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큰 수술을 앞두고 있다. 수술 방법을 결정한 집도의가 유명한 외국 의사를 만나고 와서 “수술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하면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그 의사에게 수술을 맡길 수 있겠는가? 권선택 시장은 뒤늦게 트램 견학을 다녀와서 “유럽의 도시 3곳을 둘러본 결과 트램을 대전에 성공적으로 도입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유럽으로 떠나기 전에는 자신감이 없었다는 말 아닌가? 말꼬리를 잡는 게 아니다. 트램을 제대로 결정했다면 그런 말이 나올 수 없다.도시철도 2호선 문제는 대전시 미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속담을 생각하면 자꾸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들이 연상된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돈을 벌 때는 천한 일이라도 하면서 벌고 쓸 때는 떳떳하고 보람 있게 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풀이돼 있다. 돈에 관한 말이지 정승 얘기는 아니다. 그럼 정승이란 말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한 것일까? 속담을 뜯어보니 그럴 만한 이유는 있다. 이 속담의 주제인 돈을 권력이나 지위로 치환해도 뜻이 통한다. ‘상가집 개처럼 (비루하게 권력을) 얻었어도 (훌륭한) 정승처럼 잘 써야 한다’는 말로 바꿔도 말이
‘개발 독재’였다는 점을 들어 리콴유를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 해도 한 지도자가 한 시대와 그 사회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줄 있는지 보여주는 인물임은 분명하다. 그가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싱가포르는 없을지도 모른다. 헨리 키신저는 그를 이렇게 평했다. “리콴유는, ‘시대가 인물을 만드느냐 아니면 인물이 시대를 만드느냐’하는 오래된 논쟁에서는 후자의 경우에 해당된다.” 리콴유가 이 정도까지 칭송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리콴유의 남다른 노력 ‘인재 찾기’자서전은 그 내용을 다 믿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고 싶어
범죄 사실이 들통나도 사실대로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뇌물을 받아먹고 불려가는 공직자는 혐의가 사실이어도 차마 사실대로 말하기 힘들다. 검찰이 명백한 물증을 가지고 불러들이는 것을 알면서도 기자들 앞에서는 잡아뗀다. 이런 경우 피의자의 거짓말은 큰 문제가 안 된다. 그가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피의자도 자기의 거짓말이 씨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뇌물보다 더 나쁜 ‘전문직 공무원의 거짓말’그러나 공무원이 거짓말을 해선 절대 안 되는 게 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를 시민들에게 속이는 행위다
다음은 안희정 지사가 3월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안희정 (아침 단상)수많은 비판, 충고, 훈계, 지적들을 접하면서 스스로에게 늘 하는 말입니다1. 미움과 분노의 감정에 머무르지 말자미움과 불신, 분노로 가득차있다면 그 감정을 중립지대로 끌어내려 놓아야 한다. 편견과 선입견은 미움과 불신으로부터 오기 때문이다. 편견과 선입견으로는 문제의 본질에 들어갈 수 없다.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는 좋은 투수도, 좋은 복서도 될 수 없는 것과 같다.세월과 지식은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에 오히려 방해가 되곤 한다. 미움과 분노를 절제
대전시가 추진하고 있는 호수공원 조성사업에는 5000여억 원이 들어간다. 아무리 따져 봐도 700억 원 정도- 1000억 원 이상으로 보는 의견도 있음- 모자란다는 게 대전시의 계산이다. 700억 원의 조달 방안을 찾지 못하면 사업이 어렵다. 호수공원은 불요불급한 사업이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대줄 리 없고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돈도 아니다. 지금으로선 700억 원이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으면 힘든 사업이다. 그런데 대전시가 그 막대한 돈을 손쉽게 조달하는 기막힌 꾀를 냈다. 시가 23일 발표한 ‘시(市)의 재정투입 없이.. 명품공원
이완구 총리가 처음부터 ‘악역 총리’로 나서는 것 같다. 신상필벌이 취임일성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공직개혁의 시작은 공직기강의 확립이라고 생각하며 신상필벌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했다. 신상필벌이 강조될 때는 ‘필벌’에 방점이 가 있는 법이다. “조직 기강 위해 신상필벌 해임건의권 행사”첫 국무회의에서는 공직기강에 대한 의지를 더욱 분명히 했다. 이 총리는 “앞으로 총리실에서는 장차관과 청장 등 기관장의 노력과 성과를 상시 점검하고 연 2회 종합평가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기강이 해이하고 성과가 부진한 기관의 장차관, 청장
