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시점 ‘월권 논란’…박 의원 직접해명 “책임정치 필요”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최다선 국회의원인 박병석 의원(5선)이 17일 저녁 소속 시의원들을 불러 저녁만찬을 갖는 것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권선택 전 대전시장의 시장직 상실 직후인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만찬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우선, 박 의원이 소속 시의원들에게 던질 메시지가 무엇이냐 보다 시의원들을 소집한 배경이 무엇이냐에 관심이 더 집중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시장 궐위에 따른 시의원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자리가 되겠지만, 이면엔 자신이 지역 맹주임을 보여주려는 ‘힘의 과시’가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궐위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지역 기초의원들까지 소집해 18일 오찬 회동에 나서기로 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박범계 시당위원장과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란 시각도 존재한다. 박범계 시당위원장이 지난 13일 소속 시의원들을 모두 불러 대전시와 당정협의를 벌인지 나흘 만에 박 의원이 별도모임을 소집한 점에서 미묘한 마찰음이 감지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구의원들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라’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지만, 박 의원이 상례에 맞지 않는 소집령을 내렸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는 분위기다. 박 의원이 지역 최다선 의원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 것은 맞지만, 지역구 시·구의원을 넘어 광역권 전체 시·구의원을 소집할 권한이 있느냐는 문제제기가 뒤따를 수 있다. 

익명의 한 시의원은 “박범계 시당위원장이 소속 시·구의원들을 소집하도록 하고, 박병석 의원은 배석형태로 참여해 할 말을 하는 모양새를 갖췄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할 말이 있다면 얼마든지 모양새를 갖춰 할 수 있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월권 논란’으로 번질 개연성이 높다. 

일부 호사가들은 “박병석 의원이 차기 시장선거에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고 전망하고 있다. ‘시·구의원 줄 세우기’가 출마를 위한 포석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박 의원이 평소 확고하게 출마가능성을 부인해 왔다는 점에서, 출마설은 억측에 가까운 가설 수준으로 읽힌다. 

다만, 박 의원이 차기 대전시장 선거에 어떤 식으로든 입김을 발휘하려 할 것이란 예측은 가능하다. 이미 이상민 의원이 출마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힌 바 있고, 박범계 의원 또한 권 전 시장을 의식해 “(출마가능성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도의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을 뿐, 공식적으로 불출마 의사를 밝힌 바 없기 때문이다. 박병석 의원이 캐스팅보트를 쥘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권선택 전 대전시장 낙마로 시정의 무게중심이 시의회로 급격하게 기울어졌다는 점도 주의 깊게 살펴 볼 대목이다. 시의원들을 줄 세운다는 것은 곧 대전 시정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박병석 의원은 이날 저녁 시의원 회동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난무하자, 시의회 기자실을 찾아 직접 해명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박 의원은 “시의원들과 밥 한 끼 먹으면서 요즘 시민 의견이 어떤가 듣기 위한 자리일 뿐”이라며 “시장 궐위 이후 구청장과 원외 지역위원장, 시민단체 대표, 권 전 시장측 입장을 대변해 줄만한 인사 등을 만났고, 마지막으로 시·구의원들을 만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이어 권선택 전 시장 직무정지 이후 ‘책임정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책임있는 정치라는 게 무엇이냐”고 반문한 뒤 “시장이 그만뒀는데 다들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하나. 그거야 말로 책임지지 않는 모습이다. 그래서 시장 직무대행도 만나 흔들리지 말고 조직을 잘 안정시켜달라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자신의 출마설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누누이 말했던 것처럼, 출마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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