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물러나기로 했던 총리를 도로 유임시켜야 할 정도로 인사청문회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청문회에서 줄줄이 낙마하는 총리 장관 후보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속이 터질 것이다. 지방 인사청문회가 그 정도의 위력은 가질 수는 없지만 인사권자에겐 그래도 불편한 제도다. 그런데 대전시에선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인사권자인 대전시장은 청문회를 꼭 해보자고 하고, 시의회는 오히려 난색을 표한다. 시장이 거부해도 의회가 요구해야 할 판인데 시장은 멍석을 깔아주겠다고 나서고 시의회는 도망가는 상황이다. 권선택 시장 주관으로 열리는
대전동방문화진흥회와 함께 백두산에 다녀왔다. 첫 방문지는 연변 조선족 자치주의 주도(州都) 연길(延吉)이었다. 연길 공항을 빠져 나오면서 첫 눈에 들어온 것은 한글로만 된 안내문이었다. “공사중 불편한 점 량해 부탁드립니다” 공항 청사 일부가 수리중이었다. 연변이 초행인 필자로선 ‘그래도 중국 땅인데 안내문이 우리말로만 되어 있다니!’ 하는 놀라움으로 공항을 나와 시내 광고판을 둘러봐도 한글의 위세는 꽤 당당해 보였다. 모든 간판은 한글과 한자로 병기되고 있었다. 간판 위쪽에 한글로 쓰고 아래쪽에 한자로 쓰거나, 한글을 왼쪽에 쓰고
전임 시장과 후임 시장은 대체로 사이가 좋지 않다. 후임자는 전임자와 차별화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전임자는 자기 흔적이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다산(茶山)은 전임 수령과 후임 수령을 처첩 갈등에 비유했다. 하지만 성인군자가 아니라면 그게 정상이다. 현직 권선택과 전직 염홍철 ‘과도한 밀월관계’성인군자가 아닌 데도 두 사람 사이에 ‘과도한 밀월관계’가 이뤄지고 있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시장 선거 이후 권선택 시장과 염홍철 전 시장 주변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들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낳고 있다
제대로 임금 노릇하는 건 힘들다. 어천만사가 걱정거리다. 비가 너무 많이 와도 너무 안 와도 근심이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물가가 너무 오를까 대형 사고라도 터질까 늘 노심초사다. 그러나 군주와 대통령에겐 남들이 갖지 못하는 즐거움이 있다. 『논어』에 공자(孔子)가 노나라 정공(定公)에게 말한 그 즐거움이다. “사람들의 말에 ‘내가 임금이 되어 다른 즐거움은 없고, 다만 내가 말을 하면 아무도 어기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내 말을 어기는 사람이 없는 즐거움박근혜 대통령도 누구보다 ‘1인자의 즐거움’을 누려왔다. 그의 주변에는
성이 ‘대 씨’고 이름이 ‘덕구’인 사람이 있다. 지난 6월 4일 ‘청장’을 맛있게 한다는 식당 한곳에 들렀다. 대 씨는 그 집에서 먹을까 말까 하다가 그냥 나와 다른 식당의 ‘청장’을 주문했다. 대 씨는 이제 며칠 뒤엔 ‘선량탕’이란 요리를 먹어보러 그 식당에 다시 가 볼 참이다. 그런데 그 식당은 한 달 전 내놨던 그 ‘청장’을 이름만 ‘선량탕’으로 바꿔 내놓기로 했다. 음식의 내용물은 100% 똑 같다. 시간이 지나서 더 숙성된 것도 아니다. 같은 음식을 그릇만 바꿔 내놓기로 한 새정치연합대씨는 과연 이번에는, 퇴짜 놨던 그
김학용 주필새로 구성된 충남도의회의 감투 10개를 모두 새누리당이 독식했다. 의장과 부의장 2자리를 다 차지하고 상임위 5개와 운영위, 예결위원장까지 새누리당이 먹었다. 처음에는 새정치연합 몫으로 상임위원장 한 자리는 남겨두었으나 새정치가 안 받으니까 거둬들여 감투를 100% 독차지했다.도의회 감투 10 자리 모두 새누리가 차지새누리당은 부의장 1석과 상임위원장 1석 정도는 새정치에 양보했어야 한다. 대전시의회는 22석 가운데 새정치가 16석인 데도 부의장 한 자리와 상임위원장 한 자리를 소수당인 새누리에 줬다. 도의회도 지난
