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전 쯤 지방선거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캐릭터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후보들의 공약보다는 심성과 가치관을 알아보는 인터뷰였다. 후보의 정책보다 그의 본바탕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대전 충남 지역 현역과 예비역 정치인 100여 명은 만난 것 같다.인터뷰가 끝난 뒤 정치인에 대한 오해를 발견했다. 정치인들은 모두 말을 잘하고 외향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됐다. 정치는 말이 수단인 데도 언변이 부족해서 애를 먹는 사람들도 있었고 내성적 성격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도 있었다. 재산이 많은 사람도 있었고
우리나라 정치는 지역패권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영남을 대표하는 정당이 늘 있었고, 호남을 대표하는 정당이 항상 있었다. 당을 대표하는 사람과 당명이 바뀌곤 했으나 ‘영남당’과 ‘호남당’은 존재해왔다. 현재는 새누리당이 영남당, 새정치연합이 호남당이다. 정치적 패권 누려온 영남우두머리를 차지한 사람 또는 집단의 힘이 패권이고, 그 권력을 계속 확대, 유지하려는 술책이 패권주의다. 우리나라에선 영남 출신 권력자들과 영남당이 정치적 패권을 누려왔다. 지금도 대통령이 영남 출신이고 영남당이 제1당이다.근래 『아주 낯선 상
얼마 전 대전시청을 방문했던 한 지인이 전화를 걸어와 불평을 쏟아냈다. 요지는 이랬다. 시청에 볼 일이 있어 한 부서를 방문했는데 사무실이 텅 비어 있었다. 40~50명 정도 근무하는 듯한데 2명만 남아 있었다. 그 중 한 명에게 시청에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11시30분이면 점심식사 하러 나간다’고 했다. 그러나 지인이 확인해 보니 11시20분이 좀 넘은 시각이었다.민원인이 목격한 대전시 ‘점심시간 2시간제’지인은 한 시의원으로부터 “대전시는 엘리베이터 혼잡을 피하기 위해 30분 정도 일찍 사무실을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옛 대전 서구청 건물에 장애인 야간학교가 있다. 제때 교육을 받지 못해 한글조차 배우지 못한 장애인들이 다니는 학교다. 문맹의 ‘비장애인 어른 학생’도 일부 있다. 이들에겐 뒤늦게라도 배울 수 있는 학교가 있어서 다행이다. 다른 데선 배울 수가 없는 공부다. 그러나 이 학교는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건물주인 대전시교육청이 올해 말까지 나가달라고 요구해 놓고 있다. 한글을 몰라 나이 50이 넘도록 까막눈으로 살다가 뒤늦게 ‘광명’을 찾고 있는 늦깎이 학생들 48명은 걱정이 태산이다.장애인 야학에서 모 그룹 회장에게
신탄진~서대전~계룡시를 잇는 충청권 광역철도 사업이 정부 승인을 받았다. 대전시로선 저렴한 예산으로 도시철도 노선 하나를 더 확보한 셈이다. 도시철도로 건설하면 시비(市費)만 7000억 원 정도 들어갈 사업을 1000억 원에 하는 것이다. 대전시로선 큰 성과다. 법령을 어기면서 승인해준 대구 광역철도누구의 공(功)일까? 나는 대구의 공이 아닌가 한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정부는 대구 광역철도 예산을 12억에서 168억 원으로 늘렸다. 법령상 대구권에 포함돼 있지 않은 구미까지 대구권 광역철도에 포함시켜 사업을 승인했다. 법령이 아직
YS(김영삼)는 ‘IMF 죄인’이 된 이후 자신의 공적까지 잃어야 했다. 그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전직 대통령이었다. 그런 처지에도 ‘정적’ DJ(김대중)를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국민들 눈엔 나라 경제를 망치고도 후임자한테 불만만 쏟아내는 한심한 전직 대통령이었다. 그런 YS가 죽어서야 살아나고 있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은 그가 이룬 공적을 옛 기억에서 꺼내 상기하고 있다. 특히 민주화에 대한 그의 공은 누구도 따라가기 어렵다는 점에 공감한다. 우리는 민주국가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그렇지 않다.국가에는 크게