공무원들이 기업이나 민원인을 괴롭히는 경우가 꽤 있다. 개인보다는 주로 기업이 그 대상이다. 개인에겐 트집을 잡기 어렵고, 잡는다고 해도 자칫 기관이 개인을 괴롭히는 것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따라서 기업체가 공무원의 ‘밥’이 되지만 큰 기업보다는 작은 업체가 희생물이 된다.최근 대전의 동네 신협 한 곳이 대전지방고용노동청 공무원들에게 걸려든 것 같다. 이 신협은 직원이 10여 명인 작은 동네 금융기관이다. 노동청은 요즘 이 신협이 해직 간부 직원 한 명의 임금 수백만 원을 늦게 지급한 것을 문제삼고 있다.신협은 작년 9월 20일까지
호남선 KTX의 서대전역 경유는 전적으로 정치적인 문제다. 코레일이 경제성을 따져 선택한 게 아니며, 국토교통부가 합리적인 정책 판단에 따라 내린 결정도 아니다. 정부가 호남 정치권의 과도한 요구에 굴복하여 선택한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정치적인 결정이다. 호남선 KTX 서대전역 경유는 정치적인 사안대전 정치인들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지역 국회의원들과 대전시장의 책임이 무겁다. 사안의 중대성으로 보면 국회의원들은 금배지를 반납하고 권선택 시장은 시장직을 내놔야 할 문제다. 호남선의 서대전역은 경부선의 대전역과 더불어 100
윤장현 광주광역시장님을 비롯한 호남의 지도자분들께 호남고속철도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은 광주와 호남에 대해 가슴 한 구석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남다른 고통을 겪으면서 소외된 처지가 있었고, 이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손해를 본 때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지금도 그런 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긴 어렵습니다.부인하기 어려운 호남의 소외감호남의 소외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지금 KTX 서대전역 경유 문제에 대해 보이고 있는 호남 정치권의 반응에 대전시민들은 놀라움을
53세 주부 이경희 씨(대전시 판암동)는 세종이 누군지 이순신이 누군지 몰랐다. 불과 몇 년 전까지 그랬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다 아는 위인조차 그는 알 수 없었다. 초등학교도 가 본 적이 없는 탓이다. 이씨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그렇게 살았다.나는 이 씨 같은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가끔 한글을 모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볼 때마다 버스 타는 데 불편이 있겠구나 하는 정도로만 여겼다. 답답함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선 더 생각해보지 않았다. 한글조차 배우지 못한 것 빼고는 멀쩡한 시민이 대한민국에 살면서 세
충남도청에는 노조가 2개다. 훨씬 많은 직원들이 가입해 있는 ‘충남도 공무원노조’가 최근 단행된 도인사에 대해 혹평하는 성명서를 냈다. “충남도 인사는 전례없는 신적폐”라는 제목을 달아 성토했다. 아무리 잘해도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게 인사다. 어떤 인사든 서운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해 당사자들이 내놓는 인사평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충남도 노조가 성명을 내는 진짜 이유그럼에도 이번 성명서는 좀 센 듯했다. 노조에 사정을 알아보니 인사보다는 ‘도지사와의 불통’이 문제였다. 성명서는 도지사와 대화를 요구하는 수단이었다. 노조
작년 여름 지역의 한 모임에서 한 원로 인사는 “박 대통령은 응원을 받으면 정말 잘하는 사람이지만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면 더욱 독선에 빠질 사람”이라고 했다. 세월호 사고 후 지지율이 한창 떨어질 때이니 더 독선적으로 갈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렇게 보는 근거를 질문했더니 박 대통령의 어린 시절 불안했던 가정사를 들었다.“인정받지 못하면 더 독선에 빠지는 대통령”요즘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 원로의 말이 자꾸 떠오른다. 예측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른바 정윤회 사건이 터지면서 대통령 지지율은 30%대까지
