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육청‧해당 학교 “상황 심각성 인지, 생활지도 강화할 것”


“담배 태우는 형들 봤냐고요? 거의 매일 보죠. 골목길에서 주로 태우는데, 꽁초도 버리고 침까지 뱉어놔요. 그것 때문에 어른들이 스트레스 많이 받아요.”

14일 오후 1시 30분쯤 대전 중구 산성로에 있는 한 특성화고 정문. 자동차정비센터 방향 도로를 끼고 조금 걷자 성인 남자 2명이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이 보였다.

골목길에 들어서고 몇 걸음 안 돼 발에 이물질이 밟혔다. 담배꽁초였다. 1m 반경 이내에 10여 개의 담배꽁초가 있었다. 누군가 뱉어 놓은 침은 추위에 얼어 굳어 있었다. 기분이 묘했다.

담배꽁초가 버려진 바로 옆 벽에 걸린 팻말에 '금연구역'임을 알리고 있었지만, 버젓이 흡연이 자행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인근 고등학교가 내건 팻말에는 ‘흡연 적발 시 엄중히 처벌한다’고 적혀 있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담배꽁초와 침이 범벅이 돼 있었다.


또 다른 골목길도 상황은 비슷했다. 인근 주민들에게 이런 상황에 대해 물었더니 “문제가 심각하다”며 입을 모았다.

주민 A 씨는 “담배 태우지 말라고 훈계하면 무섭게 쳐다보기 때문에 이제는 그러려니 하지만 스트레스 받는 것은 정작 나 자신”이라며 “주민들이 해당 학교에 민원도 넣었던 것으로 들었다. 전보다 많이 줄었다지만 체감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B 군도 “집에 빠르게 가려면 골목길을 지나야 하는데 거의 매일 고등학생 형들 여럿이 담배 태우는 것을 본다”며 “전에는 무서워서 골목길을 막 뛰어갔는데 요즘은 한 번 쳐다보고 형들이 있으면 큰길로 돌아간다”고 말헀다.

이에 대해 대전시교육청과 해당 학교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양 기관이 학생생활지도를 강화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크게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것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대전교육청 학생생활교육과 관계자는 <디트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당 학교 교감을 만나 생활지도를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며 “안 그래도 15일에 관내 학교흡연예방사업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과보고회가 있는데, 그때 전체적으로 이 같은 실태에 대해 얘기해서 생활지도 부분이 강화될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 교장도 “이런 일이 오래전부터 있어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부분인데,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게 돼 죄송하다”며 “학교 차원에서 생활지도를 강화하고 또 내부에서 보기에는 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 이런 부분에 있어 좀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에 교내 흡연 실태조사 자료 등이 있는지 문의했으나 ‘없다’는 답변이 나왔다. 청소년 흡연이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이를 근절하기 위한 교육당국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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