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윤기(李潤基,1947.5.3~2010.8.27)이다. 그의 산문집, 『위대한 침묵』은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후 나온 유고집이다. 이 책은 170여 페이지, 읽기엔 적은 분량이지만, 흐린 날 찻집에서 차 한 잔 시켜놓고 치열하게 살았던 한 사람 의 이야기를 몇 시간 동안 듣는 것 같았다. 그는 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자기는 3등 칸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다고 했다. 고등학교도 야간으로 3개월가량 다니다가 도중에 그만뒀다. 대학은 신학대학에 잠시 적을 둔적은
제대로 임금 노릇하는 건 힘들다. 어천만사가 걱정거리다. 비가 너무 많이 와도 너무 안 와도 근심이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물가가 너무 오를까 대형 사고라도 터질까 늘 노심초사다. 그러나 군주와 대통령에겐 남들이 갖지 못하는 즐거움이 있다. 『논어』에 공자(孔子)가 노나라 정공(定公)에게 말한 그 즐거움이다. “사람들의 말에 ‘내가 임금이 되어 다른 즐거움은 없고, 다만 내가 말을 하면 아무도 어기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내 말을 어기는 사람이 없는 즐거움박근혜 대통령도 누구보다 ‘1인자의 즐거움’을 누려왔다. 그의 주변에는
약에는 병을 치료하는 작용(作用)의 성질이 있는가 하면 독이 되는 부작용(副作用)의 성질도 있다. 술 역시 적당히 마시면 작용(作用)으로서 건강과 인생, 그리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약이 되지만 지나치면 부작용으로 독이 되는 것이다. ▴ 옛 사람들은 술의 작용 즉 인간 사회에서 술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史記에 보면, 郊天禮廟 非酒不享(교천예묘 비주불향) 즉 ‘하늘에 제사 지내고 사당에 제례를 지낼 때는 술이 아니면 흠향하지 않는다.’라 하였다. 이처럼 옛 사람들은 술을 신령한 음식으로 여겼다. 그래서 천제나 조상 제례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하지 않았던가? 혁신이 먼저인 것처럼 서두르는 것은 교육에 있어서 만큼은 사양하고 싶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세월호의 아픔과 함께 우리 곁에 몰아닥친 교육정책 중의 하나가 혁신학교다. 학부형들의 호기심을 불러오면서 아직 여물지도 않은 혁신학교를 잘 익은 열매처럼 포장하여 교육감후보들이 앞다투어 가며 최대 공약으로 내세웠고 유권자들은 이를 받아들인 것을 기억한다. 혁신학교(革新學校)는, 2006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것처럼 경기, 서울, 광주의 진보교육감들이 전인교육을 내세우며 시작한 자율학교다. 혁
성이 ‘대 씨’고 이름이 ‘덕구’인 사람이 있다. 지난 6월 4일 ‘청장’을 맛있게 한다는 식당 한곳에 들렀다. 대 씨는 그 집에서 먹을까 말까 하다가 그냥 나와 다른 식당의 ‘청장’을 주문했다. 대 씨는 이제 며칠 뒤엔 ‘선량탕’이란 요리를 먹어보러 그 식당에 다시 가 볼 참이다. 그런데 그 식당은 한 달 전 내놨던 그 ‘청장’을 이름만 ‘선량탕’으로 바꿔 내놓기로 했다. 음식의 내용물은 100% 똑 같다. 시간이 지나서 더 숙성된 것도 아니다. 같은 음식을 그릇만 바꿔 내놓기로 한 새정치연합대씨는 과연 이번에는, 퇴짜 놨던 그
김학용 주필새로 구성된 충남도의회의 감투 10개를 모두 새누리당이 독식했다. 의장과 부의장 2자리를 다 차지하고 상임위 5개와 운영위, 예결위원장까지 새누리당이 먹었다. 처음에는 새정치연합 몫으로 상임위원장 한 자리는 남겨두었으나 새정치가 안 받으니까 거둬들여 감투를 100% 독차지했다.도의회 감투 10 자리 모두 새누리가 차지새누리당은 부의장 1석과 상임위원장 1석 정도는 새정치에 양보했어야 한다. 대전시의회는 22석 가운데 새정치가 16석인 데도 부의장 한 자리와 상임위원장 한 자리를 소수당인 새누리에 줬다. 도의회도 지난