어떤 승진 탈락자 얘기를 하고 싶다. 주인공 B는 지금 대전시 소속 공무원이다. 15년차 6급(주사)이다. 이름을 밝히지는 않겠으나 시청 공무원들이 이 기사를 읽는다면 짐작할 수도 있다. 그가 기사로 써달라고 부탁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으니 다루지는 말 것을 당부했다. 기사로 쓰면 안된다는 부탁.. 그러나그의 부탁을 어기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유는 있다. B는 우리나라 공무원 조직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갉아먹는 커다란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다. 앞서 가게 만들어야 할 인재를 오히려 주저앉히는 대한민국 공직
지난해 11월 ‘부산은행의 대전 무시 사건’이 있었다. 부산은행이 대전지점을 열면서 대전시장을 초청했으나 시장이 오지 않자, 대전시에 내놓겠다던 기부금 약속을 철회한 사건이었다. 지방은행이 다른 지방에 진출하면서 보이는 태도 치고는 보기 힘든 일이다. 나는 대전이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부산은행의 ‘대전 무시’와 전북은행의 활개 전북은행은 대전시청 코앞에 지점을 두고 있다. 전북은행의 대전 진출은 오래 됐다. 지금은 대전에만 8개의 지점을 두고 있다. 타지 은행이 시청 코앞에서 문을 열고 장사하는 것도 대전이니까 가능한 일일
누군가 나서서 세계에서 제일 높은 200층 건물을 대전에 짓겠다고 하면 기분은 좋을 것이다. 초고층은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고 지역 경제력을 상징할 수 있다. 그러나 대전은 그런 건물을 지을 만한 조건을 갖춘 도시가 아니다. 200층을 지을 만한 자본과 기술이 있어야 하며 그 건물을 이용할 만한 고객이 있어야 한다. 대천루-하나로(마을철도)-트램의 공통점2005년 말, 당시 권선택 의원은 대전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200층 사업인 ‘대천루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100% 불가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실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황
권선택 시장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개인문제가 시정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며 “더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개혁과 조직개편도 강조했다. 맞는 말이지만 ‘열심히 하는 방법’은 달라야 한다. 개혁도 개편도 필요하겠으나 권 시장은 시기를 좀 늦추는 게 좋다. 권 시장, 개혁 개편 시기 좀 늦춰야재판을 앞둔 자치단체장이 펼치는 행정은 그렇지 않는 단체장과 다를 수밖에 없다. 의연하게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아무 일도 없는 ‘정상 상태의 시장’과 같을 수는 없다. 대규모로 인사를 하고 큼직한 계획을 새로 짜는 등의 혁신적 변화
대통령이나 시도지사처럼 큰 조직을 책임진 장(長)의 입장에서 보면 공직자는 두 부류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 보통 ‘측근’이라고 하면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칭한다. 다만 물리적 거리든 심정적 거리든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사람은 한계가 있다. 측근은 소수일 수밖에 없다.‘측근’과 ‘측근이 아닌 사람’ 두 부류모든 공직에는 그에 걸맞는 자격 요건이 있지만 측근이 되는 데는 별도의 자격이 필요없다. ‘주인’의 맘에 들기만 하면 된다. 지위도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출신도 따지지 않는다. 대개는 충성심이 가장 중
권선택 시장은 도시철도 2호선을 노면트램 방식으로 결정했다. 대덕구에는 트램 방식으로 지선(支線)을 놓겠다고도 했다. 현실화된다면 대중교통 이용을 강력하게 권장하는 교통정책의 대변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트램 염두에 뒀다면 설명 홍보 했어야 트램은 무엇보다 기존 간선도로의 2~3차선을 내주는 방식으로 건설되기 때문에 승용차 이용자들에겐 크게 불편을 주는 교통수단이다. 이젠 승용차 대신 도시철도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강요하는 방식이다.트램이 1호선 같은 ‘지하철’이나 지상 3~4m 위를 달리는 ‘고가(高架)’와는 결정적
권선택 시장이 결국 자신의 운명을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검찰이 기소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불법선거 재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권 캠프의 회계책임자에 대해 재청구된 구속영장은 기각됐으나, 이 사건으로 5명이 구속되고 2명이 도주한 상태라는 점은 엄연한 현실이다. 권 시장의 신분 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권 시장의 위기 부른 것은 ‘사람 문제’권 시장이 이렇게까지 된 근본 원인을 따지면 ‘사람 문제’다. 권 시장에겐 사람이 없었고, 그 자신도 사람을 그리 갈구하지 않았다. 권 시장 주변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