김학용 주필지난 6.4 선거는 사실은 ‘지방선거’가 아니었다. 현직 대통령을 평가하고, 여당과 야당에 대해 점수를 매기는 ‘중앙선거’였다. 세월호 영향과 대통령 지지율의 등락에 따라 후보들이 울고 웃는 가운데 선거가 끝났다. 단체장이 독선과 부패에 빠지는 이유이런 식의 선거에선 후보의 능력이나 도덕성은 중요하지 않다. 국회의원 등 공천권을 쥔 사람에게 잘 보이면 묻지도 않고 공천한다. 이렇게 해서 자치단체장이 된 사람일수록 성실하게 일할 가능성은 낮다. 운만 좋으면 실적에 관계없이 4년 뒤에도 당선될 수 있을 텐데 열심히 할
김학용 주필올라가면 내려오긴 힘든 산이 있다. 꽤 높은 벼슬을 한 사람들이 오르는 ‘인생의 산’이다. 어떤 시인은 올라갈 때 못 본 꽃을 내려올 때 보았다고 노래했지만, 내려올 때라도 진정 그 꽃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내려오기 힘든 고관의 ‘인생의 산’얼마 전 염홍철 시장은 이 시를 빌려 “물러날 때가 되니까 과거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내려놓으니 모든 것이 제대로 보인다”고 했다. 그런데 퇴임 후에 쓸 사무실을 시청사 코앞에 얻은 걸 보면 그가 정말 내려놓은 게 맞는지 궁금하다. 그는 대전시청 바로 앞에 개
김학용 주필나는 권선택 대전시장 당선자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몇 가지 된다. 나처럼 생각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최고 스펙의 엘리트 관료가 대전시장으로첫째, 권 당선자는 대전이 배출한 가장 유능한 정통 관료 중 한 사람이다. 대전시에서 기획실장 행정부시장 정무부시장을 지냈고, 안전행정부 등 중앙부처에서도 요직을 거쳤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인사비서관까지 지냈다. 행정고시 수석까지 한 수재다. 그는 경험과 이론 모두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펙을 가졌다.그는 시장이 되겠다고 맘을
김학용 주필안희정 지사의 입에서 나오는 말 중에는 모진 말이 없다. 상대를 무시하고 화나게 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대화와 타협, 단결과 화합을 강조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갈등과 분열을 중단하고 낡은 정치를 청산하자고 주문했다. 새로운 정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자고 호소했다.그러면서 야당 정치인의 입에선 좀처럼 나오긴 힘든 말도 한다. 김대중과 박정희를 나란히 놓고 둘 다 ‘공칠과삼’으로 평가한다. 노무현은 물론이고, 이승만과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 대해서도 인정해야 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앞선 지도자들을
김학용 주필다들 이긴다던 새누리당의 박성효 후보가 패하고 새정치연합(새정연)의 권선택 후보가 대전시장에 당선되었다. 어렵다던 인천과 경기도에서도 새누리당 후보가 ‘여당의 무덤’에서 살아왔으나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로 달려온 박 후보는 오히려 살아나지 못했다. 그의 패인은 무엇일까?새누리 자만에 빠져 선진당 출신들 홀대우선은 새누리당(대전시당)의 자만이 부른 결과다. 일부 구청장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은 마치 나무막대를 꽂아놓고 당선시키겠다는 태도였다. 다들 ‘저러면 안 되는데..’ 했다. 선진당 출신에 대한 홀대도 오만에서 나왔
김학용 주필과거 5번의 시도지사 선거를 보면 ‘지방선거는 여당의 무덤’이란 말이 역시 맞다. 선관위 홈피에서 지방선거 결과를 살펴봤다. 줄곧 한쪽만 찍어, 통계적 의미가 떨어지는 영호남과 제주도를 제외한 7개 시도(대전 충남 충북 서울 인천 경기 강원)의 시도지사 선거에서 20년 간 당선자 35명 가운데 25명은 야당이었다. 지방선거는 역시 ‘여당의 무덤’이다그나마 ‘여권 당선자’ 10명 가운데 6명은 특수한 상황에서 나왔다. DJP 연합정권 출범 초기 치러진 지방선거는 여당이 아니라 IMF 사태를 초래한 야당(YS정권)을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