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마음이 심란했다. 정확히는 일주일 전부터 초점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그렇다. 아들이 이번에 수능 시험을 본다. “떨리지 않아요. 그냥 모의고사를 다른 학교에서 본다고 생각할거예요.” 아들이 제법 의젓한 말을 한다. 긴장이 되지 않는다니 조금 안심이 된다. 녀석이 벌써 이렇게 자랐구나. 한데 내가 떨리는 이유는 뭘까.2016년 11월 17일. 드디어 D-데이. 결전의 날이 밝았다. 평소에는 베게에 머리만 대면 깊은 잠을 잤던 내가 지난밤엔 몇 번을 깼는지 모른다. 아침 6시. 아들을 깨웠다. 얼굴을
뼈저리게 느꼈다. 검증되지 않은 사람과는 함께 일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나는 2년 전에 어느 단체의 회장에 당선 되었다. 회장에겐 사무국장을 지명하는 권한이 있었는데, 며칠을 고민하다 나와 경쟁했던 상대편 후보에게 그 일을 맡겼다. 그 소식을 듣고 사람들은 ‘승자의 포용력’이란 말을 했지만 내가 그를 지목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는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갖고 있었다.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드는 재주는 물론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금세 친해지는 막강한 무기가 있었다. 그래서 선거기간 내내 나는 그가 부러웠다. 그렇다면 실제로
“웬일이니?” 고등학생인 딸아이가 일찍 집에 왔다. 아이가 말했다. 담임선생님께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야간 자율학습을 빼먹고 왔다고.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어쩌려고 그러니? 딸아이는 야자를 하기 않기 위해 가족모임이라고 둘러댔고, 집안 행사가 있다며 집에 왔다. 안 그랬던 아이였는데 왜 이럴까? 내 딸은 축복 속에서 태어났다. 사형제인 집안의 셋째로 자란 나는 남자들의 건조함을 몸으로 느끼며 성장했다. 이를 익히 알고 있는 둘째 형은 딸을 키우려는 욕심에 아이를 낳다 아들만 넷을 두었다. 딸이 태어났을 때 나는
최근 우리사회에서 ‘정직’ ‘신뢰’ ‘믿음’이란 낱말이 왠지 사치스러운 어휘로 멀어져 가는 느낌이다. 대전시의회 의원들의 후반기 원 구성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 나 같은 백면서생이 뭘 알겠느냐 만은 시민의 대표라는 그분들을 보며 ‘의리’와 ‘약속’을 떠올린 것은 나뿐일까? 우린 유치원 때부터 이렇게 배웠다. 약속은 지켜져야 하고, 배신하면 안 되며, 타인에게 상처 주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욕망에 따라 낯을 바꾼다. 애당초 약속 따윈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나도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은 적이 있다
글을 쓰고 싶었다.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거창하게 생각한 게 아니라 내 이야기를 글로 옮겨 보고 싶었다. 글을 쓰기 위해 외부로 향한 안테나를 꺼버린 채 도서관에서 16개월을 보냈다. 남들이 꽃놀이를 떠나고, 휴가 계획을 잡고, 단풍구경을 갈 때도, 엉덩이는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거란 생각으로 도서관 내 지정석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었다. 하지만 글쓰기는 쉽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어리바리 하고 있을 때 선배의 조언으로 책 쓰기 책들을 구입해 읽었다. 그 책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3개월~6개월 동안 열심히 글
‘회계학’은 대학시절에 힘들게 공부했던 과목이다. 종류도 많았다. 세무회계, 원가회계, 재무회계, 기업회계 등. 이 교과목들을 매학기 마다 배웠다. 그런데 지금도 아쉬운 장면 하나가 있다. 원가회계 시간에 교수님이 어려운 부분을 한참동안 설명하더니 칠판에 연습문제를 적으며 말했다. “이건 꼭 알아야 하는 거니까 한사람씩 앞으로 나와서 풀어보자.”앞줄에 앉은 사람부터 앞에 나가 문제를 풀기 시작했지만 나는 푸는 방법을 몰랐다. 창피를 당하지 않으려 가방을 챙겨 슬그머니 뒷줄로 자리를 옮기며 생각했다. ‘오늘 여기 있는 사람들이 모두
