임 군수가 금산에 화상경마장을 유치하려 한다는 것이다. 세수를 늘린다는 명분이란다. 충청남도 예산담당관으로 수 조원의 예산을 다뤄본 바 있는 필자의 머릿속에 언뜻 가용재원이 떠올랐다. 법정경비나 급료 등 갖가지 경직성 경비를 편성하고 나면, 도지사가 쓸 수 있는 가용재원이 얼마 안 되었던 것이다. 지역의 군수가 의욕이 앞서고 할 일은 많은데 가용재원의 부족으로 답답할 것이 미루어 짐작되기는 한다. 문득 어렸을 때 읽어본 러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