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램을 도입하겠다고 나선 지역이 꽤 있다. 서울 양천구도 그 중 한 곳이다. 트램 도입의 타당성 판단을 위해 서울시가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이 지역 A 국회의원은 지난 총선 때 트램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 8월 대전시가 주관한 국회 트램 세미나에도 참석하는 등 트램 추진에 힘을 쏟아왔다. 그런데 최근 곤란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지역 부동산업계를 중심으로 ‘트램 결사반대 운동’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홈페이지에는 지난달부터 ‘트램은 안 된다’는 반대의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트램과 관련된 130여 건의 글 99%가 반대 입장이며, 결사반대하는 주민들도 많다. “트램 반대합니다. 지금보다 더 교통지옥 만들 뿐이에요.” “트램 절대 반대. 표로 심판할 겁니다. (트램이 아닌) 지하철 유치에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트램 도입하시는 공약이면 안 뽑습니다.” 교통혼잡을 초래하는 트램은 안되며 지하철이나 경전철로 하라는 게 대부분의 의견이다. A의원 측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주로 부동산업 관계자나 지역 주민들로, ‘정치적 반대’는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트램으로 인한 심각한 교통혼잡과 부동산 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반응으로 보인다.

A 의원 측은 아직 주민 전체의 의견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 전문가를 통한 설명회 등을 열어 주민들을 설득해본다는 방침이다. 일단 트램 공약에 대한 실천을 계속해 나가되 끝내 반대 의견이 많은 것으로 확인되면 주민들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의 편리성 도모가 목적이지 특정 교통수단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양천구 트램은 서울시 용역 결과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추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비용이 싸고 편리한 도시철도라는 인식 아래 우리나라 여러 지역에서 트램 도입이 유행처럼 번져 왔으나 트램의 현실성에 대한 진단은 부족한 실정이다. 트램은 그저 값싸고 편리한 교통수단으로만 홍보되면서 단점은 간과한 채 지역마다 너도 나도 트램 도입을 선언한 상태다. 양천구에서 벌어지는 주민들의 트램 반대운동은 트램이란 교통수단의 현실성을 확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전 트램의 미래’ 보여주는 부산의 중앙버스차로제

양천구 주민들의 반대운동은 예외적인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과거 전주시가 트램 도입을 추진할 때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전주시가 처음 트램을 하겠다고 할 때 시민들은 도시철도가 생긴다며 크게 환영했다. 그러나 사업이 구체화되면서 트램의 문제점을 알고, 결사반대하는 주민들이 속출했고 결국 전주시는 손을 들어야 했다. 지금 양천구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도로 위에 레일을 깔고 달리는 트램은 도로 한 가운데를 내주는 중앙버스전용차로제에 비해 교통혼잡 유발 효과가 심하면 심하지 덜하지 않다. 트램은 버스를 열차로 바꾼 중앙버스차로제라고 할 수 있다. 부산에선 지금 이 중앙버스차로제의 문제점이 심각하게 노출되고 있다. 최근 부산의 대표 일간지는 사설을 통해 “부산시가 잇따라 개통한 중앙버스전용차로제(BRT)가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며 “본보 취재팀이 차량으로 직접 체험한 이 구간은 '미로에 빠진 교통지옥' 바로 그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중앙버스차로제 문제는 대전시민들도 익히 알고 있다. 대덕구 오정동과 서구 도안동에서 시행중인 중앙버스차로제 때문에 이 지역 주민들은 러시아워마다 심각한 교통 불편을 겪고 있다. 대전의 2호선 트램은 이런 중앙버스차로제를 대전의 순환노선 40여 km에 대해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대전에서도 서울에서 벌어지는 트램 반대운동이 일어나는 건 시간 문제다. 그런데도 대전시는 아무 대책도 없이 트램을 밀어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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