김학용 주필지난 6.4 선거는 사실은 ‘지방선거’가 아니었다. 현직 대통령을 평가하고, 여당과 야당에 대해 점수를 매기는 ‘중앙선거’였다. 세월호 영향과 대통령 지지율의 등락에 따라 후보들이 울고 웃는 가운데 선거가 끝났다. 단체장이 독선과 부패에 빠지는 이유이런 식의 선거에선 후보의 능력이나 도덕성은 중요하지 않다. 국회의원 등 공천권을 쥔 사람에게 잘 보이면 묻지도 않고 공천한다. 이렇게 해서 자치단체장이 된 사람일수록 성실하게 일할 가능성은 낮다. 운만 좋으면 실적에 관계없이 4년 뒤에도 당선될 수 있을 텐데 열심히 할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이 지방선거 승리에 취해 오만을 부리고 있다. 벌써부터 전리품 챙기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오만을 부리면 탐욕에 빠지기 쉽다. 출범하지도 않은 제2기 세종시정과 세종시의회가 벌써부터 걱정스런 이유다.새정연은 최근 시의원 당선인 모임을 갖고 의장을 비롯해 제1부의장, 상임위원장 3석을 배분했다. 새누리당과 무소속에는 제2부의장과 상임위원장 1석을 남겼다. 그리고는 인선 결과를 언론에 알렸다. 양당 원내대표가 만나 의견을 조율하기 전이었다.아무리 정치 수준이 낮더라도 이건 아니다. 언론을 통해 야당에 일방
김학용 주필올라가면 내려오긴 힘든 산이 있다. 꽤 높은 벼슬을 한 사람들이 오르는 ‘인생의 산’이다. 어떤 시인은 올라갈 때 못 본 꽃을 내려올 때 보았다고 노래했지만, 내려올 때라도 진정 그 꽃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내려오기 힘든 고관의 ‘인생의 산’얼마 전 염홍철 시장은 이 시를 빌려 “물러날 때가 되니까 과거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내려놓으니 모든 것이 제대로 보인다”고 했다. 그런데 퇴임 후에 쓸 사무실을 시청사 코앞에 얻은 걸 보면 그가 정말 내려놓은 게 맞는지 궁금하다. 그는 대전시청 바로 앞에 개
김학용 주필나는 권선택 대전시장 당선자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몇 가지 된다. 나처럼 생각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최고 스펙의 엘리트 관료가 대전시장으로첫째, 권 당선자는 대전이 배출한 가장 유능한 정통 관료 중 한 사람이다. 대전시에서 기획실장 행정부시장 정무부시장을 지냈고, 안전행정부 등 중앙부처에서도 요직을 거쳤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인사비서관까지 지냈다. 행정고시 수석까지 한 수재다. 그는 경험과 이론 모두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펙을 가졌다.그는 시장이 되겠다고 맘을
김학용 주필안희정 지사의 입에서 나오는 말 중에는 모진 말이 없다. 상대를 무시하고 화나게 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대화와 타협, 단결과 화합을 강조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갈등과 분열을 중단하고 낡은 정치를 청산하자고 주문했다. 새로운 정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자고 호소했다.그러면서 야당 정치인의 입에선 좀처럼 나오긴 힘든 말도 한다. 김대중과 박정희를 나란히 놓고 둘 다 ‘공칠과삼’으로 평가한다. 노무현은 물론이고, 이승만과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 대해서도 인정해야 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앞선 지도자들을
일제 식민지배가 하나님의 뜻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JTBC 화면 캡쳐)“이럴 줄 알았으면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할 걸 그랬네….” 아직 이런 얘기를 들어보진 못했지만, 누군가는 속으로 이런 말을 곱씹고 있을지 모르겠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에 이어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그렇게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 건설을 극렬하게 반대해 온 인물들을 발탁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기자는 청와대 수석과 박근혜 정부 1기 내각이 윤곽을 드러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