과거사에 대한 독일의 태도는 일본과는 대비된다. 독일의 철저한 반성은 때론 지나칠 정도로까지 비쳐진다. 독일 사람들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과거 독일군이 미군에게 당하는 장면이 나오면 만세를 부를 정도라고 한다. 올봄 지역대에 특강을 왔던 한 독문과 교수에게 들은 얘기다. 독일 국민, 독일군이 미군에 당할 때 만세 하는 이유아무리 과거사라고 해도 자기 나라 군대가 적군에게 패하는 장면에 박수까지 치는가? 특강이 끝난 뒤 독일 국민이 그 정도까지 된 이유를 물어봤다. 그 교수는 ‘교육’이라고 보았다. 독일은 어릴 때부터 나치 독일의 잘못
새누리당 대전시당위원장인 정용기 의원이 염홍철 전 시장을 찾아가 머리를 숙였다. 정 의원은 염 전 시장을 위해 위즈덤 클럽이란 당내기구를 특별히 만들어 의장직을 제안했고 염 전 시장은 수용했다. 작년 지방선거 때 자당의 염 시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피해를 본 것으로 여기고 있는 새누리당으로선 내년 선거를 앞두고 조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방목 상태’ 염홍철 새누리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여당직 맡기기는 문서상으론 새누리 소속이지만 ‘방목 상태’에 있던 염 전 시장을 일단 새누리 목장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여 가두는 효과가 있다.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선언함으로써 ‘좌편향 국사’를 바로잡는 게 박근혜 정권의 소임이 됐다. 현 정부는 현행 교과서가 좌편향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보고 있다. 8종 가운데 7종이 이승만과 박정희로 이어지는 보수 세력에 대해선 야박하게 평가하고, 이들의 상대편에 대해선 후하게 기술하고 있다고 본다.지난주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4종을 빌려 읽어봤다. 그 중 하나는 전국 2300여개 학교 중 3곳만 쓰고 있다는 ‘우편향’ 교학사 교과서다. 논란이 많은 근현대사 부분만 살펴봤다. 70~80년대 국사책에 비하면 근현대사 분량이 크게 늘었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20년이다. 10월 29일은 지방자치의 날이었다. 세종시에선 지방자치박람회가 열렸고, 시민단체도 관련 세미나를 열었다. 지방자치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법을 바꾸고 지방분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필자도 그동안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사를 꽤 써왔다. 중앙이 모두 장악하고 있는 권력을 지방으로 이전해야 지방자치가 제대로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분권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지방분권 이뤄도 지방자치 잘 된다는 보장 없는 이유지방분권에는 조건이 필요하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의 지인에게 들었던 70년대 일화다. 한 강사가 서울대 전자공학과 학생들에게 수학문제를 냈는데 3분의 2가 만점이었다. 강사는 문제가 누출된 것으로 보고 시험을 다시 봤지만 그래도 만점자가 절반이었다고 한다. ‘신동아’(2004년3월호)에도 나오는 내용인데 문제 누출이 아니라 변별력 때문에 재시험을 봤다는 게 다르다.과거 서울대 자연계 수석은 주로 전자공학과나 물리학과에서 나왔다. 그 전엔 화공과 인기가 더 높기도 했다. 공부깨나 한다는 이과계열 고교생들의 꿈은 의사보다는 과학자였다. 어쩌면 그들이 지금의 ‘I
주역(周易)은 동양 최고의 고전 가운데 하나다. 복희씨와 문왕이 짓고 공자가 해설을 달았다고 한다. 최소 2500년을 거치면서 기라성 같은 천재들의 도전과 시비에도 건재해온 책이다. 성인(聖人)들이 미완의 이론으로 남겼든, 비결(秘訣)로써 후대 문인들의 숙제로 남겼든 그래도 연구할 부분은 많다.경전의 문자와 구절 하나의 해석에 매달리는 공부가 많지만 이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연구에까지 도전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들은 2500년 된 고전에 ‘도전하는’ 학자들이다. 우리 주변에도 있다.60년 공부해서 책 한 권 남긴 충남대 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