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찾는 갑천변을 나오니 비가 종일 온 후라선지 하늘도 물도 맑다. 하늘의 뭉게구름은 어느 조각가라고 그런 흉내를 낼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다양한 모양을 만들며 흘러간다. 쪽빛 바탕에 둥실둥실 모습들이 한가롭다. 엑스포 다리 밑으로 흐르는 물 위에 뜬 구름도 풍치를 더한다. 맑은 물을 따라 강변으로 펼쳐진 푸른 잔디는 어느 영화에서나 본 듯한 풍경이다. 유등천을 따라 거스르면서 천변의 둑방에 피어 있는 다양한 야생화가 발길을 잡는다. 자전거를 세우고 열심히 사진기에 담아본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배경은 금상첨화(錦上添花)다.달
마당의 조그만 물동이에 연(蓮)을 심어보고자 신매리 연꽃저수지를 들렀다. 저수지는 가뭄으로 바닥을 거의 드러내고 있다. 마침 모내기는 거의 끝났지만 이상 기온으로 가뭄이 심해 논바닥이 거북등 같다. 한 농부가 그곳에 양수기를 들이대고 마저 남은 물을 끌어 논에 대고 있다. 금년에는 봄 가뭄이 심해 농작물 피해가 예상된다고 하니 농민들의 속 타는 심정이야 오죽하랴 싶다. 뜰에는 보리가 여물어 황금벌판이다. 산자락을 따라 길게 이어진 밭에 누런 보리가 실하게 영글었다. 지난 가을에 파종하여 겨울을 나고 결실을 본 것이다. 우리 몸에
오랜만에 남원(南原)을 찾았다. 가끔씩 오다가다 들리긴 했지만 이번 여행은 큰 마음먹고 광한루(廣寒樓)와 춘향의 일대기를 실물로 형상화한 춘향 테마파크를 천천히 돌아볼 작정으로 온 것이다. 소설 속의 인물이지만 400여 년 전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을 새로이 만나는 것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큰 냇가의 다리를 건너 춘향촌(春香村)을 거스른다. 인위적이지만 고샅고샅마다 정성들여 옛날 거리를 재현하여 마치 옛 유적을 보는 듯하다. 동헌(東軒)을 들어서니 망나니가 춘향을 묶어놓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대청마루에서 내려 보는 사또의 추상
대청호수가 내려뵈는 이곳 능선 길은 아늑하고 포근하다. 시원한 물색과 주변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외국에 있는 친구는 이 모습을 보고 그냥 쳐다보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웅장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은 소박한 우리 산천의 본 모습이다. 한자리에서 사철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이곳은 어느 풍경 부럽지 않다. 집 가까이에 이런 풍치를 즐기며 사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나무 그늘은 시원하지만 관목(灌木)을 지나노라면 후끈후끈한 열기가 얼굴을 스친다. 한 여름에 들어서니 한낮의 기온이 온몸에 느껴진다. 나뭇잎도 무성하여 검푸르다. 껑
용화사 경내(境內)는 갖가지 꽃들이 만발한 잔치마당이다. 봉황정 계곡에 채색된 진달래와 산벚꽃이 병풍의 그림 같다. 살짝 터치한 연록색의 작은 잎들이 수채화 같은 신비감을 더해준다. 겨울을 끄떡없이 지낸 짙푸른 소나무와 쪽빛 하늘이 전체 배경을 마무리 하니 이는 신(神)의 조화다. 자연의 모습은 이렇게 우리의 삶과 정신영역을 지배한다. 경내로 들어서는 입구의 벚꽃은 이미 낙화유수(落花流水)다. 잔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은 눈발이 되어 바닥을 덮는다. 벚꽃은 활짝 핀 모습보다 지는 모습이 더 아름답다고 누가 말했나. 발아래 펼쳐진 작은
한식날 아침 일찍 차례를 마치고 성묘(省墓)를 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오지 못했는데 여유를 갖고 고향을 둘러보니 마음 뿌듯하고 노란 연록의 풀색이 정겹다. 나를 키워주고 조상들이 영면하고 계신 이곳은 항상 푸근하고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준다. 영귀대(詠歸臺) 입구에 있는 소나무는 내가 어렸을 적부터 여전히 그 자리에서 손님을 영접하듯 구부리고 서 있다. 동로사(東魯祠) 뜰의 매화나무가 연분홍 꽃이 만발하여 칙칙한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언제 심었는지 나이가 얼마인지 모르는 이 나무는 이젠 노쇠해 열매를 거의 맺지 못한다. 내가 태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