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청와대 수석 검찰조사 부담에 결단, '역 공작' 의혹도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1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1층에서 사의 표명 입장 발표 전 참담한 심정으로 눈을 감고 있다.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16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들과 측근이 불법에 관여한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며 사면초가에 몰리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가 충남 홍성 출신이란 점에서 충청권에도 적잖은 상실감이 전해질 전망이다.

전 수석은 이날 오전 11시 45분 굳은 표정으로 청와대 춘추관 1층 브리핑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진 입장발표에서 그는 “국민만 보고 가시는 대통령께 누가 될 수 없어 정무수석 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제 과거 비서들의 일탈행위에 대해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저는 그 어떤 불법행위에도 관여한바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말씀 드린다”고 결백을 강조했다. “언제든 진실규명에 적극 나서겠다. 불필요한 논란과 억측이 하루빨리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도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 수석 사표를 최종 수리할 경우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에 이어 새 정부 들어 두 번째 청와대 참모진 낙마사례로 기록된다.

전 수석 사의 표명 배경에는 청와대 수석이 현직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전례가 없고, 거취 표명이 늦어질수록 새 정부와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란 시각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전 수석이 그동안 관련 의혹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던 상황이란 점을 감안, 사의 표명에 숨은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지난 15일 춘추관에 돌았던

전 수석이 전날(15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만난 이후 배포된 입장문에도 “사실 규명도 없이 사퇴부터 해야 하는 풍토가 옳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적혀 있다.

특히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전날 전 수석이 배포했다는 입장문을 놓고 설왕설래 했다. 해당 입장문이 춘추관을 통하지 않고 정무수석실 관계자가 기자실에 두고 갔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 청와대는 15일 오후 “전 수석 입장문은 전 수석 개인이 개별적으로 접촉하여 배포한 것으로 춘추관과는 관계가 없음을 알려 드린다”고 공지했다.

해당 입장문이 자필이 아닌 컴퓨터 자판으로 작성돼 인쇄된 것도 의문이었다. 전 수석이 직접 쓴 것인지 여부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전 수석은 지난 7일 관련 의혹이 처음 언론에 보도됐을 당시 청와대를 거쳐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전달한 바 있다. 수석 비서관이 춘추관과 상의도 없이 기자실에 입장문을 두고 간 것이 사실이라면 '무책임한 처사'라는 주장이다.

이러자 일부 기자들은 전 수석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 누군가 ‘역(逆)공작’ 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청와대가 사퇴를 거부하는 전 수석을 강제로 그만두게 할 수 없으니 스스로 물러날 ‘환경’을 조성한 것 아니냐는 얘기로 들린다.

한 기자는 “청와대는 불필요한 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입장문이 비공식적으로 돌게 된 경위와 기본적 사실관계를 해명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전 수석은 입장문 배포 다음 날 전격 사의를 표했다.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직을 내려놓지만, 불법은 저지르지 않았다”가 공식 입장이다. 기자들 질문을 일체 받지 않아 논란이 된 입장문 배포 경위는 확인할 수 없었다.

청와대는 그동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사건이 아닌 만큼, 전 수석 개인이 결단할 문제라고 했다. 때문에 전 수석 사의 표명 이후에도 그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과연 전 수석의 사퇴 배경에 어떤 사연이 숨어있는 것일까. 새 정부 들어 두번째 수석비서관 낙마를 둘러싼 ‘미스터리’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