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 영정. 그가 죽은 뒤 그의 제국은 채 3년을 넘기지 못하고 허망하게 멸망하고 만다. 그 과정은 살육의 끝에 맺힌 업보처럼 비참했다. 시황제의 장례가 끝난 뒤 호해는 태자의 신분으로 황제의 자리를 계승하여 2세 황제가 됐다. 그리고 그는 많은 신하와 공자들을 조고에게 맡겨 죄를 조사토록 했다. 조금이라도 자신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데 거부감을 표시한 이들은 모조리 처형하도록 했다.이렇게 하여 대신 몽의 등 숱한 충신들이 조고의 손에 살육 당했다. 또 시황제의 피를 이은 공자 12명은 함양의 시장 바닥에서, 공주 10명은 두현에
“태자전하. 이대로 자리를 떠시면 능 안에 들어간 자들이 모두 밖으로 나오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될 경우 시황제 폐하의 능묘에 대한 비밀이 유지되지 않사옵나이다. 소신의 생각으로는 지금 황릉 문을 닫아걸고 복토를 함이 옳을 줄 아뢰옵나이다.”태자가 눈을 들어 상황을 살폈다. 숱한 사람들이 능 안에 들어있는 상태라 조고의 말처럼 그들이 밖으로 나온다면 황릉에 대한 비밀이 새어나갈 것은 뻔 한 이치였다. 그렇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황릉 속에서 죽어가도록 명을 내리는 것은 거북스러운 일이었다. 더구나 2세 황제 즉위를 앞두고 그같이 부담스런
□시황제 여산릉에 묻히다.이사는 함양궁으로 돌아오는 시황제의 행렬이 생선 썩는 냄새로 얼룩진 것도 자신과 같은 간신들이 함께하고 있음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죽음만큼이나 큰 괴로움이었다. 하지만 현실을 어찌하랴. 살기 위해서는 호해를 2세 황제에 옹립해야하며 그의 비위를 맞추어야 했다. 썩은 생선과 같은 형상으로 살아가야 할 자신의 앞날이 너무나 암담했다. 이사는 복받쳐 오르는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함양궁에 도착한 조고와 이사 그리고 호해는 며칠이 지난 뒤 시황제가 붕어했음을 만천하에 알리고 그의 장례를 준비토록 했다. 시황제
“아바마마께옵서 저에게 이를 수가 있단 말이오?”부소는 뒤따라 들어온 몽염 장군을 보며 울부짖었다.“공자님. 사자가 가져온 조서를 보고 자결을 하시는 것은 이르옵니다. 황제폐하께서 외유 중에 계시며 아직 태자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폐하께서 저를 보내시어 30만의 병력으로 변방을 지키라 명하시고 또 공자님께는 군을 감독하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기셨습니다. 지금 사자가 편지를 들고 와서 자결하라 하나 어떻게 진위를 알 수 있겠습니까. 다시 물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음을 확실히 한 뒤 죽어도 늦지 않습니다. 공자님.”몽념이 울면서 부
한편 이런 사실을 알 리 없는 북방 하투지역은 심심하리만큼 조용했다. 몽염과 부소는 만리장성을 완성하고 북방에 대한 경계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일일이 여삼추였다. 따분한 나날만이 그들을 못살게 굴었다. 무슨 재미있는 일도 없고 그렇다고 급작스럽게 군사를 움직일 일도 발생치 않았다. 매일같이 아무도 없는 북방을 향해 진격나팔을 불어댄다는 것도 못할 일이었다.그날도 부소와 몽염은 장성을 둘러보며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들을 격려하고 전망대에 올라 주변을 관망하고 있었다.그때 멀리 함양쪽에서 먼지를 날리며 한 무리의 군사들이
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였다. 승상 이사와 낭중령 조고 그리고 공자 호해가 한자리에 모였다.“이제 호해 공자님의 태자 책봉을 만천하에 알려야 하질 않겠나이까?”조고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래도 함양궁에 돌아가서 알리는 것이 낫지 않겠소?”이사는 호해의 심중을 살피며 말했다. 그가 2세 황제에 옹립될 인물이었기에 함부로 말을 할 수도 없었다.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 호해는 우두커니 앉아 두 사람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그럼 때가 늦사옵니다. 소신의 생각으로는 지금쯤 그 사실을 문무백관들에게 알리고 변방에 나가있는 부소 공자에 대해서