아이고, 아까운 내 돈. 오랫동안 사용했던 전기밥솥이 말썽을 부리기에 새것을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날 저녁 TV 홈쇼핑에 전기밥솥이 나오기에 유심히 들여다 보고 있는데 쇼 호스트가 말했다. “지금이 최저가 마지막 찬스입니다. 서두르십시오.”최저가라고? 놓치면 손해라는 생각에 잽싸게 전화를 걸어 밥솥을 주문했고 며칠 뒤 우리 집으로 제품이 도착했다. 한데 인터넷 쇼핑에 그 전기밥솥이 보여 클릭해봤다. 이럴 수가. TV 홈쇼핑보다 4만원이나 싸다. 그럼 최저가가 아니었단 말인가? 아이고, 억울해라. 방송도 그랬다. 잘 할 거라 믿
인간은 ‘비교’를 통해 자신의 결핍을 확인한다. 그런데 비교할 때는 일정한 패턴이 있는데 한 가지는 좋은 것, 다른 한 가지는 나쁜 것을 선택하고, 두 개를 대비 시킨다. 예를 들면 “네 친구는 공부를 잘하는데 너는 왜 그 모양이니?”라는 식이다.우리 집 아래층에는 딸아이의 친구가 살고 있다. 그녀는 내 딸과 어릴 적부터 고1인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데 얼굴이 예쁘고 공부도 잘한다. 이 아이 때문에 내 딸과 얼굴 붉히는 일이 생겼다. 아래층 사는 아이가 일요일에도 도서관에 간다는 말을 듣고 늦잠을 자고 있는 딸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 아니니까 아껴 써라.”절약 정신이 몸에 배인 아버지는 용돈을 줄때마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돈 벌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었으리라. 그런데 우리 아버지의 말씀이 틀렸다. 얼마 전 하늘에서 돈이 떨어졌다. ‘2016년 2월 20일. 충북 청주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현금이 뿌려지는 소동이 벌어졌다. 12층에 사는 집주인 A씨가 이불을 털다 이불속에 들어있던 현금 650만원이 바람에 흩날렸다. 5만 원 권 지폐 130장이 아파트 단지 안팎 인도, 주차장 등에 떨어지자 이를 본 아파트 주민과 경비원이 나섰다.
학교 앞 4차선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앞쪽에 경찰의 이동식 카메라가 보여 황급히 속도를 줄였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속도위반을 찍고 있었으니 당황스러웠다. 속도계를 봤다. 시속 65km. 찍히지 않았을 거야. 겨우 65km이었잖아? 그로부터 일주일 후 집으로 속도위반 통지서가 날아왔다. ‘스쿨 존에서 20km 이상 초과. 과태료 10만원’ 헉! 10만원? 속상했지만 어쩌겠는가.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은 내 잘못이었으니. 이렇듯 모든 세상사는 원인이 있으면 그에 따른 결과가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시험 성적이 잘 나오고, 많이 먹
“제 꿈은 가수예요.”요새 아이들의 장래 희망이 ‘연예인’ 아니면 ‘공무원’이라더니, 고등학교 1학년인 내 딸의 꿈도 ‘가수’다. 연예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청소년 시기에 누구나 가져 볼 수 있는 꿈이기에 처음에는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냥 바라 볼 수 없는 현상들이 차츰 생기기 시작했다. 부모로써 아이의 꿈을 응원해주어야 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내 경험상 이 땅에서 가수나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는 평범한 부모 아래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과 가수가 되기 위해선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하는데 내 딸에
퀴즈로 시작해볼까. 어린이들도 쉽게 맞추는 문제니까 긴장 하지 마시길. 초등학교 운동회 날이다. 운동장에는 화려한 색깔의 만국기가 펄럭이고 음악소리와 응원이 뒤섞인 가운데 당신은 친구들과 백 미터 달리기를 위해 출발선에 나란히 섰다. 이윽고 출발신호에 맞춰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스타트가 늦었던 당신은 젖 먹던 힘까지 내며 한명씩 따라잡았고 결승선을 앞에 두고 2등을 추월하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몇 등 일까?1등이라고? “땡.” 미안하지만 틀렸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 2등을 추월하면 몇 등일까. 정답은 2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