조고는 마른 침을 삼킨 다음 주변을 살피며 입을 열었다.“호해 공자를 태자로 책봉하고 시황제의 장례가 끝난 뒤에 그를 2세 황제로 옹립하는 것이옵니다.”“그것은 말도 안 되오. 어떻게 장자를 뒤로하고 순위에도 없는 차자를 태자로 책봉한단 말이오.” 이사가 즉시 받아쳤다.“안될 일도 없사옵니다. 승상께서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될 일이지요.”조고가 눈을 똑바로 뜨고 이사를 주시하며 말했다.“나는 그렇게는 할 수 없소. 죽음이 두려워 불충을 저지른단 말이오. 역사에 새겨질 죄 값을 어떻게 책임지려고 그런 마음을 드시는 게요. 당치도
□역모조고는 다짐을 받고 큰절을 올린 다음 호해의 방을 나섰다. 조고는 그길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지필묵을 준비했다. 시황제가 써놓은 서신을 아무도 몰래 불사르고 같은 양식의 두루마리에 글을 써내려갔다.“짐은 그동안 천하를 통일하고 백일을 하루같이 바삐 살아왔노라. 하지만 날이 갈수록 기력이 쇠해지니 후사를 내정치 않을 수 없도다. 따라서 공자 호해를 태자로 책봉하니 군신들은 그를 받들어 봉양토록 하여라.”조고는 시황제의 시신이 안치된 내실로 가서 황제의 머리맡에 놓인 옥새를 아무도 몰래 찍었다. 다음으로 할 일은 승상 이사를 설
호해는 더욱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조고가 손으로 진정할 것을 이르며 심호흡을 하도록 유도했다. 그제야 숨이 조금은 가라앉았다.“그러하옵니다. 황제폐하의 유서는 조정의 정식 공문인 새서이기에 낭중령인 소신이 그것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옵니다. 따라서 행부새를 찍을 때까지 소신이 소지할 생각이옵니다.”호해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문제가 있사옵니다. 유서에 부소 공자가 함양궁으로 돌아와 시황제 폐하의 장례를 준비하라고 적혀 있사옵니다.”“그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는 말입니까? 당연히 형님께서 장자이시니 환궁하시어 장례를 준비
사실 호해는 시황제의 순행길에 동행한 뒤로 회포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 혹 시황제가 찾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늘 긴장상태를 유지했다. 게다가 마차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므로 이동 중에 회포를 푼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시황제 외에 누구도 여색을 가까이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숨어서 즐길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적발된다면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마차 속에서 요란스럽게 논다는 것도 문제였다. 그러다보니 늘 긴장 속에서 살았다. 그러던 차에 평대관에 거처를 정하자 호해는 그제야 회포를 풀 수 있을 것
□유서의 조작순간 조고의 심장이 터질듯이 맥동질 했다. 숨이 멎을 것처럼 가쁜 호흡을 내몰았다. 정신이 혼미했다. 정신을 가다듬었다. 변고가 크게 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서려다 숨을 길게 내쉬고 잠시 마음을 안정시켰다. 그리고 다시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았다.시황제의 머리맡에 놓인 편지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급히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장자 부소는 서둘러 함양궁으로 돌아와 짐의 장례를 주관하라.”다급하게 쓴 시황제의 필치였다. 마지막 부분에 서명도 남기지 못하고 붓을 던진 흔적이 여실했다. 마지막 힘을
하지만 시황제의 건강은 갈수록 악화되어 그해 7월에는 말을 몰아 그를 옮기는 것조차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말을 빨리 몰 때마다 시황제가 손을 들어 천천히 갈 것을 재촉했다. 몸이 흔들릴 때마다 골이 쏟아지는 것 같았으며 기침이 더욱 거세게 차올랐다. 흔들리는 마차에서 쏟아지는 기침을 참으며 고통을 이겨내는 것은 죽음만큼 이나 큰 고역이었다.시황제의 마차가 사구의 평대관으로 막 접어들 무렵이었다. 시황제는 스스로 죽음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눈이 여러 차례 가물거렸고 간간이 의식조차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흔들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